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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박근혜의 '부마항쟁 사과'가 뜻을 가지려면 /강동수

기념식 참석하려다 거센 반발에 부닥쳐 황급히 내놓은 사과, 신뢰를 얻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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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법 제정부터

33년 전 오늘은 유신 정권 종말의 서곡이었던 부마민주항쟁이 발발했던 날이다. 하고 보면 내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40년 전 헌법을 정지시키고 사실상 종신집권의 문을 연 '유신'이라는 이름의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날이다. 33년 전 그날 대학입시를 코 앞에 두고 있던 기자 역시 시위대에 섞여 "유신 철폐" 구호를 외치며 연 사흘 마산 창동 네거리 일대를 돌아다녔던 기억이 생생하다. 기자만 그럴까. 한 세대가 흘렀어도 그날의 궐기는 부산과 마산 시민들에겐 결코 지울 수 없는 영광과 고통의 화인(火印)일 터이다.

오래 전 여도(與都)로 바뀐 부산과 마산이 그래도 '민주주의의 고향'이라는 명성을 잃지 않은 것은 3·15의거와 부마항쟁 덕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요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일들이 생기고 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오는 18일 마산 창동 네거리에서 열리는 부마항쟁기념식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원회 측이 박 후보의 참석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도 한다. 김경재 기획 특보는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은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박 후보가 꼭 가야 한다"고 말했다나.

이러니 부마항쟁 관련 단체들이 반발할 밖에. 마산의 부마항쟁기념사업회는 "초청하지도 않았지만 선(先) 사과 없는 참석은 있을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고 한다. 그들은 지금껏 박 후보가 부마항쟁 당시 가혹행위를 당하고 옥고를 치른 이들에게 사과했다는 소리는 못 들었다고 성토했다. 부마민주항쟁의 의미를 재평가했다는 소리도 들은 바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논란이 커지자 박 후보는 어제 마산을 찾아 유감을 표했다. "민주화를 위해 희생하고 피해를 입은 분들과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드린다." 현지에서 논란이 일기 전에 미리 이런 뜻을 표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리고 더 직접적인 사과의 표현을 썼으면 좋았겠지만 뒤늦게라도 이렇게 말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런데 어제 일과는 별개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은 따로 있었다. 박 후보가 사과하기도 전에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18일 부산민주공원에서 열리는 기념식에 박근혜 후보더러 참석해 달라는 초청장을 보냈다고 한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에게도 함께 보냈다고는 하지만 납득하기 쉽지 않았다. 당장 부마항쟁 관련 다른 단체에서 "쓸개 빠진 짓"이란 비판이 터져 나왔다. 그나마 박 후보가 사과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가해자는 사과할 생각도 하지 않는데 피해자가 먼저 용서해주겠다는 격이 될 뻔했다.

이제 박 후보의 사과가 진정성이 있는 건지, 그저 립 서비스인지를 지켜볼 일만 남은 셈이다. 그는 "아직 정리 안 된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약속한 대로 지키리라고 믿는다. 그 약속의 이행은 구체적으로는 '부마항쟁 진실 규명과 피해보상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이다. 오래 끌 것 뭐 있는가. 이 사안이라면 야당도 반대하지 않을 테니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한번 통과시켜 보라. 진심에서 우러나는 사과라면, 그리고 실제로 행동에 옮긴다면 부마항쟁의 피해자들도 마음을 풀 수도 있을 터다.

딴죽을 걸겠다는 건 아니지만, 부산·마산 사람들은 유신의 마지막 밤 궁정동에서 술판을 벌였던 대통령 박정희와 경호실장 차지철이 나눈 대화를 아직 잊지 않고 있다. 부산·마산 사람들이 거리에 나오면 탱크로 싹 깔아뭉개버리겠다고 했던 그 말을. 권력의 폭력을 날것 그대로 드러낸 그 표독한 말은 아직도 이 지역 사람들의 DNA에 두려움으로 새겨져 있다. 그 살벌한 말의 칼날을 녹이는 건 진정한 후속 조치 밖에 없을 터다.

이왕 말이 난 김에 한 마디 더. 엊그제 이북도민체육대회에 참석한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종북 빨갱이'니 뭐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욕설에 물병 세례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혼자만 환영받은 박 후보의 심사도 밝지는 못했을 터다. 그렇다면 박 후보가 비이성적인 행동을 한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자제 좀 해 달라는 당부의 소리 한마디 하면 금상첨화이겠다. 그게 진정한 대통합 행보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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