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다 된 죽에 코 빠트리기 /강동수

문화행정의 민간화, 구호는 요란한데 여전한 낙하산 인사

부산시는 애초 약속 제대로 지켜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요즘 부산시의 문화 기관장 인사를 보니 '다 된 죽에 코 빠트리기'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지역 문화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서울 문화의전당에서 일했던 인사가 부산문화회관장으로 결국 취임했다. 곧 선임될 부산비엔날레 운영위원장 자리도 낙하산 인사가 꽂힐 거라는 추측이 난무한다. 부산문화재단의 이사장은 또 어떤 사람이 꿰차게 될까. 몇 달 전 문화행정의 민간 주도를 내세우며 부산문화회관장을 개방직으로 전환하고 부산시장이 겸임했던 부산문화재단의 이사장 자리를 민간에 넘기겠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부산시가 모처럼 용단을 내렸다는 칭찬이 자자했던 터다. 경륜과 열정을 갖춘 새 인물이 수혈될 거라는 기대도 컸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 보니 '그게 아니올시다'가 아닌가. 서울 사람이 부산에서 일하지 말란 법은 없다. 유능한 인재의 영입이라는 포장을 씌울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지역 인사를 먼저 찾아보는 게 순서 아니겠는가. '버스 지나가고 손 흔들기' 격이 됐지만 이번 부산문화회관장 선임 과정 역시 개운찮은 뒷맛을 남겼다. 채용 면접에 들어간 심사위원 5명 중에 부산시의 국장이 2명이나 됐다고 한다. 나머지 민간위원도 시가 선정한다. 인선 과정도 철저히 비공개로 일관했다. 글쎄, 이쯤이면 사실상 관선이 아닌가. 이럴 바엔 공무원이 마르고 닳도록 해 먹지 뭐하러 민간에 넘긴다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한두 번이 아니니까 이런 소릴 하는 거다. 재작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서울과 인근 도시에서 공연장 대표를 오래 했던 인사가 부산시의 한 문화기관 책임자 공모에 응했다. 그는 추천위원회에서 단 한 표도 얻지 못했다. 그랬는데 반 년이 안 돼 부산의 또 다른 문화기관장 자리를 꿰찼다. 임명 배경을 놓고 뒷말이 오갔을 밖에. 다른 공모에선 한 표도 얻지 못한 이가 어떻게 갑자기 유능하고 경륜 있는 인사로 인정을 받게 됐는지 도무지 모를 노릇이다.

부산비엔날레 운영위원장 자리만 해도 그렇다. 응모자 7명 중에 추천위원회에서 3명이 최종후보자로 낙점됐다고 한다. 스펙이 화려한 서울의 인사도 들어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이는 이명박 정권 때 '코드 인사'로 중요한 자리를 맡은 전력이 있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가 노무현 정권이 임명한 전임자를 임기가 남았는데도 몰아내고 만든 자리였다. 전 정권에서 오랫동안 노른자위를 차지했던 사람이 무슨 미련이 남아 새삼 부산까지 오겠다는 걸까. 나이도 적지 않은 터에.

서울에서 이 자리, 저 자리 맡은 사람들은 겉으로야 이력이 화려해 보인다. 경험과 경륜이 있는 이라고 내세우기도 편할 게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어 더는 앉을 자리가 없어진 사람까지 굳이 모셔올 필요가 있을까. 그것도 문화계 보수-진보 갈등의 정점에 있었던 분을 말이다. 이런 불평을 하면 '조자룡 헌 창 쓰듯' 내미는 소리가 있다. 지역에 쓸만한 인재가 없다는 거다. 하기야 아주 틀린 소리도 아니다. 이번에도 지역에서 오래 감투를 썼던 이들이 다수 지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자리, 저 자리 오가며 만든 경험과 경륜만 내세운다면 새 피는 언제 수혈하고 지역 인재는 또 언제 키우나. 걸핏하면 타지에서 사람을 불러다 쓰는 데다 지역의 관변 문화인 몇 사람이 이 감투, 저 감투를 돌려쓰다 보니 인재난이 생긴 게 아닌가. 부산시는 책임이 없단 말인가.

이대로라면 부산문화재단 이사장이나 부산국제연극제 집행위원장 선임을 두고도 이런 저런 뒷말이 나올 게다. 자천 타천으로 들이대는 사람들도 나올 게 틀림없다. 이번에도 '그 나물에 그 밥'인 사람들이 감투를 쓴다면 부산시가 모처럼 내세운 문화행정의 민간 주도란 수사 역시 퇴색하기 십상이다. 이왕 민간화로 가겠다면 추천위원회부터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이들로 채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부산시가 선임 과정에 일절 간여하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다. 이력서 들이대는 사람보다는 손사래 치는 이를 찾아내 삼고초려하면 더 좋을 터. 진짜 일할 만한 사람들은 감투 찾아 다니지 않는 법이다.

곧 부산비엔날레 운영위원장 자리가 결정된다. 칼자루를 쥔 부산시가 과연 화룡점정을 할 건지, 아니면 다 된 죽에 또 코를 빠트릴 건지 시민과 문화계가 지켜보고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교대역 ‘35년 터줏대감’ 한양프라자 역사 속으로…
  2. 2부산시 “가덕, 중추공항화 건의”
  3. 3가덕신공항 공법 3월에 결론낸다
  4. 4치질 수술, 고무줄 대신 ‘바나나클립’으로 치핵 묶어 출혈 잡았다
  5. 5통학로 정비 빛나는 협업…해운대 운봉초 5개월 만에 안전 찾았다
  6. 6수술대 오른 ‘실업급여’…현금 지원 대폭 줄인다
  7. 7‘TK신공항’ 놀란 부산 여권 “가덕신공항 조기개항 총력전”
  8. 8스마트나라요양병원- 노인성 질환·암 양한방 협진 치료…낙동강 뷰에 호텔급 편의시설
  9. 9어르신들, 키오스크 앞에서 당황마세요
  10. 10“일본 등 견학, 자존심 건 투자…요양병원 패러다임 바꿀 것”
  1. 1가덕신공항 공법 3월에 결론낸다
  2. 2‘TK신공항’ 놀란 부산 여권 “가덕신공항 조기개항 총력전”
  3. 3‘신공항 치킨게임’ 부산 국힘·부산시 규탄 목소리
  4. 4與전대 최고위원 레이스도 후끈
  5. 5유승민 국민의힘 대표 불출마…“폭정 막을 것”
  6. 6대통령실 방통위 감찰 이어 공영방송 이사진 줄소환 예고...타깃은?
  7. 7"또 다시 검찰과 전쟁?"...민주당 추가 검찰개혁 논의 시동
  8. 8여야 120명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 출범…선거제 개편 첫발
  9. 9李 “오라니 또 간다, 대선패자의 대가” 檢 탄압 프레임 부각
  10. 10윤 대통령 부부, 오늘 캄보디아 소년 로타 만난다
  1. 13월 말부터 규제지 다주택자 LTV 최대 30% 허용..."효과는 글쎄..."
  2. 2국적선원 8년새 12% 줄어…산학관 해법 찾는다
  3. 3삼성전자 반도체 겨우 적자 면해 '어닝 쇼크', 주가도 약세
  4. 4지난해 12월 부산지역 주택매매 거래량, 전년 동기 비해 ‘반토막’
  5. 5기아의 니로EV, ‘가장 안전한 차’로 뽑혀
  6. 6금리·물가·환율 ‘3고’…시중은행 연체율 꿈틀
  7. 7'어닝 쇼크' 삼성전자 "인위적 감산 없다" 재확인
  8. 8해수부, 청년 대상으로 어선 임대사업 시행
  9. 91인 가구 청년 절반 이상 “불규칙한 식사가 가장 큰 골칫거리”
  10. 10삼성중공업 흑자전환 예고, 9년 만에 턴어라운드 할 지 주목
  1. 1부산교대역 ‘35년 터줏대감’ 한양프라자 역사 속으로…
  2. 2부산시 “가덕, 중추공항화 건의”
  3. 3통학로 정비 빛나는 협업…해운대 운봉초 5개월 만에 안전 찾았다
  4. 4수술대 오른 ‘실업급여’…현금 지원 대폭 줄인다
  5. 5어르신들, 키오스크 앞에서 당황마세요
  6. 6부산교대도 등록금 4% 인상...동아대 이어 2번째
  7. 7“김해 의생명산업 특화, 국내 4대 거점 도약 포부”
  8. 8“에듀테크 활용…부산형 교육사다리 만들 것”
  9. 9국민연금 보험료율 15%로 인상? 복지부 “정부안 아니다”
  10. 1050년간 유지한 경남 시·군 택시부제 잇달아 해제… 승차난 해소될지 관심
  1. 1황성빈 140% 인상, 한동희 ‘옵션’ 계약
  2. 2김민석 “포지션 상관없이 1군 목표”…이태연 “누구도 못 칠 강속구 만들 것”
  3. 3쇼트트랙 안현수 국내 복귀 무산
  4. 4조코비치 호주오픈 10번째 우승…테니스 세계 1위 탈환
  5. 5“김민재 환상적” 적장 모리뉴도 엄지척
  6. 6아픈손가락 윤성빈, 롯데는 포기 안했다
  7. 7푸틴 훈장 안현수 국내 복귀 실패..."이중국적 해명 뒤 연금 일시불 들통"
  8. 8또 신기록…‘빙속여제’ 김민선 폭풍 질주
  9. 943초 만에 ‘쾅’ 이재성 2경기 연속 벼락골
  10. 10의심받던 SON, 골로 증명한 클래스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불어 살며 지켜가야 할 피란수도 부산
55보급창은 반드시 공원이 되어야 한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낙동강 녹조를 그대로 둘 것인가
표류하는 가덕신공항
기고 [전체보기]
새 단계로 진입한 중국 방역
부산 기업, CES에 가다
기명칼럼 [전체보기]
‘중꺾마’ 벚꽃 대학
스크루지 여사와 1.6%
기자수첩 [전체보기]
학교 신축 공기지연, 노조 탓만 할 수 있나요?
김해시장, 소통행정 이후가 중요하다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한국은 여기까지다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3차 세계화, 우리는 괜찮을까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문화자산을 물려받는다는 것
토착화한 망자를 위한 노래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먼저 온 미래’ 영도에서 2030 부산 해법 찾기
‘부산’이라는 아이 어떻게 키우겠습니까
도청도설 [전체보기]
문화매개공간 쌈
코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너무나 완벽한 음식 식해
여러분 모두 미식가 되세요!
사설 [전체보기]
가덕신공항 약속 이행, 부산 정치권·시장 존재 이유다
부산시 특별연합도 경제동맹도 어정쩡한 눈치보기
세상읽기 [전체보기]
부산진 수상비행장을 아세요?
자동차산업, 정의로운 산업전환
아침숲길 [전체보기]
내게도 다 계획이 있어요
열심히 일한 당신, 쉼이 필요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험난한 선진외교의 길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새로운 해양시대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수평선을 바라보며 동백꽃을 사랑하며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반도에 새로운 국제질서가 등장하고 있다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신정과 설날 사이의 단상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다시 블랙리스트
정치인의 언어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근고지영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새해엔 선거개혁 위한 결단 기대한다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이태원 연가
특별기고 [전체보기]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노엘합창단
절대음감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풍곡 성재휴의 ‘배암 나와라’
석촌 윤용구의 ‘노근란’
CEO 칼럼 [전체보기]
초고령 선진국에 걸맞은 변화
자율주행의 위기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