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병윤 칼럼] 또 하나의 성역

친일·독재 미화한 교학사 한국사를 신성시하는 세력들

역사의 엄중함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정홍원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일제강점기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했는지, 진출했는지를 묻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답변을 주저한 것은 경악스러운 일입니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을 학자들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니, 국민과 역사에 대한 모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명색이 일류대학 나와 그 어렵다는 사법고시까지 패스하고 온갖 요직을 거친 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오른 이가 일제의 침략 사실을 몰라서였겠습니까. 그가 우물쭈물 질문을 얼버무리려 했던 것은 일제의 '침략'을 '진출'로 기술한 게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였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이처럼 상업 출판사가 낸 검인정 한국사 교과서를 지켜내기 위해 비난을 감수하는 이유가 뭘까요. 친일에 면죄부를 주고 독재를 미화하려고 안달이 난 세력들이 그 교과서 뒤편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들이 교학사 한국사를 마치 기독교인이 바이블 대하듯 하는 모습에서 '또 하나의 성역'을 봅니다. 교학사 한국사를 구하기 위해 이 나라 기득권층이 다 동원되다시피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집권층과 자본가들, 이 땅의 거대한 기득권 세력들은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든 자신들의 어둡고 구린내 나는 과거를 감추고 싶겠지요. 아니 분칠하고 미화해서 권력과 자본뿐만 아니라 명예까지 대대손손 누리고 싶겠지요.

그들은 친일과 독재에 대한 노골적 미화로 지탄받는 교학사 교과서를 물타기 하려고 애꿎은 희생양을 만드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교과서가 역사의 어두운 부분만 기록했다느니, 좌편향이라느니, 얼토당토않은 이유를 들이대면서요. 교육부는 얼마 전 7종의 검인정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수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올바른 역사인식이 필요하다'며 친일과 독재에 대한 부정적 제목이나 서술을 긍정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이승만 독재'라는 소제목마저 못마땅해 빼라고 했다니 황당하기만 할 따름입니다. 심지어 그들은 이 판에 골치 아픈 검인정 교과서를 걷어치우고 국정 교과서를 만들자고 목청을 높입니다. 일제가 침략한 건지 진출한 건지 확신도 안 서는 총리가 앞장서 외치고 교육부 장관, 새누리당까지 가세했습니다. 국정 교과서를 만들어 역사를 기득권층의 입맛대로, 정권의 뜻대로 뜯어고치자는 심사가 아니고 뭔지요.

역사를 돌이켜 봅시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뒤에 친일파들은 정치적으로 득세하고 경제적 부를 독식하면서도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반성이나 사죄 한 번 없었습니다. 프랑스 같은 나라는 부역세력에 대해서 가혹할 정도로 단죄하면서 과거사를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단죄 받아야 할 세력들이 오히려 권력을 잡고 떵떵거렸습니다. 친일파와 그 후손들이 온갖 호사를 누릴 때,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일신을 희생하며 일제와 싸웠던 독립투사와 그 후예들은 이름 석 자조차 건사하지 못한 채 끼니를 걱정하고 비바람 피할 곳을 찾아야 했습니다.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제대로 정리해 다시는 잘못된 전철을 밟지 말자고 한 게 과거사 정리입니다. 어렵사리 다시 세운 민족의 역사를 자학사관이라 폄훼하면서 오욕스러운 역사를 분칠하려 드니 이런 후안무치도 없습니다. 일본이 자신들의 침략 역사를 감추려 드는 것이나 우리 기득권 세력이 자신들이 저지른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려는 것은 하나 다를 바 없습니다. 권력을 잡고 자본을 탐닉했으면 됐지 거기에다가 명예까지 회복하겠다는 건 너무나 과한 욕심이 아닌지요. 또 그것이 용인되는 나라를 어떻게 정의롭고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는지요.

역사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과거의 잘못을 감추고 미화하려 해도 친일파는 친일파이고 독재자는 독재자일 수밖에 없는 게 역사의 엄정함입니다. 민족시인 김남주의 '길'이란 시 중 일부를 인용해 봅니다. '넝마주이가 쓰레기를 긁어모으듯 그렇게 인간쓰레기들을 긁어모아- / 구식민지의 관료들, 친일매판자본가와 지주들, 식민지 군대의 장교들, / 애국투사들을 체포하고 고문하고 투옥하고 학살하기를 밥먹듯이 했던 / 특고 형사들, 헌병 보조원들, 주재소 순사들, 밀정들을 긁어모아- / 삼팔선 이남에 소위 '자유민주주의 정부'를 세웠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저렴한 오션뷰…영도 구축아파트 쓸어담는 외지인들
  2. 2[경제 포커스] 재건축·리모델링 봄바람 부나…‘박형준 시장 효과’ 기대감
  3. 3보선 승리로 고무된 야당 부산 현역들, 시선은 지방선거로
  4. 4젠트리피케이션의 가지 뻗기…전포사잇길 상인도 내쫓긴다
  5. 5취업계약학과 기대 못미친 첫발
  6. 6등산로에 웬 뻘밭? 행인 빠지는 황당 사고
  7. 7문 닫은 김해공항 국제선 라운지…임대료는 매달 ‘꼬박꼬박’
  8. 8감 좋은 지시완 잇단 기용 제외…롯데 팬들 허문회 감독에 발끈
  9. 9박형준 시장에 취임 축하난 보낸 문재인 대통령
  10. 10“미래혁신위 협치 깰까 걱정” 견제나선 신상해 부산시의장
  1. 1보선 승리로 고무된 야당 부산 현역들, 시선은 지방선거로
  2. 2“미래혁신위 협치 깰까 걱정” 견제나선 신상해 부산시의장
  3. 3조국 탓이냐 아니냐…보선 참패 두고 여당 원내대표 후보 2인 충돌
  4. 4오세훈 국무회의 데뷔…방역·부동산 놓고 장관들과 충돌
  5. 5부산시의회 “박형준 시장, 표류 현안사업 추진 힘모으자”
  6. 6서병수 “당권 불출마…미래 세대 나서야”
  7. 7문재인 대통령, PK 보듬기…정무수석 이철희 유력, 총리 김영춘 하마평
  8. 8부산 여당 “시민 눈높이 조례 만들어 야당 시장과 협치…민심 회복하겠다”
  9. 9야당 PK 초선들 “당 개혁 취지 왜곡” 영남당 탈피 논란 진화
  10. 10정의화 “박형준호 인사 개입 없었다”
  1. 1[경제 포커스] 재건축·리모델링 봄바람 부나…‘박형준 시장 효과’ 기대감
  2. 2삼강엠앤티 3477억 규모 해외 프로젝트 수주
  3. 3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6-상> 오션엔텍
  4. 440돌 서원유통 탑마트 파격 할인전
  5. 5일본 오염수 방류 땐 한달내 한국 도달…삼중수소는 못 거른다
  6. 6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해양재판소 제소" 목소리 크다
  7. 7AI로 작물 관리 ‘척척’…농진청, 스마트팜서 미래농업 길 찾다
  8. 8부산경제 제2도시 위상 흔들…사업자 증가율 인천에 뒤져
  9. 9메가마트도 온라인몰서 ‘묻지마 할인’
  10. 10[브리핑] 칼스버그 ‘리버풀 전용잔’ 세트
  1. 1저렴한 오션뷰…영도 구축아파트 쓸어담는 외지인들
  2. 2젠트리피케이션의 가지 뻗기…전포사잇길 상인도 내쫓긴다
  3. 3취업계약학과 기대 못미친 첫발
  4. 4등산로에 웬 뻘밭? 행인 빠지는 황당 사고
  5. 5문 닫은 김해공항 국제선 라운지…임대료는 매달 ‘꼬박꼬박’
  6. 6박형준 시장에 취임 축하난 보낸 문재인 대통령
  7. 7식당 운영 구의원이 위생 점검 담당 상임위원장 ‘논란’
  8. 8엘시티 레지던스 개조, 불법 주점 영업 적발
  9. 9부산 1조2000억 펀드 조성 시동…아시아 창업 플랫폼 허브도 만든다
  10. 10부산시청도 코로나 불똥 ‘발칵’…유흥 시설發 누적 확진 424명
  1. 1감 좋은 지시완 잇단 기용 제외…롯데 팬들 허문회 감독에 발끈
  2. 21년 더 기다렸다…도쿄행 티켓 향한 막판 질주
  3. 3유격수 출격 김하성 안타 재개…샌디에이고 4연승
  4. 4아이파크·경남 시즌 첫 ‘낙동강 더비’
  5. 5타격은 앞에서 1등, 주루는 뒤에서 1등
  6. 6사직구장, 원정 선수단 시설 개선 완료
  7. 7손흥민 2개월 만에 골 맛…맨유 킬러로 급부상
  8. 8KBL 부산 kt, 2차 PO는 판정패?
  9. 9마쓰야마, 아시아 첫 마스터스 그린재킷
  10. 10롯데 '안경 에이스' 박세웅, KIA 안방서 '영봉승'
시장 후보 선거운동 24시
국민의힘 박형준
시장 후보 선거운동 24시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융합의 시대’를 진정으로 지향하려면
축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
기고 [전체보기]
학교를 못 가 잃어버린 것들 /이미선
한국형 경항모 도입 위한 민간기술 /서정관
기자수첩 [전체보기]
체계적인 ‘동백전 행정’ 쫌! /김진룡
지역대 ‘벚꽃엔딩’ 없도록 내실 다져야 /김화영
김갑수 칼럼 [전체보기]
목소리를 낮출 때
김석환 칼럼 [전체보기]
‘디지털 리더십’의 부산시장 보고 싶다
‘능력주의’와 ‘예타만능’이라는 거짓말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캐릭터 변수와 ‘어쩌다 정치인’
해 뜨는 아침, 겨울 산의 속살을 보라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한국음악의 떼루아를 찾아서
옛것에서 발견하는 변용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고상한 척’ 영국인
날아라 보라매
독자의 소리 [전체보기]
확충 절실한 공공의료 /안경숙
역행하는 장애인 활동제도 /이성심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한국식 돈가스의 탄생
믹스커피라는 전통음료
사설 [전체보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철회 마땅하다
임박한 개각, 민심 수습할 강력한 쇄신 의지 보여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청년기본소득’ 용납해선 안 되는 이유
공유경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동북아 공존의 길을 닦는 외교
비핵평화, 중단없이 가야 할 길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이제명 칼럼 [전체보기]
탄소중립 어젠다의 가치와 미래
이홍 칼럼 [전체보기]
반기업정서 극복을 위한 싹이 텄다
카리스마에 대한 오해
장병윤 칼럼 [전체보기]
성장이냐, 생존이냐
알바트로스, 오 알바트로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사활 걸린 백신전쟁
변죽만 울리는 LH 후속책
정책 제언 [전체보기]
지역 항공사 육성과 가덕신공항의 성공 /김광일
입학생 급감시대 대학체제를 리셋하자 /초의수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봄날의 상념
강 건너 봄이 오듯
차재원 칼럼 [전체보기]
시장 보선 이후가 걱정되는 이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어게인
그 날을 기다리며
특별기고 [전체보기]
민주화·민족자존에 바친 삶, 편히 쉬소서 /허운영
‘보다 섬세한 스승’을 떠나보내며 /장현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나비 그림의 명인, 남계우
김정희의 ‘세한도’ 열풍
  • 저출산 고령화 대응,부산 콘퍼런스
  • 생명의강 낙동강 수필공모전
  • 2021부산하프마라톤
  • 바다식목일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