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부산 도심인 서면 거리가 쓰레기하치장을 방불케 했다고 한다. 부산진구청이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주려고 만 하루 넘게 일부러 청소를 하지 않았더니 그 지경이 됐다는 것이다. 쓰레기를 함부로 길에 버리는 우리의 자화상을 들여다 보라는 뜻이었겠지만 오죽하면 그런 충격요법까지 썼을까 싶다. 행인과 인근 상점 주인들도 느끼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먹고 버린 음료수 캔과 담배꽁초가 함부로 나뒹굴었고 비에 젖은 전단이 보도에 널려 있었다고 한다. 업소들이 거리에 내놓은 음식 쓰레기통에 빗물이 새들어 길바닥에까지 넘쳐났고 취객들의 토사물도 질펀했다니 꼴을 알 만하다. 쓰레기 무단 투기에 골치를 앓아 온 구청이 하루 동안 태업(?)에 나선 결과다. 행인들도 단 하루 청소를 않았는데도 이렇게 난장판이 되다니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디 서면만 그렇겠는가. 무심코 버리는 담배꽁초, 마구 뿌려대는 불법 전단이 우리의 삶터를 얼마나 더럽히는지 생생하게 드러난 셈이다.

부산진구가 시민들의 협조를 얻어 다시 대청소에 나서 거리는 정상을 되찾았지만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구청은 경찰과 함께 곧바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고 한다. 행정기관이 쓰레기를 일부러 방치하고 집중단속에 벌이기 전에 시민들이 무단 투기를 자제함이 마땅하다. 행인의 손에 쥐여지자마자 길바닥에 버려지는 전단의 무분별한 배포도 삼갈 일이다. 인근 상인들도 행정기관에만 맡길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거리 환경 미화에 협조했으면 한다.

생활 공간이 깨끗하게 유지되도록 시민이 스스로 노력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이번 일이 고육지책이었던만큼 계속 이런 처방을 내놓는 것이 꼭 바람직하지는 않다. 각 구청들은 단속과 과태료 부과로 끝낼 일이 아니라 주민으로 하여금 쓰레기를 버릴 수밖에 만드는 요인이 없는지도 살필 일이다. 담배꽁초와 쓰레기 투기를 줄이려고 거리의 쓰레기통을 없앤 게 역효과를 내고 있지 않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