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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윤 칼럼] 패착의 끝

정상회의록 공개, 새누리에 부메랑돼

"NLL 포기 아니다" 국민들의 독해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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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하고 무안스러운 일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새누리당의 집요한 깎아내리기, 막말 공세는 도를 넘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북방한계선 상납, 북핵 두둔, 14조 원 퍼주기, 한미동맹 와해공모 등 칠거지악을 저질렀다"고 악담을 퍼부었다. 대변인들 역시 상납이니 굴종이니 극단적 용어들을 동원하면서 연일 비방전에 나섰다. 그들의 논법대로라면 노 전 대통령은 천추에 씻을 수 없는 죄,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그들이 비약과 억측으로 전임 대통령의 죄를 강변할수록 '지독한 난독증'만 드러낼 따름이다. 이미 이 싸움의 행로가 끝을 보이고 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갈수록 날을 세우는 거친 언사에서 이성의 모습을 발견하기 어렵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국정조사에 대한 국면전환용 카드로 꺼내들었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의 후폭풍을 감당하지 못해 버둥거리는 형국이 안쓰럽기조차 하다.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선거개입 혐의로 기소한 이후 여야의 기싸움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대단원을 향하고 있다.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둘러싼 여야의 팽팽한 대치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로 돌출됐고, 노 전 대통령의 NLL(북방한계선)발언 진의를 둘러싼 공방으로 이어졌다. 그 와중에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캠프의 선거총괄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의원의 회의록 입수 발언이 튀어나오고, 종합상황실장이던 권영세 주중대사의 'NLL 대화록 활용' 녹음파일이 나타나면서 급기야 정권연장을 위한 여당과 국정원 간의 커넥션 의혹으로 번졌다.

새누리당이 문제의 본질임을 극구 내세웠던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 의혹에는 과장과 왜곡, 선입견이 개입되면서 설득력을 잃었다. 앞뒤 문맥을 잘라버린 국정원의 발췌본을 근거로 보수언론과 연합해 대대적 공세를 펼쳤지만 국민들의 독해는 그들의 바람과 동떨어진 결과로 나타났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국민 절반 이상이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갤럽조사 결과 53%가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NNL 포기가 아닌 것으로 응답했고,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는 63%가 포기 발언으로 단정하는 것은 어렵다는 답변을 했다.

오히려 회의록 전문에 나타난 노 전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에 대한 열망과 적극적인 대북 설득의 의지가 도드라졌다. 분단의 극명한 대치지대인 서해안에 평화협력지대를 만들어 경제적으로 남북이 윈윈하는 원대한 한반도 평화 구상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물론 이러한 평화지향 정신이 이명박 정부와 북한의 극단적 대결로 빛을 바랬으나 한반도의 영구평화와 안정으로 가는 해법으로서 갖는 의미는 여전하다. 새 정부가 내놓은 비무장지대 평화공원 구상 역시 그것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새누리당이 회심의 카드로 빼든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는 끝내 패착이 됐다. 평소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보수의 미덕까지 팽개쳐버린 결과를 가져왔다. 당내에서도 지도부의 일방통행식 행보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정상회담 문건을 공개하는 것이 툭하면 입에 올리던 국제적 기준에 합당한 것인지, 앞으로 대외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까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설 자리를 잃었다는 게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상대방을 쓰러뜨리기 위해 날려 보냈던 'NLL의 비수'가 '대선 커넥션 의혹'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외교적 수사까지 무리하게 왜곡하면서 억측과 과장으로 전임 대통령을 종북으로 몰아붙이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과연 어느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겠는가. 색깔공세에 공조했던 보수 신문들조차 지금에 와서는 여야를 싸잡아 비난하면서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마당이다.

당장 어지러운 책략을 멈추고, NLL 포기 의혹에 대한 국민들의 독해를 존중할 때다. 집권당답게 국정원 국정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 선거개입 의혹을 철저히 밝혀내고, 국기문란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그리고 왜 국정원과 기습적으로 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했는지, 대선 전 회의록 유출 경위와 국정원과의 커넥션 의혹에 대해서도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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