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후에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5년을 이끌 지도자를 선택하는 선거가 진행된다. 이미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다양한 공약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으며, 각 이익집단에서도 자신들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형국이다. 과학기술계에서도 다양한 정책개선안을 마련하여 정치권에 제시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과학기술 분야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과학기술부의 부활이다.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의 공약에 이미 이 부분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차기 정부에서는 반드시 과학기술부의 부활이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하지만 필자는 과학기술부가 부활된다고 해서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문제점이 일거에 해결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만일 현 정부에서 폐지되었던 과학기술부가 존속했었다면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고,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을까?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5년을 돌아볼 때 매년 10% 가까이 R&D 예산이 늘어 2008년 11조 원이던 정부 투자액이 올해는 16조 원을 상회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기초과학분야에 대한 R&D 예산이 대폭 증가하였고, 그 대표적인 성과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사업을 총괄하는 기초과학연구원의 설립을 들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의 50개 연구단 선정과정을 보면 연구수월성을 가장 중요한 선정기준으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가가 경쟁력이 강한 분야,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중요한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단을 구성하여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바람직한 정책이다.
하지만 우리 과학기술의 미래를 위해 간과해서는 안 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수월성이 확보된 분야의 과학기술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정 대학이나 연구기관 중심이 아니라 온 국민이 과학기술을 사랑하고 즐길 수 있도록 풀뿌리 과학기술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진행 중인 기초과학연구원의 외부연구단 중간 선정결과를 보면 모두 수도권 특정대학 교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결국 본원연구단 15개와 캠퍼스연구단 25개를 포함하여 전체 50개 연구단이 몇몇 대학의 교수들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국가 과학기술의 지역 간 균형발전이라는 정책적 측면에서 현재 10개인 외부연구단의 수를 늘이고 대신 지방대학의 역량이 있는 소규모 연구단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참고 견딜 줄 아는 '인내'라는 점을 온 국민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개발에서 실패는 당연한 것이다. 실패를 겪으면서 노하우(Know-how)가 생기고, 과학기술은 한 걸음씩 발전하기 때문이다. 나로호 발사가 또 실패하더라도 우리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을 비난하지 말고 오히려 격려해 주어야 한다. 특히 기초과학 분야에서 단기적 성과는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민간에서 투자해야 할 연구개발과 정부에서 투자해야 할 연구개발 섹터에 대한 구분이 있는 것이다. 정부의 강력한 컨트롤타워 구축이 가져올 부작용이 바로 공무원이나 책임자들의 단기적인 성과 요구라는 것은 그동안 과학기술 현장에서 절실히 느꼈던 문제점이다.
마지막으로 말로만 하는 과학기술자에 대한 처우개선을 실질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점이다. 연구비의 확보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직장과 급여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열심히 했을 때 주어지는 인센티브 체계가 보장되어야 한다. 과학기술자들은 현 정부에서 제시된 각종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인센티브 체제가 몇 년 가기도 전에 각종 제약으로 축소되었다는 점을 알고 있다. 과학고 출신 학생들이 대학 진학 후 진로를 바꾸어 치·의·약학 분야로 진출하는 비율이 높다고 걱정하는 소리가 많다. 하지만 힘든 교육과 훈련과정을 거친 많은 박사급 연구원들의 급여수준이 A자동차, B전자의 대졸 신입사원 급여의 절반 수준인 현실 속에서 누가 그들을 탓할 것이며, 과학기술의 미래를 논할 것인가?
창원대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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