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의 수려한 하천과 계곡이 수해 복구의 명분으로 마구잡이로 훼손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 몇 남지 않은 청정지대가 포클레인과 불도저의 삽날 아래 망가지고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눈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던 계곡이 잿빛 시멘트로 잠식되는 것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무겁다. 거액의 예산을 들여서 자연재해를 복구하는 일이 도리어 풍광과 생태계를 망친다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11년 태풍 무이파로 피해를 입은 하동군 화개면 탑리~범왕리 3.4㎞ 구간은 복원 공사로 풍광과 생태가 크게 훼손됐다. 거대한 돌덩이와 시멘트로 제방을 쌓고 강바닥은 잡석을 넣은 철망을 깔았다. 청정계류로 뭇사람의 사랑을 받아 왔던 화개천의 아름다운 모습을 더 볼 수 없게 된 셈이다. 화개천 계곡 곳곳을 잠식한 펜션과 회색빛 구조물에 망가진 하천이 지리산의 비경 한 자락을 무너뜨린 것이다.
하동군 횡천면 남산천은 하천 너비를 넓히려고 강바닥을 긁어내고 콘크리트 옹벽을 치고 전석으로 제방을 쌓았다. 공사를 하면서 물길을 마구 돌려 물고기 산란장이 파괴되는 등 2차적 생태계 피해 또한 심각하다. 함양군 마천면 추성계곡의 경우 무분별한 재해 복구가 어떤 폐해를 불러오는지 잘 보여 준다. 완공 1년도 채 되지 않아 제방 아랫부분에 세굴현상이 생기는 등 붕괴 위험에 처했다. 지리산 일대 하천복구 공사가 상식을 벗어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자연재해를 예방하고 복구하기 위해 하천의 제방을 쌓고 정비하는 일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생태적 고려 없이 무리하게 파헤치고 시멘트 범벅을 만드는 것은 삼가야 한다. 자연을 거스른 마구잡이 복구는 풍광을 망칠 뿐 아니라, 그곳에 깃들어 사는 숱한 생명붙이의 터전을 황폐화시킨다. 충분한 환경성 검토 등으로 더는 '자연을 파괴하는 복구'가 되지 않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당장은 지리산 일대 하천 복구공사에 대한 대대적 점검이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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