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의 앞날이 험난하다. 지난 21일 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진로를 모색했지만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난파한 당의 수습 방안을 놓고도 논의가 분분하다. 범 야권 개편의 필요성은 다들 인정하지만 방법론에선 이견도 노출되고 있다. 결론부터 앞세우자면 단순한 리모델링으론 안 된다. 완전히 새 그릇을 빚어야 한다.
문재인 전 후보가 "지지해 주신 국민께 죄송스럽고 역사 앞에 큰 죄를 지었다"고 밝힌 대로 민주당은 우선 뼈를 깎는 자성부터 해야 한다. "민주당의 힘만으로는 새 정치를, 정권교체를 하기 어렵다"는 자괴 어린 복기도 깊이 새겨들을 일이다. 패배는 했지만 민주당이 얻은 1467만 표, 48%의 득표율은 적은 게 아니다. 하지만 그 표는 민주당만의 표는 아니다. 안철수 전 후보와 진보정당 지지자의 표가 합쳐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당의 간판이나 바꾸는 리모델링 수준이 아닌 야권 전체를 포괄하는 '그랜드 디자인'을 할 때다.
민주당이 명심해야 할 대목은 또 있다. 보수와 진보가 총결집한 이번 선거에서 진보가 100여 만 표 차로 진 것은 현재의 진보 이념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갈수록 노령인구 비율이 커지는 추세도 야당에겐 불리한 대목이다. 낡은 이념 대결로는 필패 구도다. 노년세대와 중도 성향 국민을 아우를 새로운 정치 지형도를 그려내는 게 시급한 과제다. 민주당의 기득권을 전면 해체하고 안철수 전 후보 등과 화학적 결합을 이뤄 완전히 새로운 범야 연합정당을 만들어내야 한다.
행여라도 이해찬·박지원 체제가 부활한다면 민주당에겐 미래가 없다. 40·50대 신진들에게 당 쇄신의 주도권을 넘겨야 한다. 젊은 세대 중심으로 당을 수습한 다음 빠른 시일 내에 새 정치로의 개혁 기치를 내건 국민정당으로 외연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조금이라도 민주당의 구태가 섞여선 안 된다. 새 부대를 우선 만든 다음 새 술을 부어 넣어야 한다. 그게 범 야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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