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사프리즘] 세금의 비극 /유일선

국민 혈세 쥐어짜 재벌과 금융기관 배만 불리고 있는 공공시설 민영화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6-03 19:19:53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마을 공동의 목초지가 있다. 마을 사람 누구나 소를 풀어 키운다. 곧 풀밭은 황폐해진다. 소를 한 마리 더 키울 때 얻는 개인적 이익은 확실하지만 비용은 거의 없으므로 초지의 수용 범위 이상 너도나도 소를 늘려서이다. 유명한 '공유자원의 비극'이다.

그 속편을 생각해 보자. 마을 이장이 비료회사 영업사원을 데려왔다. 사원은 회사 비료는 풀의 성장을 촉진, 소를 두 배 이상 기르게 한다며 그때 발생할 수익을 여러 도표로 설명해 보였다. 문제는 마을에 비룟값을 낼 돈이 없다는 것. 그런데 비료는 무료이고 나중에 가축이 늘어나면 가축당 얼마씩만 내면 된다 한다. 그것도 딱 20년만. 20년 후에는 아예 공짜로 영구적으로 비료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단서조항. 혹시 손실이 발생하면 20년 동안 손해 부분만 보전해달라는 것. 마을 사람들은 기쁘게 계약을 했다. 그런데 계약 후 어찌 된 일인지 가축 수가 예상만큼 늘지 않는다. 회사는 계약대로 그 손실액을 메워 달라 해 마을 사람들의 허리가 휘는데 이번에는 가축당 비룟값을 더 올리겠다고 위협까지 한다.

4·11총선이 여당의 승리로 끝나기가 무섭게 4월 15일 주식회사 서울지하철9호선은 지하철 기본요금 50% 인상을 선언했다. 철도요금 같은 공공요금은 당연히 공공기관이 결정한다고 여기던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한국 사회는 지난 10여 년 동안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을 부각하는 분위기에서, 공공시설의 민영화가 소리소문없이 진행됐다. 터널, 도로, 교량 등의 건설에도 민간자본이 대거 유입됐다.

이런 민자사업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바로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맥쿼리)이다. 부산의 수정산터널(100%), 백양터널(100%), 광주 제2순환도로 1구간(100%), 마창대교(100%), 대구4차순환도로(85%), 부산신항만 2-3단계(30%), 메트로9호선 1단계(24.5%) 등 그들이 참여한 건설사업은 전국에 걸쳐있다. 위의 가로안의 숫자는 이 회사의 투자지분을 나타낸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표를 의식해 공공사업을 벌이려고 한다. 그러나 돈이 없다. 이때 맥쿼리 같은 회사가 돈을 투자하고 20년 정도 수익사업 한 후 그 시설을 아예 지방정부에 무상으로 기부하겠다니 그보다 더 좋은 제안이 없다. 맥쿼리는 한 가지 안전장치를 요구한다. 혹시 예상수입보다 실제 수입이 낮으면 지방정부가 그 차액의 80~90% 수준을 보장해달라는 것. 그리고 맥쿼리(모회사)는 지하철9호선처럼 자신을 대신해서 투자하고 관리할 자회사를 설립한다. 그리고 이 자회사에 이자율이 무려 15~20%인 후순위대출을 한다. 후순위대출은 회사가 망할 때 '가장 나중에' 돌려받는 돈이라 떼일 가능성이 높다. 겉으로는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책임 있는 자세로 보이지만 지방정부가 보증하는 '망하기 힘든 회사'에서 '고액이자를 받기 위한 편법'임을 금방 눈치를 챌 수 있다.

지하철이 이런 고율의 이자를 내고 어떻게 이익을 내겠는가. 9호선은 2009년 개통 이후 1634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시기 이자비용이 무려 1000억 원에 달했다. 최소운영수입보장규정에 따라 개통 이후 서울시는 470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불했다. 부산시는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수정터널과 백양터널로 552억 원, 경남은 마창대교로 해마다 90여억 원을 맥쿼리에 지불했다. '아들'을 쥐어짜면 '어미'가 배부른 구조인데 아들은 지방주민들이 먹여 살린다.

세금은? 자회사는 적자기업이니 세금을 낼 턱이 없다. 모회사 맥쿼리도 이익의 90%를 배당한다. 자본시장법상 90% 이상 배당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맥쿼리의 주요 주주는 현대로템(25%), 맥쿼리인프라(24.5%), 신한은행(15%) 등이다. 우리의 세금이 재벌과 금융기관의 이익계좌로 넘겨지고 있고 그 이익만큼 주민은 복지를 포기해야 한다. 문제는 15~20년간 이 일이 계속되리라는 것이다. 칼을 뽑아든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박수를 보낸다. 공동의 목초지를 지키기 위해서다. 한국해양대 교수 국제무역경제학과


※사외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형 급행철도(BuTX) 모델은…고속·수소전동차, 하이퍼루프 3파전
  2. 2‘짓고도 못쓰는’ 자갈치아지매 시장 내후년 문 열까
  3. 3부산대병원장 임명 미루는 교육부, 배경엔 대통령실?
  4. 4기다려! 유럽 빅리그…내가 접수하러 간다
  5. 5연 10% 적금에 1277억 몰려…남해축협 해지 읍소(종합)
  6. 6화물연대 파업 부산은 해산 결정, 갑자기 왜?
  7. 7유치원 찾아 삼만리…대단지 아파트 입주민 발동동
  8. 8‘한 명의 아이도 포기않겠다’…공교육 표준 마련에 헌신
  9. 9여당몫 상임위원장 5명 교체…PK 3명
  10. 10대우조선도 에어부산도…산업은행장 손에 달린 PK 현안
  1. 1여당몫 상임위원장 5명 교체…PK 3명
  2. 2속도내던 메가시티 해산, 브레이크 걸렸다
  3. 3김건희 여사 부산 방문해 깜짝 자원봉사
  4. 4김건희 여사 부산 금정구 몽실커피 깜짝 방문, 직원들 격려
  5. 5부산 온 안철수 "당 대표 되면 총선 170석 획득해 승리 견인"
  6. 6윤석열 지지율 5개월만에 40%대, 정당은 국힘이 역전
  7. 7세 과시한 친윤…공부모임 ‘국민공감’ 의원 71명 참석
  8. 8비명계 “이재명 100일, 방탄 빼고 뭐 했나”
  9. 9여야 예산안 협상 '벼랑끝 싸움'..."초당적 협조"VS"부자 감세"
  10. 10도 넘은 北 '이태원' 흔들기...미사일에 악성코드 보고서까지
  1. 1‘짓고도 못쓰는’ 자갈치아지매 시장 내후년 문 열까
  2. 2대우조선도 에어부산도…산업은행장 손에 달린 PK 현안
  3. 3野 ‘안전운임 3년 연장’ 수용에도…정부 “타협없다, 복귀하라”
  4. 4화물연대 파업 16일 만에 끝났다
  5. 5화물연대 업무 복귀했으나 갈등의 불씨는 ‘여전’
  6. 6창업기업 지원 ‘BIGS’ 매출·고용 목표치 껑충
  7. 7'한전법 개정안' 부결 파장…정부, 전기료 인상 조기 추진
  8. 8수산식품산업 현재와 미래, 부산서 찾는다
  9. 9따뜻했던 11월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늘었다
  10. 10한빛 4호기 5년 만에 재가동 확정…시민단체 반발 예고
  1. 1부산형 급행철도(BuTX) 모델은…고속·수소전동차, 하이퍼루프 3파전
  2. 2부산대병원장 임명 미루는 교육부, 배경엔 대통령실?
  3. 3연 10% 적금에 1277억 몰려…남해축협 해지 읍소(종합)
  4. 4화물연대 파업 부산은 해산 결정, 갑자기 왜?
  5. 5유치원 찾아 삼만리…대단지 아파트 입주민 발동동
  6. 6‘한 명의 아이도 포기않겠다’…공교육 표준 마련에 헌신
  7. 7수능 성적표 받아든 고3 희비 교차
  8. 8올 수능, 수학 어렵고 국어 쉬웠다…이과생 ‘문과침공’ 거셀 듯
  9. 9울산 곰 탈출 두번째 되풀이 결국 60대 2명 사망 참변으로
  10. 10우리 탈출한 곰 3마리 주인 부부 습격...2명 숨져(종합)
  1. 1기다려! 유럽 빅리그…내가 접수하러 간다
  2. 2토트넘 한솥밥 케인-요리스 ‘맞짱’
  3. 3PK의 저주…키커 탓인가, 골키퍼 덕인가
  4. 4벤치 수모 호날두, 실내훈련 나왔다
  5. 5슈퍼컴은 “네이마르의 브라질 우승”
  6. 6[카드뉴스]월드컵 상금 얼마일까?
  7. 7무적함대도 못 뚫었다…다 막은 ‘야신’
  8. 8거를 경기 없다…8강 10일 킥오프
  9. 9축협 저격? 손흥민 트레이너 폭로 파장
  10. 10프랑스 또 부상 악재…음바페 훈련 불참
우리은행
한국마사회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불어 살며 지켜가야 할 피란수도 부산
55보급창은 반드시 공원이 되어야 한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표류하는 가덕신공항
기고 [전체보기]
시민의 힘으로 위트컴 장군을 기립니다
함께하는 나눔, 지속가능한 부산
기명칼럼 [전체보기]
출구전략이 아니라 전력투구가 필요하다
앞으로 남은 4년 6개월
기자수첩 [전체보기]
경찰 억울? 희생자 입장서 보라
화포천습지를 동식물 복원 중심지로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민주당, 가망 있을까?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출산율 0.73 부산에 수의대를 허하라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토착화한 망자를 위한 노래
부산대첩과 군악 대취타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부울경 합동추진단 예산 삭감 논란을 보며
차라리 정권과 금융계 수장 임기 맞춰라
도청도설 [전체보기]
우크라이나의 투혼
코리안 에이지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그까짓 거, 못 먹을 수도 있는 거죠
벼의 건조와 밥맛
사설 [전체보기]
부산형 급행철도 구체성 높여 시민 설득하라
건강보험 누수 막고 합리적인 재조정 나서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빨라야 위태롭지 않다
안전띠가 귀찮은 당신에게
아침숲길 [전체보기]
열심히 일한 당신, 쉼이 필요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험난한 선진외교의 길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에너지 가치사슬의 완성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한국, 세계의 중심국이 되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부산을 그리다
중세 기후일탈과 대응을 현재에서 보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정치인의 언어
우리는 농업을 지킬 수 있을까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대한민국의 미래, 부울경 메가시티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난국 탈출, 대통령의 공감과 감응부터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이태원 연가
와인 한잔할래요?
특별기고 [전체보기]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절대음감
베토벤의 머리카락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석촌 윤용구의 ‘노근란’
신명연의 ‘양귀비꽃’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경영 시대, 민간과 공공 구분이 없다
메타버스 ‘오시리아 플랫폼’
  • 신춘문예공모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