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특별기고] 차별적이고 위헌적인 지방행정체제 개편안 /강재호

자치구·군 지위·기능, 밀실 심의 채택 이어 개편안 졸속 의결…특별법 취지 어긋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4-24 19:30:04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 13일 금요일 오후 늦게 우리의 눈과 귀가 주말의 느긋함에 빠져들 무렵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회의실 문을 걸어 잠그고 무리하게 네 가지 중요 의안을 의결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서는 위원회가 19일 홈페이지에 올린 회의록을 토대로 해 크게 두 가지 사항을 지적하고 싶다. 하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12조에 따라 통합할 과소 자치구 기준 설정 안에 대해서고, 다른 하나는 서울특별시와 부산을 비롯한 6개 광역시에 있는 자치구·군의 지위 및 기능 개편안에 대해서다.

위원회는 전자에 대해 부산의 중구·동구 등을 묶는 A안, 부산의 중구·동구 및 수영구·연제구 등을 묶는 B안, 그리고 또 다른 C안의 세 가지를 두고, 먼저 이를 당일 처리할지를 표결로 물어 참석위원 22인 중 12명의 찬성으로 그날 처리하기로 했다. 이어 위원회는 이들 셋 중 찬성이 가장 많은 안을 선택하는 표결방법을 제시해 1차 표결에서 A안 1명, B안 8명, C안 5명, 2차 결선 표결에서 B안 8명, A안 5명으로 B안을 채택했다고 한다.

그런데 1차 표결에서 끝나지 않고 왜 2차 결선 표결까지 갔는지는 석연찮다. 이런 내용의 회의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들 표결에 참석위원이 몇 명이었는지도 없다. 위원회가 법령 규정을 어기며 이렇게 표결방법을 임의로 바꾼 것은 더욱 모를 일이다. 특별법 시행령 제2조 제4항은 '위원회의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2차 결선 표결에 13명만 참석했다면 27명의 재적위원 과반수가 출석하지 않아 위원회는 의결은커녕 개의조차 하지 못한다.

이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자치구·군의 지위 및 기능 개편안의 의결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특별시의 구에는 주민이 선거로 뽑는 구청장은 두지만, 구의회는 두지 않고, 6개 광역시의 44개 구와 5개 군은 부분적으로 통합한 후 모두 광역시의 행정구·군으로 개편해 구청장과 군수를 광역시장이 임명한다는 내용이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행정구·군에 의회는 없다. 즉 광역시의 구·군을 창원시나 제주특별자치도의 행정구·시와 유사한 지위로 물러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특별시 구와 광역시 구를 지위와 기능에서 이처럼 서로 차별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까.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요즘 일요일 밤을 달구는 개그 콘서트라는 TV 프로그램에서 다루고 있는 '턱벨시' 같은 소재다.

또 이와 같은 개편안이 우리 헌법에서 용인될 수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헌법 제118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에는 의회와 장을 두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 가운데 장은 주민이 선거로 뽑지 않을 수 있지만, 의회는 반드시 선거로 뽑는 의원들로 구성해야 한다. 1950년대와 1990년대의 한때도 우리 주민은 지방자치단체장은 스스로 뽑지 못했지만, 지방의회는 언제나 선거로 뽑는 의원들로 구성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헌법 규정과 경험에 비추어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가 앞으로 서울특별시의 구에 부여하기로 한 지위 등이 무척 궁금하다. 이들 구가 지금처럼 지방자치단체라면 거기에 의회를 설치하지 않을 수 없고,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면 주민이 선거로 뽑는 구청장을 굳이 왜 두는 것일까.

이런 차별적인 의결은 특별법의 입법 취지에도 어긋난다. 2010년 4월 27일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는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및 민주당 소속 위원들이 합의한 대로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의 심의·의결을 얻지 못했다. 특히 특별시·광역시의 구의회를 폐지한다는 조항에 많은 국회의원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해 9월 16일 제안·의결돼 지금 시행 중인 같은 이름의 특별법에는 바로 이 조항이 빠져 있다. 따라서 구의회를 폐지하는 대통령 소속 위원회의 의결은 국회가 국민의 이름으로 정해 대통령이 공포한 특별법의 입법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사외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압사 위험” 신고 빗발…어르신 몰린 벡스코 한때 초비상
  2. 2도시철 무임손실 급증…‘초고령 부산’도 노인연령 상향 촉각
  3. 3"영도서 한 달 살고, 최대 150만 원 받으세요"
  4. 4부산촬영소 상반기 착공? 경관심의 통과가 첫 단추
  5. 5밀려드는 관광·문화…주민도 만족할 ‘핫플 섬’ 만들자
  6. 6부산 ‘탄소중립 어벤저스’ 한자리에
  7. 7“영도민 1명 줄면…연간 숙박객 9명, 당일 여행객 32명 유치해야”
  8. 8공공기관 이전에도…10년간 3만 명 엑소더스
  9. 9영도 상징 글씨체 개발, 세계 디자인상 휩쓸어
  10. 10윤 대통령, 4월 BIE실사단 부산서 맞을까
  1. 1윤 대통령, 4월 BIE실사단 부산서 맞을까
  2. 2이태원 참사 국회 추모제…與 “책임 다할 것” 野 “대통령 왔어야”
  3. 3장외집회 연 민주, 또 나갈지는 고심
  4. 4가덕~기장 잇는 부산형급행철도 시의회서 뭇매
  5. 5"안철수는 윤심 아니다""선거개입 중단" 대통령실-안철수 정면 충돌
  6. 6윤심 논란에 대통령실 개입까지 진흙탕 싸움된 與 3·8전대
  7. 7영국 참전용사들, 런던에서 '부산'을 외치다
  8. 8이태원참사 국회 추모제…여야 “진상규명 재발 방지 대책 마련”
  9. 9대통령실 신임 대변인에 이도운, 5개월 만에 공석 해소
  10. 10민주당, 6년만에 대규모 '장외투쟁'…국민의힘 "방탄 올인" 비판
  1. 1부산 ‘탄소중립 어벤저스’ 한자리에
  2. 2해운경기 수렁…운임지수 1000선 위태
  3. 3애플페이 내달 상륙…NFC 갖춘 매장부터
  4. 4“부산 녹색성장 적극 대응…‘대한민국 미래’로 거듭나야”
  5. 5“바이오가스로 그린 수소 생산…가장 현실적 방법”
  6. 6“전기차 부품 글로벌 경쟁 심화…정부 파격 지원을”
  7. 7“산은, 녹색기술 투자 견인…기보는 벤처투자 연계를”
  8. 8“온실가스 감축 비용 계속 증가…배출권 시장 효과적 관리 관건”
  9. 9“수소경제 핵심은 ‘연료전지’…지역 산·학·관 협업해야”
  10. 10“고양이도 개 못지않은 훌륭한 반려동물입니다”
  1. 1“압사 위험” 신고 빗발…어르신 몰린 벡스코 한때 초비상
  2. 2도시철 무임손실 급증…‘초고령 부산’도 노인연령 상향 촉각
  3. 3"영도서 한 달 살고, 최대 150만 원 받으세요"
  4. 4밀려드는 관광·문화…주민도 만족할 ‘핫플 섬’ 만들자
  5. 5“영도민 1명 줄면…연간 숙박객 9명, 당일 여행객 32명 유치해야”
  6. 6공공기관 이전에도…10년간 3만 명 엑소더스
  7. 7영도 상징 글씨체 개발, 세계 디자인상 휩쓸어
  8. 8버거운 난방비에…목욕탕 일찍 문닫고, 식당은 감원 고민
  9. 9“개금 주원초 학부모 70% 통·폐합 찬성한다”
  10. 10‘부산교육청 전교조 해직교사 특채’ 감사 이달 마무리
  1. 1롯데 괌으로 떠났는데…박세웅이 국내에 남은 이유는
  2. 2쇼트트랙 최민정, 올 시즌 월드컵 개인전 첫 ‘금메달’
  3. 3황의조 FC서울 이적…도약 위한 숨 고르기
  4. 4폼 오른 황소, 리버풀 잡고 부상에 발목
  5. 5MLB 시범경기 던지고 간다…오타니, WBC 대표팀 지각 합류
  6. 6국내엔 자리 없다…강리호 모든 구단과 계약 불발
  7. 7맨유 트로피 가뭄 탈출 기회…상대는 ‘사우디 파워’ 뉴캐슬
  8. 8WBC에 진심인 일본…빅리거 조기 합류 위해 보험금 불사
  9. 9‘셀틱에 녹아드는 중’ 오현규 홈 데뷔전
  10. 10한국 테니스팀, 2년 연속 국가대항전 16강 도전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불어 살며 지켜가야 할 피란수도 부산
55보급창은 반드시 공원이 되어야 한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낙동강 녹조를 그대로 둘 것인가
표류하는 가덕신공항
기고 [전체보기]
수산자원, 잘 이용하고 관리해야
새 단계로 진입한 중국 방역
기자수첩 [전체보기]
학교 신축 공기지연, 노조 탓만 할 수 있나요?
김해시장, 소통행정 이후가 중요하다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한국은 여기까지다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3차 세계화, 우리는 괜찮을까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문화자산을 물려받는다는 것
토착화한 망자를 위한 노래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먼저 온 미래’ 영도에서 2030 부산 해법 찾기
‘부산’이라는 아이 어떻게 키우겠습니까
도청도설 [전체보기]
마스크 안 벗는 이유
남천삼익비치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너무나 완벽한 음식 식해
여러분 모두 미식가 되세요!
사설 [전체보기]
가덕경제자유구역, 전제는 순조로운 공항 건설
치솟는 연료물가 먹거리물가…체감물가 겹고통
세상읽기 [전체보기]
부산진 수상비행장을 아세요?
자동차산업, 정의로운 산업전환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 지출의 원칙과 난방비 지원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새로운 해양시대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수평선을 바라보며 동백꽃을 사랑하며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반도에 새로운 국제질서가 등장하고 있다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신정과 설날 사이의 단상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다시 블랙리스트
정치인의 언어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근고지영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새해엔 선거개혁 위한 결단 기대한다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이태원 연가
특별기고 [전체보기]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노엘합창단
절대음감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당 김은호의 ‘매란방’
풍곡 성재휴의 ‘배암 나와라’
CEO 칼럼 [전체보기]
초고령 선진국에 걸맞은 변화
자율주행의 위기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