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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2012 대선, 문제는 '감동'이다! /강동수

경사진 운동장에서 벌이는 중도 쟁탈전, 승리의 열쇠 못 될 대세론과 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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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결은 '死卽生'이다

한국 정치의 이념 지형도를 언급할 때 자주 들먹여지는 비유의 하나가 '기울어진 운동장'론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에도 나온다. '대한민국 정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하는 축구경기와 비슷하다. 보수세력은 위쪽에서, 진보세력은 아래쪽에서 뛴다. 진보세력은 죽을 힘을 다해도 골을 넣기 힘들다. 보수세력은 뻥 축구를 해도 쉽게 골을 넣는다'.

이런 이야기다. 국민의 40%쯤은 고정 보수층이다. 고정 진보는 30%나 될까. 나머지 30%가 중도 혹은 부동층이다. 대선이든, 총선이든 기본 점유율은 변하지 않는다. 보수 정당과 진보 혹은 리버럴 정당이 부동층을 절반씩 나누면 55대 45로 보수 정당이 이기게 돼 있다. 진보 쪽이 이기려면 30%의 중도층 가운데 20% 넘게 가져와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한국 정치는 새누리당에겐 땅 짚고 헤엄치기다. 무슨 짓을 해도 최소한 40%는 먹고 들어가니까.

대세론의 원조 이회창 씨나 '선거의 여왕' 박근혜 후보가 잘나서 40% 중반의 지지율을 얻은 게 아니다. 한국 정치의 지형도가 애초부터 그럴 뿐이다. 그러니 야당이 이기려면 김대중-김종필, 노무현-정몽준 연합처럼 단일화란 형식으로 중도 보수나 중도층의 표를 2/3 넘게 끌어와야 한다. 그래도 늘 아슬아슬하다. 지난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가 530여 만표 차로 진 것도 이유가 있다. 단일화란 매개가 없었던 데다 '747 공약'이니 뭐니 하며 경제를 살리겠다고 뻥을 친 이명박 후보에게 중도표가 대거 넘어갔기 때문 아닌가. 결국 보수와 진보의 10%의 차이가 한국 정치 식탁의 요리 맛을 좌우하는 조미료인 게다.

야당이 불평해 봐야 소용없다. 운동장이 기울었다고 경기를 보이콧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남북 분단 상황에선 보수의 저수지엔 항상 물이 찰랑거릴 수밖에 없다. 젊은 시절 진보 성향을 가졌던 사람이라도 50대가 되면 대개 보수로 넘어오지 않던가. 역대 보수 정당들은 선거에서 '북풍'을 일으키기만 하면 중도표를 몰아올 수 있었다. 요즘 새누리당이 'NLL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협상도 이런 정치 지형도의 필연적 산물이다. 문재인으로 대표되는 진보 성향의 표에다 안철수에게 쏠린 중도를 합쳐서 50%를 넘기겠다는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위쪽을 차지한 새누리당이 이걸 두고 '밀실 야합'이라고 비난하는 건 사실 염치 없는 소리다. "문·안 단일화쇼는 국가에 대한 범죄"라는 새누리당 김무성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의 발언 역시 후안무치가 아닐 수 없다. 경기장을 선점했으면 상대에게 선수 교체라도 허락해야 공평하지 않나.
그런데 재미 있는 건 '40:30:30의 법칙'이 결코 고정 불변이 아니란 사실이다. 이회창 씨가 청와대 문턱에서 두 번이나 넘어진 것은 보수 40%의 위력을 너무 믿었기 때문이다. 대세론에 안주해 변화를 거부하고 기득권에 연연하다 중도표 10%를 끌어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박근혜 후보가 40% 초반의 지지율에서 정체를 보이는 것도 한꺼풀 들춰보면 중도의 표심을 안철수 후보에게 빼앗긴 탓이 크다. 박 후보가 단일화 논의를 잠재울 태풍급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패배로 귀착하기 쉬울 것이다. 하다 못해 '투표시간 연장'이라도 받으면 모를까.

고민은 야권에도 있다. 1997년 DJP연합 이래 단일화는 대선 전략의 상수가 돼 버렸다. 그러다 보니 약발이 예전 같지 않다. 야권 일각에서 '문+안+α' 보다는 '문+안-α' 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단일화여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통 큰 양보 대신 여론조사니, 국민경선이니 단일화 방식을 두고 '제 논에 물대기' 싸움이나 벌여 정나미를 떨어트리면 필패다.

따지고 보면 박 후보나 문·안 후보나 승리의 비결은 오직 하나다. 사즉생(死卽生). 누가 더 많은 기득권을 내려놓느냐, 누가 더 변화의 진폭을 크게 잡느냐의 싸움이다. 다시 말하면 누가 더 유권자를 감동시키느냐의 일전이다. 5년 전의 선거 구호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였다면 이번엔 '문제는 감동이야!'일 터이다. 백성을 감동시키는 자 천하를 얻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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