지난 19일 인부 4명이 숨진 남·북항대교 영도 연결도로 붕괴사고 발생 사흘 전에 콘크리트 가설 지지대가 비틀어져 있었고, 현장 인부가 이를 발견해 상부에 보고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사실이라면 시공사가 명백하게 안전수칙을 어기고 공사를 강행하다 사고를 부른 결과가 된다. 공기에 쫓겨 공사를 서두르다 일어난 인재(人災)라는 정황이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있는 만큼 무엇보다 이 진술에 대한 사실 확인이 선행돼야 하겠다.

시공사와 감리단 측은 이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시공 검측 결과 가시설물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시공사는 콘크리트 펌프카의 수십 m 파이프가 돌풍에 흔들리면서 지지대를 건드려 사고가 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설령 돌풍이 사고의 직접 원인이라고 해도 평소 바닷바람이 강한 곳에서 강풍에 의한 안전사고 대책을 미리 세우지 않았다는 점에서 결국에는 인재라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구조적인 문제로 발생한 인재냐, 아니면 자연재해로 인한 불가항력적인 붕괴사고냐를 두고 각기 입장에 따라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남북항연결고가도로주민안전대책위원회는 줄곧 상판 교량 건설에 적용된 PCT거더 공법 자체에 혐의를 두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무리한 공기 단축에 기인한 구조적 설계 결함이라는 지적인데, 학계 전문가들은 공법상 구조나 설계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 인부와 주민은 지지대의 사전 이상과 구조적 결함 문제를 제기하는 반면 시공사와 감리단은 돌풍에 의한 단순 사고임을 강조하는 듯한 인상이 짙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현장 감식을 벌여 다각도로 조사하고 있다. 조만간 사고 원인이 밝혀지면 마땅히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공사 발주처인 부산시가 시공사의 입장을 두둔하면서 사고 책임을 모면하는 데 급급해 하는 모습은 경솔하고 무능해 보인다. 사소한 사고 가능성이라도 철저하게 따져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책을 강구하는 것이 시가 해야 할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