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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조선후기 낙동강 명지도의 소금 /신명호

구황 목적으로 생산지 지정, 교역 활성화되며 문화창출 기여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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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2-02-08 20:16:13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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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에는 가뭄과 홍수가 빈발했다. 임진왜란 그리고 병자호란을 겪은 뒤에 또 이런 기상이변에 맞닥뜨린 조선왕조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렸다. 수많은 백성들이 고향을 떠나 유리걸식하고 국가는 만성적인 재정부족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1731년(영조 7년), 지독한 가뭄 끝에 50년 이래 최악의 흉년이 발생했다. 곡창지대로 이름 높은 하삼도에도 먹을 것이 없어 기민과 유랑민이 속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조는 영남을 비롯한 하삼도를 안정시키기 위해 각종 구황(救荒) 정책을 실시했다.

당시 영남지역의 구황을 책임진 사람은 암행어사로 이름 높은 박문수였다. 그가 제안한 구황대책은 소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이었다. 조선시대 백성들은 기근이 들면 초근목피에 소금을 넣어 끓여 먹으며 연명했다. 소금이 없으면 그나마 초근목피도 먹지 못했던 것이다.

영남지역을 구황하기 위한 소금 생산 단지로 낙동강 하구에 위치한 명지도(鳴旨島)가 선정되었다. 이 섬은 크게 가뭄이 들려 하거나 또는 큰 바람이 불려고 하면 반드시 우는 소리가 나서 명지도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당시 명지도는 토지가 척박하여 버려진 섬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명지도를 대규모 소금 생산 단지로 조성하기 위해 영조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였다. 우선 명지도에 들어와 소금을 생산하는 사람들에게는 각종 세금을 경감시켰다. 또한 소금생산에 필요한 자본과 쌀을 국가에서 공급하고 그 대신 소금을 받았다. 이 같은 정책에 힘입어 수많은 소금 생산업자들이 명지도에 몰려들었고 명지도는 단기간에 당대 최대의 소금 생산 단지로 발전했다.

구황을 위해 영남지역에 온 박문수는 2년 정도 머물렀다. 그 사이 박문수는 명지도의 소금 생산량을 4만 석 이상으로 늘렸다. 이 정도면 영남지역을 구황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당시 소금 값이 아주 높았기 때문이었다. 중종대의 기록에 의하면 바닷가에서는 소금 한 가마 값이 쌀 한 가마값과 비슷했지만 산골에서는 쌀 두 가마값에 육박했다. 영조 때는 소금 값이 더 올라서 관동 같은 지역에서는 소금 한 가마 값이 쌀 열 가마값을 넘었다. 그러므로 명지도에서 생산된 소금 4만 석을 쌀로 환산하면 줄잡아 10만 석이 넘었다. 명지도에서 생산된 소금은 영남사람들을 구황하고도 남아 다른 지역으로 원조되기까지 하였다.

영조 이후 명지도의 소금생산은 계속 증가하여 순조 때에는 10만 석을 넘었다. 이렇게 명지도에서 대량 생산된 소금은 이른바 소금 배를 통해 낙동강 수운을 따라 영남 전역에 공급되었으며, 남해바다의 해운을 통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소금 배가 돌아올 때는 소금과 맞바꾼 온갖 물품을 싣고 왔다. 여기에 소금을 구입하기 위해 전국에서 사람과 배가 명지도로 몰려들었다. 이런 상황을 다산 정약용은 "외지에서 생산되는 물품들이 구름처럼 모여들고 산처럼 쌓이니, 나라 안에서 소금의 이익이 영남 같은 곳이 없다"고 증언하였다.

명지도 소금은 18세기 영남사람들을 먹여 살렸을 뿐만 아니라 18세기 낙동강 문화 창출에도 크게 기여했다. 명지도의 소금생산 문화를 비롯하여 소금 생산자들의 생활문화, 명지도의 소금을 이용한 각종 음식문화는 그 자체로 억세면서도 순박한 낙동강 문화가 아닐 수 없다. 어디 그 뿐이랴. 낙동강 700리 물길을 오르내리던 소금 배 그리고 그 소금 배를 운행하던 선원들의 거친 몸짓과 노랫가락은 보는 이와 듣는 이의 가슴을 아리게 할 정도로 정겨우면서도 눈물겹다. 또한 고단한 소금 배를 맞아들이던 낙동강 연안의 포구에서 이름도 없이 억척스럽게 삶을 꾸렸을 한 사람 한 사람을 상상하면 가슴이 절로 먹먹해진다. 이 모든 것들이 차마 잊히려 해도 잊힐 수 없는 낙동강의 역사와 문화가 아니겠는가?

오늘날 명지도는 조선후기의 흔적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변했다. 낙동강 물길도 곳곳이 막혀 있기에 강 위를 누비던 소금 배를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명지도의 소금 역사와 소금 문화가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아주 사그라지는 듯해 안타깝다.

부경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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