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시론] 나는 단일화가 의심스럽다 /조준현

대선 있을 때마다 단일화 할 바에야 서로 다른 정당을 왜 만드는 것일까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10-23 19:39:21
  •  |  본지 26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대통령선거는 물론 이런저런 선거가 있을 때마다 늘 화제가 되는 것이 야권 단일화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여부가 관심과 논란의 대상이다. 얼핏 보면 여당에 맞서 야권의 여러 세력이 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궁금한 점이 많다. 정당이란 동일한 정치적 지향과 정강정책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다. 물론 여기서 정당이란 형식이 아니라 내용을 가리키는 말이다. 안철수 후보의 경우 정당정치 자체에 대한 불신을 가끔 내보이기도 하지만, 그를 지지하는 이들의 모임을 정당이라고 불러서 크게 잘못된 일은 아닐 것이다. 여러 사람이 한 정당에 모인다는 것은 그 정치적 지향에 소소한 차이는 있을지라도 큰 차이는 없다는 뜻이다. 반대로 서로 다른 정당에 모였다는 것은 소소한 공감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정치적 지향에서는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다면 왜 서로 다른 정당을 만들겠는가 말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선거는 좀 이상하다. 평소에는 정치적 이슈나 정책의 차이를 두고 그렇게 싸우던 정당들이 선거 때만 되면 단일화니 연대니 연합이니를 말한다. 정치인들은 물론 시민단체들, 무슨 원로라는 분들, 그리고 일반 국민 가운데 적지 않은 분들도 단일화를 반드시 이루어야 할 일로 주장한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가 있을 때마다 한 후보를 낼 바에야 왜 서로 다른 정당을 만드는 것일까? 

대통령 후보만큼 그 정당의 정체성을 잘 요약해 보여 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평소에는 전혀 다른 정치적 지향과 정강정책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정당들이 대선만 되면 단일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뭔가 거꾸로 되었다. 내가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의심스럽게 여기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것이 유권자들의 다양한 정치적 지향과 선택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이다. 가령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나왔던 지지난 대선에서 진보정당 지지자들에 쏟아졌던 그 당시 여당 지지자들의 비난을 생각해 보자. 누구든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질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 민주주의의 가장 고귀한 덕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선거에서는 여당에 대한 반대와 그를 위한 야권연대가 모든 정당의 정치적 지향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되고 만다. 심지어 저번에 분당 사태를 일으킨 두 진보정당도 대선후보에 나선 이들마다 야권연대를 하겠다고 선언한다. 정당의 목적이 정권을 잡아 자신들의 정강정책을 실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야권연대를 통해 일정한 지분을 확보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진보라는 그 간판이 좀 많이 부끄럽다. 그렇다면 여당과 여당반대당만 있으면 충분한데 왜 이런저런 정당들이 필요한가 말이다. 대통령은 그렇다 치고 심지어는 저번 선거에서 보듯이 지역의 국회의원 후보까지 단일화하는 정당들이라면 필자가 보기에 굳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는 정당들이다. 

물론 굳이 다른 나라의 예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필요하다면 정당들끼리 연합이든 연대이든 서로 협력할 수도 있다. 정당들이 가진 정치적 지향의 차이보다 연대의 가치가 더 크다면 말이다. 필자가 의문스럽다는 말은, 박근혜 후보나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는 그나마 그이들이 오랫동안 가져온 정치적 가치관을 나름 알 것도 같지만 안철수 후보의 경우는 전혀 모르겠기 때문이다. 솔직히 안철수 후보의 정치적 지향이 문재인 후보보다는 박근혜 후보에 더 가깝지 않은가 하는 궁금증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도 단지 여당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단일화 논의가 나오는 현실은 좀 당혹스럽다. 복지니 개혁이니 하는 이야기는 박근혜 후보도 주장하는 것이니 그것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만이 공통으로 지향하는 가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야권후보 단일화를 반드시 해야 할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그런 식의 단일화가 가능하다면 박근혜-안철수의 보수 단일화도, 좀 거시기하기는 하지만 박근혜-문재인의 정당정치 단일화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는가? 요컨대 단일화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후보들이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단지 여당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누구와 누구가 후보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많이 의심스럽다. 

경제평론가·참사회경제연구소장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농업이 도시로 들어오고 있다
북항은 진정한 부산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기고 [전체보기]
장거리 통학 /동길산
보이스피싱, 알면 당하지 않아요 /김철환
기자수첩 [전체보기]
혐오 키운 우리 안의 방관자 /김민주
윤창호 가해자를 향한 분노 /이승륜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스마트’하게 살지 않을 권리
명연설이 듣고 싶다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학생 학교 선생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제례악에 내포된 음양오행 사상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지방자치 후퇴는 안 된다 /김태경
거장작품 살 돈 없는 미술관 /정홍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북미 합숙 협상
만 원짜리 지폐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신춘문예 당선 소감을 읽으며
허수경 시인을 떠나보내며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국민의 눈높이
‘밥 한 공기 300원’의 미래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낙동강 재첩국’ 지켜온 40년
온천욕과 복국
사설 [전체보기]
뉴스테이 사업 재검토…임대주택 공급 차질 없어야
주휴수당 부담에 ‘알바 쪼개기’…악화되는 고용의 질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생계급여 수급 노인과 ‘줬다 뺏는 기초연금’
출산 절벽시대 ‘인구 장관’ 필요하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미술관을 지키는 강아지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보행친화도시로 가는 길
‘집권 3년 차 증후군’ 되풀이 않으려면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자연·인간의 합작품 아이스와인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