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달 사이에 1인 가구와 관련된 언론보도가 부쩍 늘었다. 그 이유는 지난 4월 26일 통계청에서 장래가구추계(2010-2035년)를 구체적인 수치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장래가구추계는 2002년에 처음 발표됐고 2007년에 이어 올해가 세 번째다. 장래가구추계는 5년 주기로 통계청에서 실시하는 가장 큰 규모의 전국조사인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토대로 인구동태 통계와 생명표, 그리고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누락된 성, 연령, 혼인상태별 조사누락 가구를 보정한 것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0년에 1인 가구는 400만 가구를 넘었고 전체 가구의 24%에 달한다. 현재 가족구성비는 2인>1인>4인>3인 순이지만 25년 뒤에는 1인>2인>3인>4인 순으로 바뀔 것이라고 한다.
늘어난 1인 가구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젊은 미혼, 직장 탓에 떨어져 지내는 맞벌이 부부, 자녀교육을 위해 기러기가 된 가장, 중장년 부부의 이혼, 배우자와 사별한 후 홀로 지내는 노년층 등 여러 연령층에서 두루 나타나며 장기적으로 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더 는 엄마, 아빠, 자녀로 구성된 3·4인 가족이 전형적인 가족을 대표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의 달 5월에 있었던 행복한 가족, 건강한 가족과 관련된 각종 행사를 돌아보면 부부중심의 3·4인 가족만이 전형적인 가족인 것처럼 진행되었다. 가족과 가구는 이미 대규모 지각변동 중인데 3·4인 가족만을 정상가족으로 여기는 고정관념이 여전한 탓이다. 1인 가구를 선택한 젊은 층을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몰아가려다 역풍을 맞거나, 독신세를 입법화하다가 무산된 것도 정상가족에 대한 열망과 집착을 반영한 것이다.
이제 인구나 가족영역에서 1인 가구는 저출산 문제만큼이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1인 가구는 권할 이유도 없지만 말릴 이유도 없는 라이프 스타일의 하나로 여겨질 것이다. 1인 가구에게 보냈던 불편한 시선, 알게 모르게 입었을 상처, 구체적인 불이익에 대한 성찰도 늘어날 것이다.
한 달 전 서울 대학로에서 언니네트워크가 주최한 '정상가족 관람불가전'이라는 사진전이 열렸다. 가정의 달에 열리는 전시회답지 않게 자극적인 행사 명칭을 붙인 것이 인상적이었다. 남녀가 만나 결혼하고 자식 낳고 살아가는 가족을 정상가족으로 여기겠지만 기존의 규범이나 틀에 맞지 않는 비정상가족의 이야기를 하고 싶으니 주목해 달라는 의미로 읽혔다.
도발적인 전시회 덕분에 한동안 잊고 지냈던 서울 사는 친구 A와 그녀가 벌였던 '비혼 소동'이 떠올랐다. 20여 년 전의 일이다. 당시만 해도 서른을 넘기면 큰일 날 것처럼 결혼을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하던 사람이 많았다. 서른을 코앞에 둔 A는 친구들의 결혼식에 꼭 참석하고 축의금을 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은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 축의금을 계속 내야 할지 고민하다가 우정도 좋지만 되돌려받지 못할 축의금은 밑지는 장사처럼 석연찮아 그만두어야겠다고 말했다. 결혼을 해야 하는데 아직 하지 못한 사람은 미혼(未婚)이고, 결혼할 생각도 없는 자기 같은 사람은 비혼(非婚)이 맞다며 비혼이라는 낯선 단어를 불쑥 꺼냈다. 한 걸음 더 나가서 결혼을 결심한 사람은 식을 올리고 축하를 받듯이 자신도 비혼을 결심했으니 친구들 앞에서 비혼 선언을 하고 기념선물도 받고 싶다고 했다.
A의 비혼선언식에 참석했는지, 비혼선물로 뭘 해주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그로부터 2년 뒤에 A가 부산 출신 남자와 결혼한 기억은 선명하다. 역사적인 A의 비혼 선언은 비혼 소동으로 격하되었다. 비혼이라는 참신하고 적절한 말을 골라낼 줄 알았던 A는 지금도 반짝이는 지성을 가지고 문화현장을 누비고 있다.
식물의 생장점이 줄기 한가운데가 아니라 줄기 끝에 있는 것처럼 가구변화도 변방이 주도하고 있다. 가족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A처럼, 언니네트워크처럼 의미 있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변방에서 변화를 일구는 사람들에게 주목할 일이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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