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부산시가 주관하는 행사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보도가 난 겁니까. 경위를 설명하고 (보도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세요." 지난달 말 부산시는 지식경제부 고위관계자로부터 직접 걸려온 전화 한 통에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문제가 된 것은 지경부가 세계적인 오일메이저인 네덜란드 쉘사와 부산에서 직접 체결하기로 한 양해각서였다. 쉘사가 발주하는 해양플랜트에 부산을 비롯한 한국의 조선해양기자재 업체 제품을 사용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다. 우리 정부가 대량으로 수입하는 천연가스를 '지렛대' 삼아 쉘사로부터 협조를 받아낸 것이다. 해양플랜트 부품의 높은 진입 장벽에 가로막힌 지역 조선해양기자재업체로서는 그야말로 희소식이었다. 본지는 지역 업계의 전언을 종합해 이를 기사화했고 일부 언론도 뒤따라 이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이를 뒤늦게 안 지경부가 시에 화풀이를 한 것이다. 이유는 오랜만에 '한건'했는데 시에서 정보가 미리 새나가 김이 빠졌다는 것이다. 양해각서 체결식은 13일 부산에서 열린다.

#장면2. 부산시의 역점 사업인 한국기계연구원 부산분원 유치가 차질을 빚고 있다. 해양플랜트연구센터와 레이저센터를 한데 묶어 올 상반기 한국기계연구원 부산분원을 출벌시킬 계획이었으나, 돌발 변수를 만났다. 시는 "해양플랜트연구원은 생산기술연구원 동남권본부에 둬야 한다"는 지경부 통보 한마디에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유는 한국기계연구원은 국책연구기관간 통폐합이 이뤄지면 기획재정부로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시는 새로운 연구센터 유치를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계연구원 부산분원을 위해서는 최소 2개 이상의 연구센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일정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부산시 경제부서에서 일어난 이 두 가지 사례는 중앙정부와 시의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8 대 2다. 중앙정부는 '돈줄'을 무기로 지방정부를 마음껏 통제하는 분위기다. 중앙정부 관료들은 대기업에 동반성장을 주문하고, 공정사회를 외치면서 자신들은 '불공정'을 즐기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