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고리원전 1호기가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오늘 '연장 가동 가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것으로, 고리원전 인근 부산 울산 양산 500만 주민의 바람과 완전히 배치되는 일이다. 그동안의 잦은 사고와 은폐 등 원전을 둘러싼 각종 불안 요인에도 불구하고 어떤 근거로 IAEA가 이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고리1호기를 운영하는 한수원이 IAEA에 안전점검을 맡긴 자체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고리 1호기에 면죄부를 받자는 말에 다름이 아니다. IAEA는 핵 산업계를 대변하는 기관이다. 핵발전에 따른 위험을 우선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핵발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에 선 단체이다. 7개국 8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점검단의 절반이 원전 운영사 소속이다. 이런 단체에 안전점검을 맡겼으니 고리1호기가 위험하다거나,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리 만무하다.

IAEA는 고리 1호기에 앞서 월성 1호기에 대한 안전점검도 실시했다. 한수원은 이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내고 IAEA가 월성 1호기를 국제적인 안전 우수사례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잦은 고장으로 발전정지 사태를 빚었던 고리 1호기마저도 가동 연장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니 환경단체는 물론 일반 국민들도 점검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 환경단체들이 IAEA 점검단의 현장 점검을 줄곧 반대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번 점검에서는 이 같은 목소리가 완전 배제됐다.

중요한 것은 원전의 안전성이며, 수백만 시민들의 안전이다. 정부와 한수원은 그런 중차대한 문제를 친원전기관인 IAEA의 형식적 점검을 빌려 무마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한수원이 진정으로 국민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제3의 국제기관에 안전성 점검을 의뢰하는 것이 옳다. 또한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관계자를 점검에 합류시키거나, 최소한 그들의 의견이 반영될 기회를 갖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한수원의 자세 전환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