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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용산, 그 허망한 신기루 /강동수

4년 전 참사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정부·지자체·재벌이 합작했던 저 처참한 부동산 투기극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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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2009년 1월 19일 서울 용산에서 일어났던 일 말이다. 정월대보름 달집처럼 시뻘건 화염에 휩싸인 5층 건물 위의 컨테이너 망루. 도심 하늘에 검은 연기가 치솟고 벌건 불티가 바람을 타고 날아다녔다. 물대포가 분수처럼 치솟고, 크레인에 올라탄 경찰특공대가 무차별로 진압봉을 휘두르고, 농성자들이 화염병을 던지고…. 경찰의 강제 진압과 철거민들의 저항이 아비규환을 일으킨 그날 5명의 철거민과 1명의 경찰이 불에 타 죽었다.

그리고 만 4년이 지났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던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처참한 몰락을 대문짝만 하게 보도한 신문 위로 그 겨울의 참경이 잔상처럼 오버랩된다. 총사업비 31조 원을 들여 56만여 ㎡의 부지에 67개의 초고층 상업·문화·주상복합 건물을 짓는다던 곳이다. '제2의 두바이'로 만들겠다던 곳이다. 최첨단, 글로벌, 명품 따위 온갖 수식어를 치렁치렁 휘감았던 이 사업은 52억 원의 부도를 막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자본금 1조 원은 허공으로 사라지고 2조7000억 원의 기업어음도 휴지가 될 판이다. 개발구역에 묶여 6년간 재산권 행사를 제약받았던 주민들도 파산지경에 내몰렸다. 그들은 '단군 이래의 최대 사기극'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을까. 시세차익을 노리고 부나비처럼 몰려든 재벌들, 뉴타운이니 뭐니 일확천금의 환상을 흩뿌리며 사업을 키운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이를 방조한 이명박 정권 모두가 공동정범이다. 코레일이 2006년 금싸라기 땅인 용산 차량기지를 팔면서 이 일장춘몽이 시작된 터다. 코레일은 삼성물산 컨소시엄에 땅을 팔면서 출자까지 하는 무리수를 저질렀다. 서울시장은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에 이 사업을 끼워넣어 눈덩이처럼 키웠다. 부동산 경기는 좋았고 두바이의 환상은 손에 잡히는 듯했다. 그러나 욕심이 화를 불러오는 법. 사업 규모가 커진 만큼 금융비용이 갈수록 늘어났고 착공은 계속 늦춰졌다. 부동산 거품이 꺼져가자 삼성물산은 영악하게 손을 털었다.

개발지구에 묶인 서부이촌동은 지금 폐허처럼 썰렁하다. '점포 정리' 쪽지가 건물마다 나붙었고 식당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주민들은 "이러다간 제2의 용산참사가 터질 것"이라고 공공연히 되뇌고 있다고 한다. 4년 전 참사가 일어났던 인근 용산 4지구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여섯 명의 목숨을 앗아간 남일당 건물은 지금 주차장이 돼 있다. "주차장 만들려고 우리 부모와 형제를 죽음으로 몰고 갔느냐"는 유족의 분노만 귓전에 메아리친다.

누가 뭐래도 용산참사는 이명박 정권의 원죄가 아닌가. '747 공약'이니 뭐니 지상낙원을 만들어 줄 것처럼 표를 긁어모은 그들이다. 재개발이니, 뉴타운이니 온 국민을 졸부로 만들어 줄 것처럼 엉너리친 그들이다. 건설사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간 건물주들. 보상비를 제대로 쳐달라는 세입자에게 폭력을 휘두른 용역 깡패들…. 격렬한 저항이 일어나자 정부는 경찰을 동원해 진압에 나섰다. 그래서 저 끔찍했던 2009년 1월 19일의 아침이 터졌지 않았던가.
'용산 참사'가 우리에게 던진 의문은 이런 것이다. 어떻게 국가가 국민의 탐욕을 부추기는가. 어떻게 국가가 부동산 투기의 바람잡이가 되는가. 빈 손으로 쫓겨나지는 못하겠다고 몸부림치는 국민에게 어떻게 국가가 몽둥이를 휘두르는가. 용산국제업무지구는 4년 전 불타오른 남일당 망루의 복사판이다. 아니, 일확천금의 환상을 유포하며 온 나라를 들쑤신 그 숱한 재개발사업의 민낯이다. 용산은 서울에만 있는 게 아니다. 부산, 대구, 광주 도처에 있다. 국가가 천민자본주의의 방패 노릇을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 모두가 탐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정부와 지자체, 재벌이 공모한 재개발 사기극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용산 세입자들의 절규는 전국 어디에서든 터져나올 것이다.

그런데도 전임 대통령은 "꽃 피는 계절이 오면 자전거를 타고 4대강변을 둘러보고 싶다"고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다. 오세훈 전 시장은 시치미 뚝 떼고 대형로펌의 고문변호사로 옮겨 앉았다. 신기루가 걷힌 용산엔 "화염병이나 들고 거리로 나설까 보다"란 주민의 절규가 휑한 빈 땅에 굴러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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