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해양경찰청장 3명이 줄줄이 구속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9대 강희락, 10대 이길범에 이어 11대 모강인 전 청장까지 구속됨으로써 해경은 얼굴을 들 수 없게 됐다. 강·이 전 청장은 건설업자로부터, 모 전 청장은 해상 면세유 판매업자로부터 각각 뇌물을 받는 등 죄질도 낯부끄러울 지경이다. 해경이 어떻게 조직을 추스르고 국민 앞에 나설지 걱정스럽다.

해경청은 2005년 청장 계급이 치안정감에서 치안총감으로 상향 조정됐다. 경찰청과 마찬가지로 차관급 기관으로 격상됐다는 것은 해경의 권한과 임무가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뜻이다. 갈수록 도를 더하는 중국어선들의 불법 조업이나 중국산 농수산물의 불법 반입을 단속하는 것은 물론 독도를 수호하고 영해를 지키는 임무 등 현실적으로 해경의 중요성이 막중해진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장들이 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줄줄이 구속된 것은 해경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스스로 저버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해경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구속된 전임 청장들이 모두 경찰 출신이며 해경에서는 청장직만 수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굴러온 돌이 해경 조직에 불명예만 끼쳤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해경 내부에서 나오는 듯하다. 그렇다고 해경의 책임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해경은 전반적인 기강 해이 현상이 심각한 상태다. 지난해 국회 국토해양위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토부 소관 기관별 각종 비위, 성범죄, 범죄 발생 건수를 확인한 결과 해경이 전체 597건 중 120건으로 1위로 나타난 바 있다.

해경처럼 단기간에 조직과 위상이 급격히 확대된 조직의 경우 기강 해이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그런데도 처벌이 미흡해 재발이 끊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해경 자체적으로 감사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도 해경의 기강 확립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올해는 해경 창설 60주년이다.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해경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