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이면 우리 공단은 소득, 재산, 자동차 등 보험료 부과자료 변동분을 반영하여 보험료를 산정한다. 소득이 줄거나 재산을 매각하여 보험료가 내리는 세대가 있는가 하면 새로운 소득·재산이 생겼거나 재산 과세표준액이 늘어나면 보험료가 올라가는 세대가 있다. 이 중 보험료가 오른 민원인이 더러 공단을 방문하여 불만을 쏟아내곤 한다. 얼마 전 초로의 부부가 사무실로 찾아왔다. 부부는 지역대상자인데 보유한 재산의 과세표준액이 작년보다 더 올랐다는 이유로 그만큼 덩달아 건강보험료가 인상된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재산 가치가 다소 올랐지만 이것이 곧 소득으로 환가되는 것은 아니어서 노부부는 보험료를 부담하기가 버겁다고 했다.
사실 공단의 보험료 부과체계에 대해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원리, 즉 '수준에 맞게 보험료를 부담하고 혜택은 똑같이'라는 전제를 충족하고 있는지, 또 지역과 직장가입자 간 형평성 체계가 잘 작동하는가 하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예를 들면 소득은 없으면서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자녀 등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재되면 보험료를 부담하지 않는다. 그러나 재산이 없어도 작은 구멍가게라도 꾸려서 소득이 발생하면 직장에 다니는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재될 수 없어 별도의 지역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또 직장을 다니다가 퇴직하여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 수입이 없는데도 집이나 자동차가 있다는 이유로 그만큼 보험료를 더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부과기준의 불공정성 문제는 국민의 불만을 유발시킬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하고 있다. 공단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올 1월에는 건강보험 제도의 전반적인 문제를 짚어보고 그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쇄신위원회를 구성하여 6개월 동안 그 해법을 마련하여 현재 공론화 과정을 밟고 있다. 쇄신방안 중 하나인 '소득기준의 보험료 부과체계 단일화 방안'은 전문가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소득 기준의 보험료 부과체계 단일화 방안의 핵심은 지역·직장, 의료보호 구분 없이 모든 가입자에게 파악된 소득만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고, 이에 추가하여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주세 등 소비세의 0.51%를 건강보험 재정으로 확충하자는 것이다. 이 방안에 대해 우리나라는 소득파악률이 낮아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현재 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소득파악률은 80%에 육박한다. 법률상 제도가 개정되면 공단이 보유하지 않은 일용근로소득, 양도·상속·증여소득, 퇴직소득, 그리고 4000만 원 이하의 금융소득 자료를 부과자료로 활용할 수 있어 소득파악률은 90~95%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하나는 소비를 기준으로 건강보험 재원을 걷는 경우 소득 역진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런데 서민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쌀, 연탄, 채소, 생선 등 생필품에 대해서는 부가세가 부과되지 않고, 소득수준에 비례해서 소비가 이루어진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이므로 소득역진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소득 기준 부과체계로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80~90%의 세대는 보험료가 내려가고 소득이 많은 일부 계층만 보험료가 인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보험료 부담의 공정성과 형평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요즘은 자동화로 기계가 대신 일을 하기 때문에 근로자의 부가가치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소득뿐만 아니라 소비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며, OECD도 이를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 흐름에 발맞춰 보험료 부과체계를 바꿔야 할 때다.
공단이 마련한 '소득중심의 보험료 부과체계 단일화 방안'은 국회, 언론, 학계 등으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공단 홈페이지 국민토론방을 통해 수렴한 국민의견 역시 80%가 찬성하고 있다. 공단은 앞으로도 소득중심의 보험료 부과체계 단일화 방안 등 '실천적 건강복지 플랜'이 채택되고 실현될 수 있도록 더욱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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