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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자리 풍년'에 '인물 기근' 자초한 문화계 /강춘진

수장 선정 과정에서 지역인사 외면받아…"오죽하면 그랬겠나" 자성에 귀 기울여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7-31 19:45:47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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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부터 몰아친 부산의 문화예술기관과 각종 국제행사 조직위원회를 이끌 수장을 선정하는 퍼레이드가 서서히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그동안 공무원 파견 형태로 이어진 부산문화회관의 관장이 25년 만에 개방형 공모로 뽑히는 등 전례 없이 쏟아진 '자리 풍년'에 적지 않은 지역 문화계 인사들이 기대감에 부풀었다.

지금은 자천타천으로 기관장이나 각종 조직위 집행(운영)위원장에 이름이 거론되던 지역 인사들은 씁쓸한 입맛을 다시는 형국이다. 아직은 부산의 문화예술인이 '재미'를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게다.

전임자의 보조금 유용 문제로 공석이 된 부산국제무용제 조직위의 운영위원장에 내정된 인사는 무용인들의 비협조로 총회가 한 차례 연기된 끝에 지난 3월 선정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부산시는 눈앞에 닥친 국제행사를 일단 원만하게 치르자고 무용계를 설득해 파국을 막았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그나마 부산국제무용제 조직위 문제는 어느 정도 봉합된 편이다.

이어 벌어진 부산문화회관의 개방형 관장 공모와 부산비엔날레 조직위 운영위원장 선정 과정 등에서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불만이 일부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시가 관장이나 위원장을 형식적으로 선정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래서 자리에 관심이 많았던 몇몇 인사는 "공모에 응하지 않았다"고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풍경도 나왔다.

현재까지 결과는 부산의 문화예술인들이 대거 '낙방'한 것은 맞다. 왜 그랬을까. 일부의 의혹 제기가 일면 타당한 것처럼 비치지만, 공허한 푸념에 불과했다는 시각도 있다. 어쩌면 더 많은 문화예술인의 시각일 수 있다.

"오죽했으면 시에서 지역의 불평불만을 고스란히 떠안고 능력 위주로 선정했겠느냐"는 등 곳곳에서 쏟아지는 자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다. 시가 가능하면 지역 인사 우선 배려에 방점을 찍고 선정 작업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 말을 곰곰이 새겨보자. "장르별로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의지를 모아 천거한 인사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무조건 선정했을 것이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공모 과정에서 선정위원회를 거쳐 결선에 오른 지역 인사를 놓고, 어떤 부류는 "적임자다"거나 또 어떤 사람들은 "절대 안 돼"라는 등 극명하게 엇갈리는 반응을 보이며 당사자의 행적을 낱낱이 고하는 풍경이 나왔다. 여기서 "이러나저러나 뒷말이 나오기 마련이라면 이왕이면 일을 잘 처리할 만한 인사로 가자"는 시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이런 일도 있다. 4월로 임기가 끝난 부산국제연극제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 교체 문제를 놓고 벌어지는 현장 연극계의 볼썽사나운 그림이다. 이 자리를 놓고 지난 2월 부산연극협회 차원에서 이제는 "현장 연극인들이 맡으면 좋겠다"고 요청해 시는 6월 임시총회를 열어 이를 매듭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장의 내분으로 차기 집행위원장 선임을 위한 임시총회는 연기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연극협회가 전임 회장단 회의라는 형식을 빌려 특정인을 집행위원장으로 추천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회의에서 후보 선출 문제를 놓고 고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전화로 이사 추천 절차를 밟아 또 한 명을 선택했다고 하니 현장을 묵묵히 지키던 많은 연극인이 반발할 수밖에. 부산국제연극제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는 안중에도 없고 자리만 탐한다는 오해를 살 수밖에 없는 풍경이다.

시의 결정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결과는 두고 보면 알 일이다. 단지 국제행사를 국제행사답게 이끌고 시대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인사가 눈에 띄지 않는 부산 문화계의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의지가 모인다면 그 인사를 선정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고민을 이해한다. 그런 인사라면 분명히 맛있는 밥을 지을 것이다. 부산 문화계는 남을 탓할 계제가 아니다. 모처럼 찾아온 '자리 풍년'의 뒤끝이 씁쓸하다.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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