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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이석기 사건' 그 후 /강동수

진보는 체내의 암, 이번 참에 도려내고 정권도 공안사건을 정략에 악용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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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지난 주일 내내 한국사회를 강타했던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은 이 의원과 관련자들의 구속, 그리고 본격적인 수사로 일단 외형적으로는 마무리돼 가는 모양새다. 그들에게 적용된 내란음모 혐의 등은 추가 수사와 재판을 통해 규명되고 확정돼야 하겠지만. 어쨌거나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은폐돼 왔던 여러 문제를 드러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국민들의 충격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우선 통합진보당을 숙주 삼았던 '경기동부연합' 등 일부 종파주의자들의 시대착오적인 '폭력혁명 노선'은 기가 막힐 따름이다. 지난해 당내 경선부정 파문이 터졌을 때 기자는 칼럼에서 당시 이렇게 썼다. "처음엔 기자는 당권파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들여다보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본다'. 니체의 말이다. 하지만 이젠 하고 싶은 말이 바뀌었다. 그들이 아니라 비당권파에게, 민주노총 등 다수 진보진영에게. '괴물을 끌어내라. 그렇게 못하면 당신들이 심연으로 끌려들어 간다'. 한국 진보투쟁사에 누가 되지 않겠다면 이참에 반드시 종파분자들을 끌어내라. 지금 당신네가 빚지고 있는 건 거창한 이념이 아니다. 상식이다."

글쎄, 당시 통합진보당 내의 비당권파들이, 그리고 전체 진보진영이 경기동부연합이란 괴물을 그때 끌어낼 수 있었다면 지금 이렇게 치명상을 입지는 않았을 게다. 비유컨대 이석기를 '수(首)'로 한 경기동부연합은 진보진영의 암과 같은 존재였다. 암이란 게 원래 생명이 다하면 사라져야 할 세포가 죽지 않고 창궐하는 것이라니까. 1980년대 독재정권과의 투쟁에서 지친 나머지 비빌 언덕을 찾으려고 '주사파'가 됐던 20대 청년들이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동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희비극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진보도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에 합의해야 한다. 북한과의 평화 공존 원칙은 지지하더라도 종북은 안 된다는 것, 적어도 3대세습이나 핵 무기 개발 같은 행태는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조직 안팎에서 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것. 폭력이 아니라 국민의 지지를 받아 세를 늘려야 한다는 것 정도는 말이다. 이번 일을 '진보의 재구성'을 위한 고통스러운 계기로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더는 비빌 언덕을 구하지 못할 것이다. 소를 잃고서도 외양간은 고칠 일이다. 독이 스며든 뼈를 깎고 썩은 살을 도려내라. 국민에게 석고대죄하라.

정권과 새누리당에게도 한마디 하겠다. 이번 반전은 참으로 절묘(?)했다. 한방에 국정원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을 사그라뜨리지 않았는가. 으스스한 공안정국을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NLL 뒤집기'와 더불어 수사권과 정보를 갖고 있는 정권의 힘이 막강하다는 사실을 이번 일로 다시 입증해 보였다. 내친 김에 내년 지방선거까지 공안정국을 계속 끌고가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아직 이석기의 유죄가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의원직을 제명하겠다거나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키겠다고 나서는 것 말이다. 이석기의 혐의가 아무리 엄중하다 해도 아직은 '무죄추정의 원칙'이란 헌법의 대원칙 속에 있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켜라. 그리고 공안사건을 정략에 써먹으려 들지 말라. '공안몰이'에 계속 재미들린다면 국민들도 마냥 오냐 오냐 하진 않을 게다.

국정원도 이번에 한건했다. 대선 개입으로 핀치에 몰리고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의 화살이 쏟아질 무렵 절묘하게 터뜨렸다. 아마 속으로는 희희낙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석기는 이석기이고, 불법 대선 개입은 불법 대선 개입이다. 이석기 건을 터뜨렸다고 해서 그들의 손에 묻은 피가 씻겨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들에 대한 개혁 요구가 지금은 잠시 잠복한듯 보이지만 완전히 사라진 건 결코 아니다. 못된 버릇은 고쳐져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한다. 이석기식 시대착오와 음모주의는 반드시 도려내져야 한다. 그것도 진보진영의 손으로. 그래야 살아남는다. 그리고 새 판을 짜야 한다. 다시 말한다. 누가 뭐래도 국정원의 개혁은 철저히 이행돼야 한다. 그것도 정권의 손으로. 그래야 국민의 지지를 얻는다. 새누리당이건 진보건 국민이 바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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