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여러 분야에서 중독에 젖어있다. 개인의 삶을 황폐화하고 사회를 병들게 하는 중독의 예방과 치유는 국민건강을 회복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근자에 '중독예방 관리 및 치유에 관한 법률안', 일명 '게임 중독법'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적, 종교적, 세대 간 갈등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뜨겁게 갑론을박 중이다. 이 법안은 마약, 알코올, 도박, 게임을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하고 국가가 통합 관리함으로써 중독을 예방하고 중독자들을 치유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는 게임을 다른 중독과 같이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한다. 우선 게임은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부족한 놀이와 여가 문화의 대안이라는 주장이다. 더욱이  영화나 뮤지컬, 음악 등과 같은 콘텐츠 개발이 중요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산업인데 게임 중독법은 이를 말살하는 정책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게임을 중독이라는 사회적 병폐로 접근하는 입장과 서로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전개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형국이다.  

청소년들을 표적으로 하는 사행성 온라인 게임이 만연하고, 연예인들의 잇따른 인터넷 불법 도박 행위 등을 보면서 다양한 영역에서 그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게임 중독의 폐해와 심각성은 누구나 다 공감하고 있다. 음성적으로 도박을 유도하는 인터넷상의 불법 마케팅은 이미 도는 넘은 수준이다. 이러한 중독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제도적 차원에서 관리한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고, 뒤늦게나마 공론화된다는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부모가 위험한 물가에서 아이들이 놀도록 가만히 두겠는가. 국가가 국민을 위험한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제도를 만드는 것, 중독 사회를 치유하고 예방하는 중요한 작업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중독예방 관리 및 치유에 관한 법안'은 게임중독 포함 여부의 논쟁이 아니라, 방법 차원에서 통합적인 시스템을 만들기 전에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을 충분히 짚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째, 중독 통합센터 설치 이전에 중독의 분야별 전문성 강화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4대 중독'이라 하는 마약, 알코올, 도박, 게임의 경우 중독의 공통된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각각 전문적인 영역에서의 접근법이 차이가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에서 운영하는 부산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는 사행산업으로 인한 부작용과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박중독에 관한 치유와 상담, 예방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산하의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를 중심으로 서울, 부산, 경기, 광주, 강원 5개 지역 센터가 합법적 7대 사행산업(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스포츠 토토, 복권, 소싸움)과 더불어 그 외의 불법적인 인터넷 사설 도박 문제를 함께 다루고 있다. 도박만 해도 이렇게 다양하고 폭넓다. 따라서 갈수록 심각하게 대두되는 불법 도박문제 해결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 제도적 권한 강화와 전문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도박문제 해결이 어느 정도 자리잡기도 전에 각종 중독문제를 통합센터로 만들어 전체를 관리한다는 것은 다양한 중독 분야 전문가 간 혼란가중이라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둘째, 하드웨어 통합에 앞서 소프트웨어의 통합이 우선되어야 한다. 기존에 존재하는 마약, 알코올,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와 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 등의 전문성이 다양화되고 세분화되어 가는 상황에서 중독관리센터 신설이라는 하드웨어 구축은 다시 생각해야 한다. 그보다는 자율성과 전문성을 기초로 한 기존 전문분야 간 의사소통과 네트워크 강화 소프트웨어 통합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어떠한 제도든 실행하기 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만들어야 할 것이다. 중독상태가 문제가 될 정도로 불거질 때는 이미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신체적, 재정적, 법적인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중독이든지 잃고 나서 후회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중독의 대한민국, 국민행복권으로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노력에 각자 입장에서 대립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공감대와 합일점을 찾아야 한다. 통합과 통섭의 시대라지만 합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