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귀태, 롯빠, 그리고 인터넷 /정상도

인터넷 막말에 살인, 정치권이 나서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책 세워야 할 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7-24 20:04:16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나는 이른바 롯빠이다."

이렇게 시작하는 논문이 있다. 21세기정치학회의 '21세기정치학회보' 23집 1호(2013년 5월)에 실린 '롯데 자이언츠의 (부산지방) 정치학적 함의'라는 논문이다. 이 논문을 쓴 황영주 부산외대 외교학과 교수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전날 성적에 따라 기분이 변하는 야구광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롯데 자이언츠를 둘러싼 다양한 현상에 정치적 분석을 가한다.

이 논문은 정치적 대상을 인간 생활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에 확장하려는 시도가 이채롭다. '타자, 타석에 들어서다'는 서론에서 스트라이크 데드볼 도루사 번트 안타 더블플레이 파울볼 홈런을 거쳐 '타자, 홈을 밟다'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고민의 흔적이 읽힌다. 그 속에 1982년 프로야구 출범과 관련한 정치적 해석, 롯데 자이언츠와 부산 사람들의 정체성, 프로야구에 작동하는 자본주의 메커니즘 등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다친다'며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을 조롱한 기성용 파문, '쩔뚝이'라는 전직 대통령 비하 표현 논란에 휩싸인 걸그룹, 국회 공전 사태를 몰고 온 '귀태' 파문 등 최근 막말 퍼레이드를 보면서 이 논문을 다시 읽었다. 롯빠라는 커밍아웃에 꽂혔고, 프로야구를 정치학이라는 그릇에 담았듯이 살인에까지 이르는 인터넷에서의 막말에 관한 정치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롯빠에 '짐작건대 이 용어는 롯데의 빠순이의 준말일 것이다. 이때 빠순이는 인기 연예인을 따라다니는 광적인, 열광적인 여성팬을 지칭하는 비속어이다'고 주를 달았으나 이 논문에서 롯빠가 비속어라는 느낌을 찾을 수 없으며 그것은 사직야구장은 물론 롯데 자이언츠를 둘러싼 환경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10일 밤 부산 해운대에서 발생한 30대 여성 살인사건은 막말 퍼레이드의 정점이었다. 광주에 사는 30대가 인터넷 사이트에서 알게 된 피해자의 부산 집까지 찾아와 흉기로 피해자를 찔러 살해했다. 경찰은 과도한 신상털기와 막말에서 범행 동기를 찾았다.

이들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주고받았을 말들을 짐작해본다.

노빠, 노가리, 홍어× 좌빨 등속이 일방을 매도하는 막말이라면 반대편에는 쥐박이, 땅박이, 그년 보꼴 등이 있었을 것이다. 정치인들의 입에서 나온 이 막말들은 갈등과 증오를 증폭시키며 편협된 틀 속에 사람들을 가두는 데 일조했다.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설득보다는 저주가 앞선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난 11일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의 '귀태'(鬼胎) 발언이 그 궤를 잇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 귀태'이니 논리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존재도 부정할 수밖에 없다.

지난 17일 경찰에 붙잡힌 부산 해운대 30대 여성 살인사건의 가해자는 지난 23일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자는 2~3일씩 인터넷 사이트에 몰입했으며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며 "온라인과 현실을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치 눈가리개를 한 채 골인 지점을 향해 질주하는 경주마처럼 이 사건의 가해자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좇아가지 않았을까. 인터넷 사이트에서의 이견이 실제 물리적인 충돌로 비화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일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이 지점에 정치의, 정치인의 역할이 있다.

인터넷에서 오간 막말이 멀쩡한 사람의 심장을 찌르는 비수가 되는 세상이다. 이제 이 문제를 정치권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책을 세울 때이다. 더 늦어지면 어느 동네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나의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까지, 아니 프로야구를 둘러싼 환경까지 끌어안는 정치, 그것의 목적은 공동체 형성과 갈등의 조정이라고 정치학 교과서에 적혀 있다. 이를 각성한다면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외치는 '존경하는 국민' 중 누군가가 하루아침에 가해자와 피해자 신세로 전락하지 않도록 건전한 인터넷 환경 조성에 나서야 한다.

디지털뉴스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압사 위험” 신고 빗발…어르신 몰린 벡스코 한때 초비상
  2. 2"영도서 한 달 살고, 최대 150만 원 받으세요"
  3. 3도시철 무임손실 급증…‘초고령 부산’도 노인연령 상향 촉각
  4. 4밀려드는 관광·문화…주민도 만족할 ‘핫플 섬’ 만들자
  5. 5부산촬영소 상반기 착공? 경관심의 통과가 첫 단추
  6. 6부산 ‘탄소중립 어벤저스’ 한자리에
  7. 7공공기관 이전에도…10년간 3만 명 엑소더스
  8. 8“영도민 1명 줄면…연간 숙박객 9명, 당일 여행객 32명 유치해야”
  9. 9영도 상징 글씨체 개발, 세계 디자인상 휩쓸어
  10. 10윤 대통령, 4월 BIE실사단 부산서 맞을까
  1. 1윤 대통령, 4월 BIE실사단 부산서 맞을까
  2. 2이태원 참사 국회 추모제…與 “책임 다할 것” 野 “대통령 왔어야”
  3. 3장외집회 연 민주, 또 나갈지는 고심
  4. 4가덕~기장 잇는 부산형급행철도 시의회서 뭇매
  5. 5"안철수는 윤심 아니다""선거개입 중단" 대통령실-안철수 정면 충돌
  6. 6윤심 논란에 대통령실 개입까지 진흙탕 싸움된 與 3·8전대
  7. 7영국 참전용사들, 런던에서 '부산'을 외치다
  8. 8이태원참사 국회 추모제…여야 “진상규명 재발 방지 대책 마련”
  9. 9대통령실 신임 대변인에 이도운, 5개월 만에 공석 해소
  10. 10민주당, 6년만에 대규모 '장외투쟁'…국민의힘 "방탄 올인" 비판
  1. 1부산 ‘탄소중립 어벤저스’ 한자리에
  2. 2해운경기 수렁…운임지수 1000선 위태
  3. 3애플페이 내달 상륙…NFC 갖춘 매장부터
  4. 4“부산 녹색성장 적극 대응…‘대한민국 미래’로 거듭나야”
  5. 5“바이오가스로 그린 수소 생산…가장 현실적 방법”
  6. 6“전기차 부품 글로벌 경쟁 심화…정부 파격 지원을”
  7. 7“산은, 녹색기술 투자 견인…기보는 벤처투자 연계를”
  8. 8“온실가스 감축 비용 계속 증가…배출권 시장 효과적 관리 관건”
  9. 9“수소경제 핵심은 ‘연료전지’…지역 산·학·관 협업해야”
  10. 10“고양이도 개 못지않은 훌륭한 반려동물입니다”
  1. 1“압사 위험” 신고 빗발…어르신 몰린 벡스코 한때 초비상
  2. 2"영도서 한 달 살고, 최대 150만 원 받으세요"
  3. 3도시철 무임손실 급증…‘초고령 부산’도 노인연령 상향 촉각
  4. 4밀려드는 관광·문화…주민도 만족할 ‘핫플 섬’ 만들자
  5. 5공공기관 이전에도…10년간 3만 명 엑소더스
  6. 6“영도민 1명 줄면…연간 숙박객 9명, 당일 여행객 32명 유치해야”
  7. 7영도 상징 글씨체 개발, 세계 디자인상 휩쓸어
  8. 8버거운 난방비에…목욕탕 일찍 문닫고, 식당은 감원 고민
  9. 9“개금 주원초 학부모 70% 통·폐합 찬성한다”
  10. 10‘부산교육청 전교조 해직교사 특채’ 감사 이달 마무리
  1. 1롯데 괌으로 떠났는데…박세웅이 국내에 남은 이유는
  2. 2쇼트트랙 최민정, 올 시즌 월드컵 개인전 첫 ‘금메달’
  3. 3폼 오른 황소, 리버풀 잡고 부상에 발목
  4. 4황의조 FC서울 이적…도약 위한 숨 고르기
  5. 5MLB 시범경기 던지고 간다…오타니, WBC 대표팀 지각 합류
  6. 6국내엔 자리 없다…강리호 모든 구단과 계약 불발
  7. 7맨유 트로피 가뭄 탈출 기회…상대는 ‘사우디 파워’ 뉴캐슬
  8. 8WBC에 진심인 일본…빅리거 조기 합류 위해 보험금 불사
  9. 9‘셀틱에 녹아드는 중’ 오현규 홈 데뷔전
  10. 10한국 테니스팀, 2년 연속 국가대항전 16강 도전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불어 살며 지켜가야 할 피란수도 부산
55보급창은 반드시 공원이 되어야 한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낙동강 녹조를 그대로 둘 것인가
표류하는 가덕신공항
기고 [전체보기]
수산자원, 잘 이용하고 관리해야
새 단계로 진입한 중국 방역
기자수첩 [전체보기]
학교 신축 공기지연, 노조 탓만 할 수 있나요?
김해시장, 소통행정 이후가 중요하다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한국은 여기까지다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3차 세계화, 우리는 괜찮을까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문화자산을 물려받는다는 것
토착화한 망자를 위한 노래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먼저 온 미래’ 영도에서 2030 부산 해법 찾기
‘부산’이라는 아이 어떻게 키우겠습니까
도청도설 [전체보기]
마스크 안 벗는 이유
남천삼익비치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너무나 완벽한 음식 식해
여러분 모두 미식가 되세요!
사설 [전체보기]
가덕경제자유구역, 전제는 순조로운 공항 건설
치솟는 연료물가 먹거리물가…체감물가 겹고통
세상읽기 [전체보기]
부산진 수상비행장을 아세요?
자동차산업, 정의로운 산업전환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 지출의 원칙과 난방비 지원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새로운 해양시대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수평선을 바라보며 동백꽃을 사랑하며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반도에 새로운 국제질서가 등장하고 있다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신정과 설날 사이의 단상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다시 블랙리스트
정치인의 언어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근고지영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새해엔 선거개혁 위한 결단 기대한다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이태원 연가
특별기고 [전체보기]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노엘합창단
절대음감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당 김은호의 ‘매란방’
풍곡 성재휴의 ‘배암 나와라’
CEO 칼럼 [전체보기]
초고령 선진국에 걸맞은 변화
자율주행의 위기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