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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도청도설] 레슬링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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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스포츠. 구약성서 창세기에는 야곱이 천사와 레슬링을 하는 대목이 나온다. 여기서 이긴 야곱은 '승리한 자'라는 뜻의 '이스라엘'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그리스신화에서 제우스는 아버지 크로노스를 레슬링 대결에서 꺾고 신들의 왕이 됐다. 이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만든 것이 올림픽 경기의 시초. 그리스-로마에서 유행하던 그레코로만형 레슬링은 허리 아래 공격을 금지하는 고전적 스타일이다. 하체 공격도 가능한 자유형은 11세기 영국 랭카셔 지방에서 오늘날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레슬링은 가장 인간적인 스포츠. 경기 내내 몸을 맞대고 서로의 숨소리와 땀내까지 느낀다. 상대에 대한 동료애와 우정이 남다를 밖에. 1979년 이란 혁명과 미국대사관 인질 사태로 끊어졌던 미국-이란 관계에 변화의 단초를 마련한 것이 '레슬링 외교'다. 1998년 이란에서 열린 국제레슬링대회에 미국 선수단이 참가했다. 미-중의 핑퐁외교에 비해 양국 관계가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1520년 프랑스의 프란시스 1세와 영국의 헨리 8세는 프랑스 금직평야에서 레슬링 시합을 했다. 프란시스 1세가 헨리 8세를 집어던졌다는 기록이 전한다. 양국 국왕은 레슬링을 통해 스페인 찰스 1세 견제의 우의를 다졌다고.
레슬링의 올림픽 퇴출은 의외다. IOC 집행위 이사 14명이 런던올림픽 26개 종목을 대상으로 실시한 퇴출 결정 투표는 모두 5차례였다. 1표 이상이 나온 종목은 레슬링, 하키, 근대5종, 카누, 태권도 등 다섯개. 카누 태권도가 차례로 살아남고 결국 레슬링이 단두대에 올랐다.

레슬링은 가장 실전적인 스포츠다. 격투기 선수들을 대상으로 '어느 종목이 가장 강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 레슬링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처럼 자타가 공인하는 '최강 싸움꾼' 레슬링이 정작 중요한 퇴출 무대에서는 속절없이 KO패를 당한 꼴이 됐다. 레슬링으로서는 오는 9월 IOC총회가 올림픽 재진입의 마지막 기회. 올림픽 원조 종목 레슬링이 스쿼시, 롤러스포츠, 스포츠 클라이밍, 웨이크보드 등 신생 스포츠들과 올림픽 정식종목 경쟁을 다투는 신세가 됐다니 믿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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