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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역사도 사라질 수 있다 /조성제

역사 교육 없으면 왜곡에 눈뜨고 당해, 필요성 거론된 요즘 기회 놓쳐선 안 돼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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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3-08-20 19:50:25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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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바위 얼굴'로 잘 알려진 미국의 러시모어 산. 바위산 꼭대기에 미국 대통령 4명의 얼굴을 새겨 놓았다. 1941년 완성된 미국의 자랑이자 거대한 관광 명소다. 러시모어 산은 인디언들이 성스러운 땅으로 숭배해 온 곳. 인디언들은 하필이면 자신들의 성지에 자신들을 말살시킨 미국 지도자의 얼굴을 새긴 것에 분노했다.

큰바위 얼굴 조각에 참여한 미국 조각가 코자크 지올코브스키는 한 인디언으로부터 '우리에게도 영웅이 있음을 알아달라'는 편지를 받고 1948년 큰바위 얼굴서 27km 떨어진 검은 언덕에 인디언 영웅 '성난 말'추장이 말 타고 달리는 모습을 새겨 나갔다. 높이 172m, 길이 195m, 손가락 한 개가 버스 크기다. '큰바위 얼굴'과 '성난 말'은 미국 초기 역사의 밝음과 어둠, 서부개척시대의 뒤틀린 이면사, 왜곡된 역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산 교육장이 됐다.

이해관계가 얽힌 다른 나라, 다른 민족에 대한 역사적 사실의 왜곡은 국가 차원에서 곧잘 자행돼 온, 낯설지 않은 행태다. 그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코자크와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일본만 해도 양심적 국민들은 일본 정부의 끊임없는 악의적 역사 왜곡에 대해 규탄해 왔다. 문제는 역사 왜곡의 거침없는 공격을 받고도 두 눈 뜨고 당하는 것이다. 과장되게 말하면 우리가 그 꼴이다. 우리 청소년들이 이완용을 항일독립투사로, 한국전쟁을 북침으로 알고 있다는 것은 충격이다. 이는 과거에 대한 분별력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 대한 분별력은 과거를 알아야 생기고, 과거를 제대로 알려면 과거를 배워야 한다. 그래서 과거 교육, 즉 역사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역사교육의 현장은 어떠한가? 한국사는 2005학년도 대입수능부터 필수에서 선택과목으로 격하됐다. 당연히 2013학년도 수능에서 전체 응시생의 7.1%만 선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사의 수능 필수과목 지정을 거론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일 것이다. 교수나 유명 논객들조차 일제의 식민지배가 우리나라를 근대화시켜준 축복이고, 김구 선생은 빈 라덴과 같은 테러리스트라는 해괴한 논리를 공개적으로 펴는 현실에서 박 대통령의 지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런데 얼마 전 수상쩍은 일이 벌어졌다. 교육부가 '역사교육 강화 토론회'를 열면서 한국사의 수능 필수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짜맞추기식 진행을 한 것이다. 교육부가 이런 식의 의도된 여론몰이를 한다면 박 대통령의 국사 교육에 대한 진정성을 훼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중국 제나라 역아는 엽기적인 간신으로 기록돼 있다. 환공이 진기한 요리를 즐기자 역아는 자기 자식을 쪄서 바친다. 명군으로 칭송받던 환공은 역아같은 간신들에게 휘둘려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다소 과격한 사례지만, 교육부가 새겨들어야 할 교훈이다.

국민 정서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세법개정안을 내놓고도 '증세가 아니다'고 강변하는 기획재정부, 부산의 최대 현안이자 숙원인 가덕신공항 건설사업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오십보백보다. "부산시민이 바라는 신공항, 반드시 건설하겠다"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공약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한다. 그런데 박근혜정부 출범 후 국토부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심지어 연간 이용객 1000만 명에 육박하는 흑자공항인 김해공항을, 연간 이용객 2만 명도 안 되는 만성적자 무안·양양공항과 비교해 가덕신공항 건설 불가론의 근거로 들이대기도 했다.
이 모두가 국가 지도자의 중요한 자질인 정치적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행위들이다. 각료가 대통령 보필은커녕 정치적 부담만 지운 꼴이다. 다행스럽게도 박 대통령이 세법개정안의 문제점을 즉각 지적했고, 가덕신공항도 건설 착수단계에 진입시킨 것은 역사의 좌표를 바로 세운 대표적 사례라고 하겠다. 근 10년 만에 국사 교육의 당위성이 공식 거론됐다. 그것도 대통령이 직접 언급했다. 국사가 외면당하면 애국은 멀어진다. 가르치지 않는 역사, 배우지 않는 역사는 사라진다. 역사도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동서고금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 회장·BN그룹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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