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 중인 대학생 수가 100만 명에 이르고, 청년고용률은 외환위기 때 수준인 40%대로 떨어졌다는 통계가 작년 연말 나왔다. 향후 5년간 국정을 책임질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됐고 선거기간 청년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공약이 제시됐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젊은이들이 사회에 진출해 활동할 기회를 잃는다면 나라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새해에는 다양한 방면에서 구체적인 청년실업문제 해결책이 강구돼야 한다. 이의 일환으로 협소한 국내에서 한정된 취업의 문을 두드리기보다는, 다양한 수요가 존재하는 해외에 진출해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갖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유도할 필요가 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청년실업 해소 방안으로 젊은이들을 글로벌 기업가로 키우자고 역설해 왔다. 그는 지난해 아주대 강연에서 대학생들에게 국내에서 어렵게 일자리를 찾으려 하지 말고 해외로 나가라고 강조했다. 얼마 전 김 회장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대우세계경영연구회'를 통해 청년기업가 1기생 33명을 길러 냈고, 대부분 포스코·CJ푸드빌 등 해외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현지 법인에 취업했다. 세계적인 기업을 경영해본 원로의 이런 움직임은 참으로 바람직하다. 정부도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같은 기구와 연계해 젊은이들에게 해외 시장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조선시대에는 외세 침탈을 막는다면서 섬을 비워두는 공도정책(空島政策) 등을 시행해 백성이 바다로 나가는 자체를 막았다. 그 결과 해외로 진출하지 못하고, 세계적인 흐름도 모른 채 당파 싸움 끝에 나라가 망했다. 반면 우리나라가 오늘날 이 정도의 발전을 이룬 데는 1960년 이래 세계 각지에서 활동한 한국인의 땀과 눈물이 큰 토대가 됐다. 값싼 섬유 제품과 신발류를 출혈 수출한 소기업인, 북태평양 얼음바다에서 고기를 잡은 원양어업인, 사막의 모래바람을 견뎌낸 중동 건설 근로자, '용병'이라는 비아냥까지 감수했던 월남 참전 용사들의 피와 땀이 나라 경제의 기틀을 마련해 주었다.
일본이 지금처럼 무기력하게 된 데는 유학생을 비롯해 해외로 진출하는 젊은이들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기업과 직장인들이 고생되는 오지 근무를 회피하는 등 헝그리 정신의 부재에 있다고 자탄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오지에 있는 지사나 상사들을 대거 철수시킬 때 우리 기업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현지법인을 유지해왔다. 오늘날 우리가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지에서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도 그 덕이다.
몇 년 전 터키 이스탄불 여행 때 있었던 일이다. 현지 우리 기업인에게 터키 바로 옆에 붙은 그루지야를 둘러볼 계획이라고 했더니 "고생스럽게 그런 나라엔 왜 가느냐"고 되물었다. 터키에서 지척인 그루지야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고 그곳에서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는 그 기업인을 보면서 우려스러움이 앞섰다. 우물안 개구리를 자처하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지만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젊은이들이 세계를 향한 도전정신과 주변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를 잃는다면 우리의 미래도 낙관할 수 없다. 혹독한 시장경쟁에서 단련되고 거기서 나오는 새로운 도전정신이야말로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다. 물론 우리 청년들이 낯선 나라에 진출하기는 쉽지 않다. 청년들이 세계에 진출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사회 각계각층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해외에 진출할 나라의 다양화도 필요하다. 중앙아시아 최고의 사립대학인 카자흐스탄 키멥(Kimep·경제경영 전문대학)의 총장인 한국계 미국인 방찬영 씨는 한 인터뷰에서 "한국 대학생들은 시야를 넓혀 다양한 국가로 진출해야 한다. 왜 포화상태인 미국만 고집하느냐"고 충고한 바 있다. 중국을 대국굴기(大國屈起)로 이끈 덩샤오핑 전 국가주석은 세계에 퍼져 살고 있는 화교들의 존재가치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떨어진 곳에 뿌리를 내리고(落地生根), 낙엽이 되면 뿌리로 돌아온다(落葉歸根)'며 중국 젊은이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장려했다. 우리 지도층이 명심해야 할 메시지다. 우리나라 밖에 나가 살면서 활동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새로운 애국자이다.
법무법인 국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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