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중 FTA 협상에서 1단계 기본지침(Modality) 합의가 도출되었다. 1단계 합의는 전체 품목의 90%, 전체 수입액의 85%로 합의되는 등 낮은 수준에 그쳤다. 향후 2단계 협상에서는 전체 품목 중 10%의 양허 제외 품목 선정과 함께 90%에 포함될 일반품목 및 민감품목 선정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양국 정부는 이후 차기단계 FTA 협상의 수준 척도라 일컬어지는 서비스시장 개방 및 서비스업 관련 투자, 원산지 통관무역구제와 무역규범, 지식재산권 분야 등을 높은 수준으로 포괄하는 데에는 합의하였으나, 실제 협상안의 간극이 큰 상황이다. 한국과 중국은 주요 제조업 분야 수출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으며, 상호 간 주요 수출입 시장인 까닭에 상품분야 협상에 주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의 입장에서 세계 제1의 제조시장이자 구매시장인 중국과의 협상은 이전 어느 협상보다 중요하다. 중국 또한 한국과의 협상이 녹록지 않다. 한국은 세계 최대 경제권인 미국 및 유럽연합과 FTA를 맺어 이미 경제고속도로가 연결된 상태다. 중국이 한국의 경제만을 고려하여 협상에 임할 수 없는 이유이다.
다음 달 진행될 2단계 협상 쟁점은 양측의 예외품목 선정 및 주요 민감분야 지정에 대한 합의에 있다. 한국 측은 농수산물 보호, 중국 측은 자동차 등 공산품 개방 및 자율화가 관건이다. 이와 같이 장내 협상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1차 협상 결과 발표 이후 국내 농민의 반대 시위가 지속되고 있다. 농수산물 업종에서 중국시장에 비해 절대 열위에 있는 한국시장의 처지를 감안하면 이들의 시위가 이해된다. 시장 개방 이전에도 중국 농산물은 점진적으로 국내 먹거리 시장을 잠식하고 있었던 까닭에 농업 종사자들의 사활을 건 시위와 대책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1단계 협상 결과 공표 시 이들의 시위가 이목을 끌 것으로 생각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아마도 반대 시위가 FTA 협상과 추진에 방해된다는 인식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외교협상에 대한 편협한 시각에서 내려진 판단이라 할 수 있다. 국제간 협상에 관한 연구로 '투레벨게임이론'을 제시한 푸트남 하버드대 교수는 국가 간 협상에 앞서 국내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정부 간 협상을 밀실에서 진행하고, 협상이 끝나 공표 단계에 이르러서야 대중이 협상내용을 접하게 되는 것은 바람직함을 따지기에 앞서 외교협상력에 유리할 것이 없다는 거다. 여론의 형성을 통해 협상단의 카드패를 불리는 전략, 즉 '자기 손목 묶기'라 불리는 이 협상전략은 정치가 여론을 중시하는 선진문화일수록 효과가 배가된다. 중국이 이러한 전략에서 극도로 취약한 사회구조이므로, 우리나라는 적극적으로 국민의 의견임을 강조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사례로 유럽연합의 일례를 보면, 공동정책에 관한 주요 의결이 있을 때마다 다수의 파업 혹은 농성이 진행됨에 주목할 수 있다. 이를 교통불편 혹은 관광사업 타격 등 부정적 시각에서 볼 수도 있겠으나, 시장통합의 진행으로 국내에 상당한 불이익이 있음을 지역공동체 전체에 알려 피해대책을 강구하게 하는 전략적 접근이라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까닭에 유럽은 시위가 발발한 국가에서는 상황과 진행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반면, 주변국들은 사건 전달에만 그치는 경향을 보인다. 1990년대 초반부터 이어진 EU 경제동맹 진행에 맞서 벌어진 95년 프랑스의 대규모 공공교통 파업 당시 프랑스의 보도와 독일, 영국의 반응이 그러했다. 최근까지 유럽재정위기와 관련한 주요위기국들의 파업과 농성에 관한 보도도 이에 상응한다. 한·중·일 삼국이 주변국 농성은 대서특필하며, 자국의 농성을 사건전달에만 그치는 모습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한중FTA 농수산 분야가 근본적 피해대책과 보호책 강구에 집중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진정한 FTA 허브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다수의 FTA 체결에만 목적을 두어서는 안 된다. 당면한 위기를 알리고 함께 고민하며, 투명하게 관리하여 부가적으로 외교협상력을 고양할 FTA 종합관리능력 배양에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동아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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