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민을 충격에 몰아넣었던 원전부품 비리가 또 적발됐다. 이번엔 이미 납품된 부품을 빼돌려 업체에 넘긴 다음 다시 납품을 받는 '봉이 김선달식' 수법이었다니 더 놀랍다. 지난해 터진 부품 비리사건 수사의 연장선상이기는 하지만 2006~2011년 장기적, 조직적으로 저질러진 범죄인 만큼 (주)한국수력원자력의 도덕적 해이가 다시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부산지검이 구속 기소한 한수원 직원들의 부품 비리는 그 수법부터 상상을 초월한다. 저압터빈밸브, 재킹오일펌프 등 이미 납품받은 부품세트 여러 개를 빼돌려 납품업체들에게 되넘겨주면 업체는 새것인 양 수십억 원을 받고 재납품하는 수법이다. 하자 있는 제품을 슬쩍 밀어넣는 차원을 넘어 통째로 훔쳐다가 팔아 먹었으니 이건 숫제 내부자에 의한 절도 행위 아닌가. 뇌물을 받고 불량품을 정품인 양 검사승인한 사례 역시 이번에도 빠지지 않았다. 그런 판에 한수원은 해당 납품업체 한 곳에 억대의 협력연구개발비까지 줬다니 청맹과니와 다를 바 없었던 셈이다.

한수원은 이번 사건이 지난해 부품비리 수사 이전에 발생한 비리라고 안일하게 넘겨서는 안 된다. 개별 발전소 담당자가 발주하던 것을 본사 통합구매부서에서 일괄적으로 구매하는 등 비리대책 시스템을 도입했으니 이젠 비리가 근절될 것이라고 자신할 일도 아니다. 캐도 캐도 끝없이 나오는 판이니 또 어떤 사건이 추가로 드러날지 모른다. 이번 사건은 한수원의 내부 기강 붕괴와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례가 아닌가.

한수원은 제품 검증 및 구매 시스템에 허점이 없는지 두 번, 세 번 점검하고 보완할 일이다. 내부 감찰 체계도 더 강화해야 한다. 검찰과 감사원도 추가 비리가 없는지 샅샅이 캐내야 하겠다. 원전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커지면서 원전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요구가 거센 마당이다. 한수원은 이런 비리 사건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임을 명심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