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을 비롯한 전국 광역·기초의원 3800여 명이 오늘 서울 세종문화회관에 모인다. 지방분권 정책 과제를 대선 주요 공약으로 채택하라고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갖기 위해서다. 풀뿌리 의원들이 지역성과 정파를 떠나 한목소리로 지방분권을 외치는 건 처음있는 일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를 더 방치했다간 국가 분열마저 우려될 만큼 지방분권·지역균형발전은 다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지금 대선 후보들은 지방분권은 물론 지역 현안 해결의 청사진도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후보들이 각 지역을 돌면서 동남권 신공항 건설, 해양수산부 부활 등 현안에 대한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지방분권에 관한 한 기본 철학이나 방향 제시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니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주기보다 표만 의식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지방분권형 개헌과 지방재정 확보 등 국가적 의제로 다뤄야 하는 사안들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분권국가와 균형발전 사회 건설을 위한 4대 특별전략'을,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지방분권 개혁 6대 정책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내용은 핵심에서 벗어나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아직 지방분권에 관한 포괄적인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공통점은 후보별 공약이 표현만 다를 뿐 엇비슷하고, 새로운 내용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이번 대선에서 지방분권은 실종된다. 유권자들이 후보의 지방분권 청사진, 지역정책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볼 기회조차 없이 투표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광역·기초의원들이 지방분권 의제를 대선 공약으로 채택하라고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후보들은 오늘 결의대회에 꼭 참석해 지방의 민심이 정녕 무엇인지 귀 기울여 듣기 바란다. 지역 유권자들은 지방분권을 꼼꼼하게 공약으로 담아내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