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4대강 사업 감사보고서를 발표한 지난 10일 수리 전문가인 A와 통화했다. 그는 이명박(MB) 정부에 4대강 사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학자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4대강 사업이 한반도 대운하의 '변종'이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는데.
▶정말 몰랐다. MB 정부가 정보를 감췄다.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도 운하가 아니라고 장담하지 않았나.
-2009년 6월 정부의 마스터플랜을 보면 당초 2.2억 ㎥이던 준설량이 5.7억 ㎥로 늘었다. 최소 수심도 6m로 운하 수심(6.1m)과 유사하다. 정말 운하를 염두에 둔 것을 몰랐나.
▶당시 국토해양부는 100년 빈도의 가뭄과 홍수를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강에 보(堡)를 설치하면 호소화되는 건 상식이지 않나. 그런데도 수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물그릇이 커지면 오염물질이 희석된다.
-지난 1월 감사원은 4대강 사업으로 수질 악화가 우려되고 비효율적인 준설로 유지 관리에 과도한 비용이 든다고 지적했다.
▶보가 물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것은 맞다. 그러나 보 설치에 따른 효용이 더 크다. 낙동강 일부 수질은 좋아진 걸로 알고 있다.
-낙동강 오염원의 70%는 본류가 아니라 지류에서 유입된다. '지류·지천부터 정비하자'는 환경단체의 주장을 반대하지 않았나.
▶본류 하고 나서 지류하면 된다. 나는 가끔 정부에 용역 자문만 했을 뿐이다.
-환경단체는 "일부 학자들이 정부 용역을 수주하는 데 급급해 양심을 버렸다"고 주장하는데.
▶정말 이럴거요? 내가 언제 강을 죽였다고 그래!
감사원 감사에서 빠진 게 있다. MB 정부가 호언장담했던 일자리 34만 개 창출과 생산유발효과 40조 원에 대한 검증이다. 민주당 최영희 전 의원의 조사 결과를 보면 2010년 한 해 동안 고용보험이 적용된 일자리는 상용직 기준으로 1492개(일용직 포함 4164개)에 불과했다. 당시 정부는 "최 의원이 일부 사업장의 고용보험 적용 대상자만 따졌다"고 반박했으나 아직까지 고용효과 자료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초기부터 사회적 논란이 컸다. 찬성론자들은 환경단체를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고 매도하기도 했다. 당시 기자의 취재수첩에는 조금 엉뚱한 메모가 적혀 있다. "22조 원이면 24평 아파트 10만 채 이상을 지어 무주택자에게 임대할 수 있다" "열악한 지방정부의 재정에 숨통을 틔워줄 수도 있다" "복지재원으로 쓰는 건 어떨까" "당장 신공항 4개는 만들 수 있다"….
A는, 그의 항변대로, 강을 죽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5년 전 그의 주장은 틀린 것 같다. 수질도, 일자리도, 경제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22조 원을 좀 더 나은 곳에 쓸 기회를 막는 데 숟가락을 올린 것은 분명하다. 박근혜정부의 106개 지방공약 재원이 124조 원이다. 국민을 네 편, 내 편 가르지 않고도 22조 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너무 많다.
'영혼없는 공무원'만큼 '영혼없는 전문가'가 미치는 해악은 크다. 전문가 말도 가려들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