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의 기록은 비교적 상세하다. 왕조실록,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서애 유성룡의 '징비록' 등 수많은 기록들이 당시의 참상을 전하고 있다. 여기다 당시 전쟁 장면을 그린 순절도와 고고학적 발굴 자료를 더하면 임진왜란은 더욱 입체적으로 살아난다. 처절했던 임진왜란 당시의 모습을 담은 기록화는 모두 5점이 전해 내려온다. '동래부 순절도' 3점과 '부산진 순절도', '임진전란도'가 그것.

'동래부 순절도'와 '부산진 순절도'가 처음 그려진 것은 1709년(숙종 35년)이다. 동래부사 권이진이 화공에게 그리게 한 뒤 동래성 남문 비각 좌우에 걸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채색이 흐려지자 1760년 동래부사 홍명한이 화원 변박에게 이를 베껴 그리게 한 것이 현전하는 순절도다.

이 '동래부 순절도'는 동래성을 겹겹이 둘러싼 왜병들의 모습과 의연하게 싸우다 죽음을 맞이하는 송상현 부사, 달아나는 경상좌수사 이각의 모습 등이 잘 그려져 있다. '임진전란도'는 1834년(순조 34년) 화원 이시눌이 그린 족자그림으로 부산진과 다대포진의 전투장면과 주변의 지리를 묘사하고 있다.

이 순절도들과 함께 임란 당시 상황을 보다 사실적으로 전해주는 것이 발굴 문화재다. 2005년 7월부터 2008년 1월까지 부산도시철도 3호선 수안역사 예정지에서 동래성 전투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동래성 해자 유적인 이곳에서는 최소 81명, 최대 114명의 인골이 수습됐다. 두개골에서는 칼로 베인 절창, 총과 활에 맞은 사창, 둔기에 의한 함몰 등의 상흔이 확인됐다. 이 상흔들은 왜군의 만행을 선연하게 떠오르게 하기에 충분하다.

부산박물관은 4일 임진왜란 발발 7주갑(七周甲·420년) 특별전을 개막했다. 임진왜란 당시 동래성이 함락된 것은 음력 4월15일. 4일은 동래성 함락 420주년 되는 날이다. 오늘부터 7월 29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회는 그야말로 특별하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순절도 5점과 동래읍성 발굴 유물 등 20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선조들의 불퇴전의 기백과 전쟁의 상처를 이보다 더 절실하게 느낄 수는 없다. 아이들 손을 잡고 반드시 한 번은 가 봐야 할 전시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