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여직원의 컴퓨터를 분석한 결과 비방 댓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경찰의 중간수사 발표가 막판 대선판을 흔들고 있다. 정책이나 공약이 아니라 국가 기관의 대선 개입 여부가 이슈가 되는 후진적 상황이 개탄스럽다. 명확한 증거도 확보하지 못한 채 터트린 민주통합당도 문제이지만 설익은 중간수사를 서둘러 발표한 경찰도 정치 개입 시비에서 자유롭지 않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모 씨의 데스크톱과 노트북 컴퓨터를 분석한 결과 문재인 후보 비방 등 대선 관련 댓글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경찰은 김 씨의 휴대전화와 이동식 저장장치(USB) 등은 분석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김 씨가 포털 사이트 등에 접속해 댓글을 달았는지 여부를 확인하려면 IP를 확보해 역추적하거나 로그 기록 분석을 거쳐야 함에도 이런 과정이 생략된 것도 문제다. 김 씨의 인터넷 ID만 40여개나 된다는 마당 아닌가.
경찰의 발표 시점도 논란이 될 만하다. 대선후보 3차 토론이 끝난 직후인 밤 11시에 브리핑한 것은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므로 관련 정보를 국민에게 빨리 알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경찰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해도 수사 결과가 논란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는 충실해야 하지 않은가. 민주당 역시 터트리고 보자는 식으로 의혹을 증폭시킨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해당 여직원의 집을 둘러싸고 위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것도 비판받을 일이다.
경찰은 오해가 없도록 이번 중간수사 결과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는 한편 향후 수사 계획을 밝혀야 하겠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이 문제를 지나치게 정략적으로 몰고가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국정원도 억울하다며 고소 운운할 단계가 아직 아니다. 유권자들 역시 이번 사안을 둘러싼 여·야 공방을 냉정하게 판단해 투표장에 들어서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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