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김도언 검찰총장이 퇴임하자마자 신한국당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하자 여론의 비난이 쏟아졌다. 세간의 이목을 모았던 12·12 군사반란에 대해 불기소 처분과 5·18 내란에 대해서는 공소권없음 결정은 그의 재임 시절 내려진 것이다. 권력의 입맛대로 기소권을 행사하더니 결국 국회의원인가라는 눈총을 받을 만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검찰총장의 부적절한 행보는 두고두고 세간의 입살에 오르내렸다. 이후 국회가 검찰총장 퇴임 후 2년 동안 공직 취임금지와 정당 가입 금지를 법제화했다. 그러자 검찰 수뇌부가 연명으로 헌법소원을 내 결국 위헌결정을 받아내는 웃지못할 일도 있었다. 전문 분야의 정상에 올랐던 사람들이 돈과 권력을 좇아 발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은 추하다.

'딸깍발이 판사'라는 별명을 지난 조무제 대법관은 후배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법조인의 한 사람이다. 평생 청빈을 실천한 그가 2004년 퇴임 후 보여준 삶은 더욱 아름답다. 고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변호사 개업이나 로펌 진출을 마다하고 모교 동아대 석좌교수의 길을 선택했다.

첫 여성 대법관을 지낸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도 2010년 퇴임 당시 '로펌에 오면 연 100억 원을 받을 수 있다'는 잇단 러브콜에도 변호사행을 거부했다. "수십 년간 공직에 있었던 분들은 돈 버는 것보다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는 그의 말은 여전히 울림이 크다. 드물지만 이런 법조인들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지표로 삼는다.

안대희 전 대법관이 퇴임 48일 만에 새누리당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삼고초려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대법관은 법조인으로서는 가장 영예로운 자리다. 판결의 중립성에 대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퇴임 후 일정 기간 정당 가입은 피하는 것이 마땅하다.

공직생활을 마감한 후 인생 2라운드의 선택은 자유다. 그러나 그가 퇴임 두 달도 안 돼 기다렸다는 듯 대선 캠프에 뛰어든 것은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고도 남음이 있다. 그가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을 파헤치며 널리 사랑을 받은 '국민검사'이기에 더욱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