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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눈물을 머금은 자리마다 파릇파릇 /박남준

1등 지상주의 빠져 커져가는 학교폭력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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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2-02-24 19:54:10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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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이들도 겨울 이긴 봄꽃처럼 세상 향해 피어나길

   
저녁부터 눈발이 날린다. 눈 속에서도 피어난다고 눈새기꽃, 얼음을 뚫고도 꽃이 핀다하여 얼음새꽃이라는 이름도 갖고 있는 복수초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는데 입춘, 우수 지나 밤눈이 내린다. 내일은 눈이 녹기 전에 흰 눈 속에 피어있는 황금빛 노란 햇살의 꽃, 복수초꽃 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 흐음 설렘이 인다. 기다려진다.

나무들에도 온통 눈꽃이 피어서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거나 벚꽃이 만개해있는 듯하다. 한밤 문을 열고 나가보니 눈이 그쳤다. 마당 앞에 외등을 켜고 눈꽃들의 밤 풍경을 걷는다. 뽀드득 뽀드득 발자국 소리가 강아지처럼 따라온다.

며칠 전 광주의 초상집에 다녀왔다. 차를 몰고 함께 온 일행들이 모두 술잔을 기울였는지라 근처의 여관에서 잠을 잘까 했는데 마침 한 분이 집에 잠자리가 넉넉하니 집으로 가잔다. 그녀는 아파트에서 초등학교 6학년 딸과 고양이 한 마리, 셋이 산다고 했다.

그녀의 집에 갔다. 귀여운 고양이가 잔뜩 호기심 어린 눈으로 같이 간 일행들 주변을 기웃거리며 코를 킁킁 거렸다. 남편과 이혼을 하고 난 후 딸과 언어소통이 잘 되지 않는 등 우울증에 빠졌었는데 고양이가 오고부터 딸과의 관계도 좋아졌고 우울증세도 없어진 것 같단다. 한 마리의 애완동물이 고통을 받고 있는 우리 모녀를 치유해주었다. 큰 힘이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잠을 자고 있다던 딸이 깨어나 삐끗 방문을 열고 내다본다.

같이 간 일행은 딸과도 친분이 있나보다. 서로 이름을 부르며 안부를 묻는다. 인사를 하고 다시 들어가자 조심스럽게 딸 이야기를 꺼낸다. 요새 딸에게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지금은 졸업을 한 상급생에게 심한 폭력을 당한 적이 있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데 그 폭력 학생이 다니고 있는 중학교로 딸이 배정되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딸과 함께 울고불고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안타까워하고 있는 엄마를 위로해준다며 딸을 대견해 하지만 걱정이 태산 같다고 한다.

여기저기 정도를 넘은 학교폭력문제가 언론매체에 끊이지 않는다. 내가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도 폭력문제가 있었지만 친구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이렇게 경악스러운 사태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어디에 원인이 있는 것인가.

학교교육이 문제인가. 아니면 아이들의 인성교육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공부공부, 1등 일류, 지상주의에 빠져 아이들을 학원에서 학원으로 내모는 우리나라 부모들의 유별난 교육열기 때문인가. 공부하라는 말 이외에 아이의 친구들 이야기나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 엄마아빠가 살아온 어린 날의 이야기 등 아이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하루에 얼마나 될까.
음식점에 들어온 가족이 있었다고 한다. 자리에 앉자마자 모두들 전화기를 꺼내들고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고개를 숙이고 전화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고 한다. 음식이 나오자 몇 마디의 말이 겨우 오고 갔을 뿐 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 가족들과 아기자기한 이야기와 즐거운 웃음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런 모습이 눈에 너무 자주 띈다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너무 무리한 속단일까. 이런 현실 속에 어찌 성적을 비관하여 자살하는 사건이나 심각한 학교폭력이 발생하지 않겠는가.

딸의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해줄 방법이 없다. 교육청이라도 찾아가 민원을 넣거나 상담을 해보라고 해봤지만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염려해서 아이의 학교배정을 다시 해줄 턱은 이 나라에서는 어림 반 푼어치의 기대도 할 수 없다. 집에 돌아와 메일을 열어보니 그녀의 편지가 와있다. 배정받은 학교에 가서 상담을 해보았지만 같은 학군에서는 옮길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답답하다. 나는 문을 열고 나간다. 밤눈이 그친 흐린 하늘, 온통 하얀 눈밭이다. 저 눈들이 녹고 머지않아 곧 그 눈 녹은 눈물을 머금은 자리마다에 파릇파릇 새싹들이 돋아날 것이다. 작은 봄꽃들이 고개를 내밀며 세상을 기웃거릴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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