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책 읽는 소리, 대한민국을 흔들려면 /정상도

'독서의 해' 현실 민망, 성인 35% 1년에 無讀…대신 스마트폰 삼매경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4-25 19:03:03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책의 필요성 이해해야

'목멱산 아래 이런 선비가 있었다. 어릴 때부터 스물한 살이 될 때까지 하루도 선인들의 책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다. 그의 방은 매우 작았지만 그래도 동·서·남쪽 삼면에 창이 있어, 동에서 서쪽으로 해 가는 방향을 따라 빛을 받아가며 책을 읽었다. 행여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책을 대하게 되면 번번이 기뻐서 웃고는 했기에, 집안사람들 누구나 그가 웃는 모습을 보면 기이한 책을 얻은 줄 알았다. 이에 사람들이 그를 가리켜 '책에 미친 바보【看書癡】'라 불렀지만, 그 또한 기쁘게 받아들였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1741~1793)는 자신을 간서치라 칭했으나 그보다 지독한 독서광도 있었다. 조선 중기 시인 김득신(1604~1684)은 자신이 책을 읽은 횟수를 기록한 '독수기'를 남겼는데, '사기'의 '백이열전'을 1억1만3000번 읽었다고 썼다. '사기'는 전설의 오제 시대부터 한나라 무제까지 3000년 역사를 다룬 사마천의 책이다. '백이열전'은 사기의 열전 70편 중에서 첫 번째 편으로 전문은 모두 792자이다.

아무리 독서광이라지만 1억1만3000번이라니. 이에 대해 역사학자 이덕일 씨가 재미있는 해석을 내놓았다. 당시의 1억은 10만을 가리키니 이는 11만3000번 읽었다는 뜻이다. 그는 정약용을 빌려 독서를 잘하는 선비라면 하루에 100번은 읽을 수 있고, 이를 1년으로 환산하면 3만6000번, 그러니 3년이면 10만8000번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온종일 '백이열전'만 읽을 수 없었을 것이니 족히 4년은 걸렸을 것으로 봤다. '백이열전'은 백이·숙제의 의로움과 양보라는 명분주의와 도덕적 정신주의를 바탕으로 했다 하니 김득신은 시쳇말로 이에 필이 꽂혔을 터이다.

'독서의 해'를 맞아 이들의 행적을 곱씹으니 우리 현실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

무슨 해니, 무슨 날이니 하는 것들이 하도 많아 도대체 '독서의 해'는 또 무엇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독서의 해 부제가 '책 읽는 소리, 대한민국을 흔들다'란다.

지난해 2월 정병국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인터넷, 영상매체 등 뉴미디어의 영향으로 국민 독서율이 하락하고 있다.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독서의 해 지정 방침을 밝혔다.

그의 발언이 있기 직전 우리나라 성인의 35%가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등 독서 인구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0년 11∼12월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과 초중고교생 3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2010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이다. 성인의 연평균 독서율은 2009년보다 6.3% 감소한 65.4%였다. 이는 만화, 잡지를 제외한 일반도서를 한 권이라도 읽은 비율이 성인 10명 중 6.5명에 불과하다는 의미이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독서 삼매경은 옛말이 되어버렸고, 사무실에선 인터넷 삼매경, 지하철에선 스마트폰 삼매경이 현실이다.

하지만 독서의 해를 통해 범정부적으로, 전국적으로 독서 분위기를 높이고자 하는 거창한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태산명동 서일필'의 징조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없고, 지자체 차원의 독서 장려 운동도 시민의 호응을 얻기엔 역부족인 듯하다. 인터넷에서도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 '독서의 해 홈페이지'가 안쓰럽기까지 하다.

지난 연말 '독서의 해'를 앞두고 열린 독서문화 관련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아너 플레처 알드리지 재단 대표는 무조건 읽으라고 하기 보다는 맞춤형 독서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훈수를 뒀다. 그는 2008년 영국에서 독서의 해 운동을 주도했다.

이덕무는 책을 읽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책을 읽는 이유는 정신을 기쁘게 하는 것이 으뜸이고, 그다음은 받아들이는 것이며, 그다음은 식견을 넓히는 것이다'.

손만 뻗으면 어디서든 책을 구할 수 있는 시대, 하지만 오히려 책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시대, 구호가 아니라 책이 필요한 이유를 스스로 이해할 수 있도록 진중하고 꾸준한 '책의 해' 사업을 기대한다.

문화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2. 2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3. 3[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4. 4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5. 5[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6. 6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7. 7"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8. 8트럼프 “韓 알래스카 안 해도 괜찮다…더 청구하면 돼”
  9. 9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10. 10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1. 1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2. 2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3. 3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4. 4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5. 5李대통령, ‘정청래 그만 괴롭히라’는 글에 “괴롭힌 거 아냐”
  6. 6‘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7. 7[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8. 8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9. 9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0. 10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1. 1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2. 2"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3. 3[속보] 영화 ‘암살자(들)’ 투자 외부 개입 논란에…국책은행 “사실무근”
  4. 4현대캐피탈도 해킹 피해…주택대출 모집인 146명 개인정보 유출
  5. 5예가람저축은행 해킹 피해로 고객 4만명 정보 유출
  6. 6“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7. 7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8. 8"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9. 9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10. 10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1. 1‘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2. 2[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3. 3[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4. 4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5. 5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6. 6“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7. 7“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8. 8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9. 9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10. 10‘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1. 1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2. 2[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3. 3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4. 4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5. 5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6. 6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7. 7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8. 8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9. 9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10. 10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민원인(들)
AI 패권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생곡소각장 정치적 셈법보다 원칙대로 추진해야
알래스카 LNG, 협력하되 국익이 최우선이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