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중현상은 현대를 사는 우리 한국인들에게 가장 큰 아픔이다.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인구밀집 현상 때문에 삶의 질은 점점 떨어지고, 지방은 지방대로 상대적 박탈감과 일자리 부족으로 더 한층 팍팍한 삶을 살게 되었다. 언제부턴가 지방을 대표하는 국립대의 위상도 날개 없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대학교 선생으로서 가장 가슴 아픈 사실은 젊은 학생들이 무조건적으로 서울을 동경한다는 것이다. 음악을 가르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서울에 대한 동경을 말릴 수 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음악적 기회의 면에 있어서 지방과 서울의 격차는 단순히 상대적이라고만 하기에는 너무나 절대적이다.
미국에서 흔히 말하는 기획사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이후다. 당시는 인종차별이 심하던 바, 음악적 재능은 흑인에게 있으되 인기는 흑인 음악을 흉내낸 백인이 얻었다. 이때 나타난 사람이 베리 고디(Berry Gordy)라는 흑인이다. 그는 1959년 디트로이트에 모타운(Motown)이라는 기획사를 설립하고 흑인 뮤지션들을 길러내기 시작한다. 이를 통해 흑인들이 미국 대중음악의 전면에 나서게 되고 엘비스 프레슬리 등 백인들이 갖고 있던 음악적 주도권을 가져오게 된다. 이때 그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역사상 최초의 걸그룹인 다이아나 로스가 속했던 슈프림스(supremes)는 12개의 빌보드 넘버 원을 갖고, 'The Supremes A Go-Go'라는 앨범은 당시 세계적인 유명세의 비틀즈를 끌어내리고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게 된다. 모타운은 후에 45개의 음반 레이블을 거느리고 라이오넬 리치, 스티비 원더, 마이클 잭슨을 비롯한 수많은 뮤지션을 키워낸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이 모타운이 1972년에 캘리포니아 LA로 이전하게 된다. 당시의 주류 음악은 시카고를 거쳐 뉴욕에 정착되었고, 뮤지션이 되려면 뉴욕으로 가야하는 것은 상식이었다. LA는 뉴욕에서 가장 먼 도시이며 날씨가 좋아 벌써 할리우드가 들어서 영화산업이 부흥했다. 모타운이 이사오기 전에 LA를 중심으로 비치보이스 등이 '설핀 사운드(Surfin sound)'라는 음악스타일을 히트시키고 있었고, 일단의 재즈뮤지션이 빡빡한 뉴욕이 아닌 캘리포니아로 모여 들었다. 캘리포니아는 상대적으로 인종차별이 덜한 곳이라는 매력도 있었으리라. 여기에 모타운은 재능있는 흑인 음악가들을 거느리고 들어와서 끓기 직전의 LA의 음악환경을 끓게 만들었고, 이 시너지 효과가 서부전역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지금 LA의 유명한 사립대학인 USC는 미국의 가장 경쟁력있는 영화음악 전공학과를 갖고 있으며, 캘리포니아는 영화와 음악이 결합된 파급효과로 인해 소프트웨어와 게임 등 각종 문화산업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다. 이제 캘리포니아는 동부와 더불어 명실공히 미국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는데,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영화산업과 대중음악 산업이 그 원동력이다.
부산은 350만 인구의 대도시이며, 900만 배후 인구를 갖고 있다. 해마다 여름에 1000만 명이 방문을 하며, 한국에서 가장 좋은 경치와 날씨를 갖고 있다. 또한 부산국제영화제가 개최되며 영화진흥위가 부산에 오기로 결정된 상황이다. 현재 남양주에 있는 영화세트장도 부산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부산에서 더 많은 영화가 제작될 것이다. 하루빨리 촬영과 더불어 영화 후반작업을 부산에서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더불어 여기에 음악 산업이 결합된다면 부산이 대한민국 문화수도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부산이야말로 베리 고디와 같은 음악 기획자를 유치하든지, 키워내든지 해야한다. 우리나라의 3대 가요 기획사중 하나라도 부산에 유치된다면 도시의 관광이나 문화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더불어 부산에 인디밴드들이 똬리를 틀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또한 이들을 키워낼 수 있는 제작자를 육성해야 한다. 시에서는 부산만의 독특한 음악산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부산의 음악, 더 나아가 문화산업을 발전시킬 계획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제2의 도시라는 타이틀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한 부산의 활로는 관광과 문화 산업이다. 부산은 문화산업을 통해 다시 부활해야 한다. 부산이 대한민국의 문화수도가 될 날을 고대한다.
동의대 음악과 교수·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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