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는 꾀 많은 짐승의 대명사. 굴에 사는 동물이지만 굴 파는 솜씨가 서툴러 오소리 굴에 숨어 들어가서 방뇨와 배변을 한다. 오소리가 냄새 때문에 옮겨가면 빈 굴을 차지한다. 꼬리 아홉 달린 구미호는 교활함과 술수의 상징이어서 TV드라마 '전설의 고향'의 단골소재였다. '여우굴도 문은 둘이다'라는 속담대로 경계심이 많은 동물이기도 하다.
전해 오는 여우 사냥법의 하나. 여우 길목에 곶감을 매단 줄을 나지막이 쳐둔다. 여우는 한참을 망설이다 마침내 끝부터 조금씩 먹는다. 다음 날엔 머리를 치켜들면 먹을 수 있게 매단다. 사흘 째는 뒷발로 버티고 몸을 치켜들어야 먹도록 해 둔다. 마지막엔 곶감 안에 낚시를 박아넣고는 깡충 뛰어야 먹을 높이로 매달아 둔다. 곶감 서너 개로 멋진 여우털 목도리를 장만하는 것.
하지만 전설 속 여우에겐 순정 어린 처녀의 이미지도 있다. 사람 간 1000개를 먹으면 인간이 되는 여우가 한 사내에게 마음을 앗겨 그를 살려줄 뿐 아니라 야광주까지 주지만 끝내 배신을 당하고 만다는 이야기. 생 텍쥐페리 동화 속의 여우는 사랑하는 어린 왕자에게 자신을 길들여 달라고 부탁한다. "당신이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즐거워질 거예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행복함이 점점 더해지죠. 4시가 되면 보고 싶어서 안절부절못하게 되죠."
한국 토종여우는 '붉은 여우(red fox)'종으로 머리와 몸통 60~90㎝, 꼬리 30~60㎝ 크기에 몸 전체가 짙은 갈색에서 붉은색을 띤다. 노루새끼, 들쥐, 나무열매를 먹으며 수명은 6~10년. 야생 토종여우는 1950년대 초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2004년 3월 강원도 양구에서 발견된 수컷 한 마리를 끝으로 사라졌다. 환경부가 지난해 멸종위기종 복원사업 대상으로 지정해 사육해 왔다.
지난달 31일 소백산국립공원 인근 야산에 방사된 8개월짜리 여우 한 쌍 가운데 암컷이 엿새 만에 죽은 채 발견됐다. 먹이가 부족한 데다 날씨마저 추워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 때를 못 맞춘 바람에 애꿎은 여우를 죽음으로 내몬 셈이 됐다. 야생화 사업을 계속하려면 방사 시기와 적응훈련의 문제점부터 챙겨볼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