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경제뉴스에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 폭락이 보도되고 있다. 빚을 내서 부동산을 구입한 사람들이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해 시세의 절반 가격으로 집을 경매로 처분했다거나, 구입할 때보다 싸게 집을 내놓아도 1년 넘도록 팔리지 않는다거나, 하우스푸어는 은행이자의 노예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금의 부동산 폭락은 전주곡에 불과하며 우리도 일본처럼 부동산 붕괴를 시작으로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야 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앞으로 우리가 경험하게 될 부동산 시장의 상수는 인구 고령화이고 변수는 나라 안팎의 경기변동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부동산 부양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일본을 보면 부동산 버블이 꺼진 뒤에도 좀처럼 땅값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일본에서 유독 땅값이 오른 5개 지역이 발표되었다. 그 중 3곳이 은퇴자 유치에 성공한 소도시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홋카이도 다테시다. 다테시는 맥주와 눈축제로 유명한 삿포로에서 자동차로 1시간 35분 거리에 있다. 2012년 7월 말 현재 다테시 인구는 3만 6473명이고 이 중 60세 이상 인구가 1만 4513명(40%)을 차지하는 고령자 도시다.

다테시는 애초 일본의 여느 도시처럼 기업과 대학을 유치하고 관광시설 투자를 확보하는 발전전략을 세웠으나 실패했다. 이에 기후가 온화하고 자연환경이 수려하며 땅값이 저렴하다는 장점을 살려 대도시 베이비부머 은퇴자를 유치하는 방향으로 도시 발전전략을 바꾸었다. 1999년부터 은퇴자 유치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시골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이주체험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다테시에 살고 있는 지역주민을 만나보고 짧게는 1~2주, 길게는 한 달가량 시골생활을 체험해 본 후에 이주를 결정하도록 돕는 이주체험 서비스는 전국 어디에서도 제공하지 않는 차별화된 제도로 은퇴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이 서비스 덕분에 최근 5년간 다테시는 2000명의 은퇴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은퇴자 유치로 주택수요가 증가하고 고령자를 위한 의료와 복지 서비스 일자리가 늘어나자 젊은 층의 유입도 증가했다. 은퇴자 유치를 도시발전 전략으로 결정하고 23년이 지난 지금, 다테시는 일본에서는 보기 드물게 지가가 상승하고 인구 쟁탈전에서도 승리한 지방 소도시가 되었다.

다테시는 관공서, 공공건물, 편의시설을 도심반경 1~2km 이내에 밀집시키는 콤팩트시티 방식으로 도심을 정비해 고령자들이 자전거나 도보로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배치했다. '생활의 다리'로 불리는 고령자 합승택시제도를 통해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가 저렴하면서도 편리하게 택시를 탈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동 편의성을 높였다. '안심하우스'로 불리는 임대 아파트를 65채 지어 고령자가 보안, 사고, 긴급 질병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서비스는 물론 식사와 여가 프로그램 등을 제공해 고령자의 일상적 안전, 안심, 안락을 다테시가 관리 인증하고 있다. 대리석 바닥에 미끄러져 엉치뼈를 다치는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공공건물이나 생활공간을 목재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테시는 '다테 웰씨랜드 구상'으로 불리는 고령자를 위한 생활직결형의 다양한 서비스를 민간사업자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

한 달 전에 부산과 김해가 맞닿아 있는 강서구 낙동강 유역의 1188만 5000㎡ 부지에 경기도 광교신도시보다 더 큰 규모의 주거 물류 복합단지인 에코델타시티를 조성한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앞으로 강서구에 들어설 신도시가 광교신도시보다 더 큰 규모라는 발표보다는 다테시처럼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발전전략을 섬세하게 준비했고 꾸준하고 일관되게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발표를 듣고 싶었지만 그런 내용은 부족했다. 강서구에는 나이 든 농부가 힘에 부쳐 내놓은 농지에 드문드문 공장이 들어서고 있지만 아직은 다테시처럼 공기가 맑고 상대적으로 땅값이 저렴해 은퇴자가 텃밭을 가꾸며 전원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다. 강서구와 기장군을 비롯해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부산의 기초자치단체는 홋카이도 다테시의 고령친화 도시정책사례를 눈여겨보고 배울만하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