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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히딩크의 충고 /최원열

끊임없는 원전비리 국민들 생존위협…원전 없는 세상 두려워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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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중에 회자되는 유행어가 있다. "나라가 이 꼴인데 무슨 연애." 한 지상파방송 간판 아나운서들의 열애설이 불거졌을 때 남자 측이 이를 강력 부인하면서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그 시원한 한 방에 열애설 진위 여부는 온데간데없고 이 말만 상종가를 치고 있다. 세태를 덧입힌 아이디어가 절묘하다. '나라가 이 꼴인데 무슨'에 명사만 갖다붙이면 패러디가 되니 폭발력이 강하지 않나 싶다. 민생은 웬걸,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혀 꽃놀이패나 만지작거리고 울고 싶은데 뺨 때려주기만 기다리는 쓰레기 정치판을 이처럼 간결하게 표현한 실력이 놀랍다.

국민행복이니 창조경제를 외쳐보지만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면 탄식과 실망만 켜켜이 쌓여간다. 밑바탕 없이 결과를 향해 뛰어본들 사상누각에 불과할 뿐. 그건 정상적이 아니다. 우리 시대의 시무(時務)가 '비정상의 정상화'가 되어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하지만 입맛에 맞는 것만 정상이라고 몰아붙인다면 비정상의 정상화는커녕 독선과 불통의 늪에 갇힐 것이다.

원전 문제만 해도 그렇다.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부패비리로 국민들은 생존 위협에 떨고 있다. 그런데도 에너지 효율성을 내세우면서 핵발전을 선호하는 비정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원전에 의존하는 에너지정책으로 인해 국민들은 지난여름 끔찍한 고통을 당해야 했다. 내년에는 더욱 혹독한 시련을 맞을지도 모른다. 균형잡힌 에너지 정책을 포기한 결과가 이렇다.

물론 정부도 생색을 내기는 했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고쳐서 원전 비중을 대폭 낮춰 잡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에너지 사용량이 매년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원전 신설계획을 그대로 밀고 가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고리 1호기 재연장을 위한 꼼수도 포함되는 듯하다.

원전 건설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나 폐기비용까지 감안했을 때 원자력이 과연 깨끗하고 값싼 에너지인지도 의문이거니와 밀양송전탑 사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조 단위 비용이 드는 후속 작업도 영 미덥지 않다. 효율성을 강조하는 정부 의견을 받아들인다 치자. 박근혜 정부에 묻고 싶다. 국민 생존권과 핵발전 중 어느 게 중요한지를. 당연히 생명을 지키면서 전력 수요도 맞출 수 있다는 주장을 펴겠지.

하지만 경제성 이전에 따져봐야 할 절박한 문제가 있다. 그동안 누누이 원전 비리를 발본색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썩어 문드러진 부패 더미가 고구마 줄기 엮이듯 끝없이 나온다. 위조에 짝퉁은 물론, 불량까지 일일이 열거할 수조차 없다. 정부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윤리 의식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술의 진보는 자멸을 초래한다는 점을. 그 사회가 지닌 깨달음을 얼마나 실제로 행하는가의 정도에 따라 진화의 속도가 정해진다는 점을 말이다.

남은 밥을 가진 자에서 못 가진 자로 나눠주는 간단한 과제조차 처리 못 하는 판에 남을 속이고 뺏는 일을 밥먹듯하는 조직에 치명적인 원전을 돌리도록 놔두는 것은 그야말로 '자멸방조죄'가 아닌가. 비록 어려움이 있더라도 가시밭길을 헤쳐나가겠다는 자세가 필요한데 그러지 못하니 한숨만 나온다.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히딩크 감독이 얼마 전 한국에서 강연하면서 이런 충고를 했다. 두려워 말고 기꺼이 어려운 길을 가라고. 그는 두려움이 창의력을 방해하는 요소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0 대 5의 수모를 겪으면서도 정신 무장을 시키면서 많은 경험을 쌓게하면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그는 확신한 것이다. 프로야구 롯데를 맡았던 로이스터 감독 역시 'No Fear(두려워 말고 맞서라)'를 강조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원전이 없으면 안 된다는 맹신과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구 세계에너지총회에서 에너지산업은 창조경제 패러다임이 빛을 발할 수 있는 분야라고 박 대통령이 밝혔듯이 깨끗하고 안전하며 모두에게 이용가능한 에너지를 위한 국민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어려울지언정 그 길이 맞다면 과감하게 뛰어드는 용기, 그게 비정상의 정상화로 가는 첩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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