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이자 국내 유일의 국제광고제인 '2012년 부산국제광고제'가 지난 8월 23~25일 사흘간 해운대 벡스코에서 개최됐다. '디지털 휴머니즘'이라는 주제로 열렸던 국제세미나에는 조너선 밀든홀 코카콜라 부사장, 덴쯔의 예술 감독인 아키라 가가미 등 광고계의 저명인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창의력 개발 프로그램인 '애드스쿨'을 도입했으며, 16개국 27개 도시가 참가하는 '도시국가브랜드 전시관', 미래 전문 광고인을 위한 '영스타즈 광고 경연대회', 광고업계 취업설명회, 홍보대사인 황정음 팬사인회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됐다.
부산국제광고제는 개최 5회 만에 출품작 수가 사상 첫 1만 편을 돌파하며 세계적인 국제광고제로 발돋움했으며, 엔터테인먼트, 이노베이션, 미디어, 프레젠테이션 등 출품 카테고리를 대폭 강화하여 출품자들의 다양성과 참여율을 높였다. 특히 3000명 이상의 외국 참관객들을 비롯해 7만 명 이상의 시민이 참여해 관객 동원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하지만 통합마케팅 대행사에 근무하는 필자가 5년째 참가한 이 행사에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컨벤션 홀 1층에서 진행된 '도시국가브랜드 전시관'에서 행사 개최지를 보여주는 '부산 전시관'은 만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조직위원회 측의 말대로 외국 참관객이 3000명이 넘었다면, 부산은 도시브랜드를 홍보할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놓친 셈이라 여겨진다.
우리나라 부스에는 국가브랜드위원회와 강원도의 '이외수 아바타 강원대작전'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전시관이 있었다. 유명인사가 직접 참여하는 홍보마케팅 기법(셀렙마케팅)인데 도시브랜드 마케팅의 성공적인 사례였다. 소설가 이외수를 실물 모형으로 제작한 아바타가 도내 관광명소 100곳과 대표음식 50선을 차례로 탐방하며 18개 시군의 관광콘텐츠 개발 및 관광 활성화를 도모했다.
일본은 유바라시, 나라현, 시가현 등 4개나 되는 지자체의 도시브랜드 전시관을 통해서 각 도시의 캐릭터 전시와 지역의 특산물, 관광자원에 활용하고 있는 사례를 스토리텔링 형태로 홍보하고 있었다. 특히 아키타현은 코디네이터까지 배치, 특정 시간대에 캐릭터인 '가오타'에게 희망메시지 남기기 이벤트를 진행, 추첨을 통해 캐릭터 증정을 하는 등 참관객들의 인기를 끌었다.
'가오타'는 아키타현의 도깨비 축제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로, 지역문화를 배경으로 한 동화책을 발간하면서 탄생하였다고 하는데 그 포부가 놀랍다. 이름도 영문식으로 표현하여 스포츠를 통해 전 세계에 아키타를 알리고자 한단다. 물론 아키타현의 외국인 관광객 홍보를 위한 캐릭터로도 선정하여 활용 중이다.
도시 인프라나 건축물 자체가 도시브랜드 마케팅의 좋은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 디자인과 스토리를 입혀서 도시의 상징(물)을 브랜드화하면 이는 도시브랜드의 소프트 파워가 되는 것이다. 세계 브랜드 도시들의 상징(물)을 살펴보면 해당 도시가 바로 연상된다. 아니나 다를까, 전시관에서 싱가포르는 랜드마크 '머라이언'을, 베를린은 도시 캐릭터 '곰'을 통해 '버디베어 페스티벌'을 홍보하고 있었다.
반면 입구에 자리잡은 부산관광컨벤션뷰로의 데스크는 부산의 관광자료 소개 및 배포 기능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부산시는 도시브랜드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조례를 제정한데 이어 지난해 12월 도시브랜드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수립, 올부터 도시브랜드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부산의 도시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부산시 도시브랜드위원회'를 출범시킨 것이다.
그 역할과 기능을 감안한다면, 이번 부산국제광고제의 도시국가브랜드 전시관을 통해서 해양도시, 영화영상도시로서 부산의 다이내믹한 모습들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이번 광고제를 부산의 위상과 품격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도시브랜드 가치 제고의 장으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 몹시 아쉽다. 마음만 먹었다면 부산을 아주 효과적으로 홍보·광고할 기회였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부산시와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브랜딩 전략과 세일즈 프로모션을 기대해 본다.
퍼플인사이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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