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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윤 칼럼] 유신의 추억

국정원 선거개입 못 본 척하면서 구태인물 중용, 역사의 뒷걸음질 국민들 걱정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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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염천의 날씨, 일상을 무장해제 시키는 무더위 속에서도 한순간 서늘한 한기에 전율한다. 세월의 저편으로 흘러가 박제된 역사로 치부했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 스멀스멀 고개를 치켜들 때다. 오늘 정치판이 연출하는 역사퇴행의 행태는 우리가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조차 분간하기 어렵게 한다. 국민들의 목소리는 티끌처럼 파묻히고 권력욕망이 분출하는 수상한 시절, 지난 역사의 어두운 기억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얼마 전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내뱉은 장외투쟁 금지법안 발언은 아픈 역사를 되새기게 한다. "장외투쟁이란 이름으로 의원이 정치활동을 밖에서 하는 건 조심해야 한다. 이에 대한 대책도 입법을 하더라도 마련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언에서 긴급조치의 망령을 떠올린다. 집권당 대표의 초법적이고 반민주적 발상이 너무나 황당할 따름이다. 그의 발언에서 국정원 정치개입의 규명과 개혁을 요구하는 촛불민심을 힘으로라도 틀어막아야 한다는 의중을 엿보았다면 과민반응인가.

국정원 사태에 대해 여당이 취해온 일련의 행태에 비춰볼 때 황 대표의 발언은 결코 놀라운 일은 아니다.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국정원 정치개입 혐의를 끊임없이 축소하고 왜곡했다. 국민의 주권을 침해하고 국정을 농단한 정보기관의 국기문란 행위를 옹호하기까지 한다. 야당 대선후보 흠집내기에 동원된 국정원의 댓글공작을 대북심리전이라 억지를 부리고, 그게 선거에 무슨 영향을 미쳤겠느냐고 강변한다. 오히려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요구를 선거결과 불복의 불온한 정치공세로 폄훼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비서진 개편 또한 국민들의 바람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번 비서진 개편의 키워드는 복고, 즉 과거회귀라는 일각의 비판이 공감을 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한 공안검사 출신들의 중용은 통치권 강화를 통한 강경 국정기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의 경륜을 높이 샀다고 하지만 흠결로 점철된 그의 전력이 국정에 무슨 소용이 닿는지 모를 일이다. 유신헌법 초안작업에 참여하고, 대선에서 지역감정의 조장을 획책했던 이다. 그가 개과천선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시대정신을 거스르는 올드 보이의 귀환은 과거회귀라는 혐의를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이 여름휴가 중에 만끽했다던 '저도의 추억'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 추억이라는 게 과거에 대한 향수가 아니었을까, 궁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보여줬던 박 대통령의 역사인식, 5·16과 유신에 대한 어정쩡하고 애매한 태도가 새삼 떠오른다. 이번 비서진 인사를 민주화와 민주화세력에 대한 불편한 심사가 표출된 것으로 해석하는 이도 있다. 권위를 바탕으로 한 일사불란한 통치, 과거의 통치방식을 꿈꾸는 건 아닐까, 국민들의 염려가 깊어진다.

지난 정부에 대한 과거사 청산작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에 나타난 NLL 발언, 이명박정부의 원전과 4대강사업 비리에 이르기까지 역대 정권을 겨냥한 박근혜식 과거사 청산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를 "과거의 비정상적 관행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역대 정부가 못한 것을 새 정부가 해결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5·16쿠데타를 구국의 결단으로, 유신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두둔했던 역사인식의 변화 없이는 과거사 청산작업 역시 통치권 강화를 위한 들러리라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국정원의 정치개입은 모른 척하면서 대화록 실종을 국기문란으로 몰아붙이는 것 역시 박 대통령의 역사인식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폭염 속에서도 국정원 개혁을 촉구하며 든 국민들의 촛불이 전국에서 뜨겁게 타올랐다. 언제까지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를 종북세력의 국론분열로 몰아붙일 것인가.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귀를 열고 광장에서 분출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 끔찍했던 유신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국민을 배반하는 일이다. 더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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