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가 신학기 교양과목에서 한국사를 폐강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70~80여 개의 교양과목 가운데 우리 역사를 제외한 것은 어떤 명분으로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 실망스럽고 이해하기 힘든 사실은 폐강의 명분이다. 근현대사에 논란의 소지가 많다며 조선시대까지만 강의하도록 지침을 내렸고, 교수들이 반발하자 전격 폐강한 것이다.

동아대 교양교육원은 개강을 앞두고 동 대학 사학과 홍순권 교수와 김광철 교수에게 교양과목 한국사의 강의지침서 작성을 맡겼다. 근현대사가 전공인 홍 교수를 지침서 작성의 책임교수로 지정하고도 막상 지침서가 제출되자 조선시대까지만 강의하라고 한 것은 자가당착이다. 논란이 두려웠다면 애초부터 근현대사 전공교수에게 지침서 작성을 맡기지 않아야 했다.

대학 측은 또 고대에서 근현대사까지 다루기에 16주는 너무 짧다고 했다. 대학에서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초중고처럼 선사시대에서 근현대사까지 똑같은 비중을 둘 필요는 없다. 어느 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룰 것인지는 교수와 대학생이 판단할 일이다. 중고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근현대사 부분을 대학에서 빼고 강의하라는 것은 학문의 자유 침해이자 역사교육의 퇴보다. 교수들이 반발하자 폐강을 선택한 대학 측의 처사는 도저히 대학 본연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

근현대사가 논란이 많다는 사실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우리는 박정희 정권에서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짧은 기간에 유달리 이념적 격변이 심했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분야일수록 연구와 토론을 통해 학문적 완성도를 높이고 사회적 합일점을 유도해 나가는 것이 대학이 취해야 할 도리다. 그런데 지금 동아대는 논란이 두렵다며 도망가는 격이다. 대학은 사회의 양심이자 보루다. 외압과 불의에 과감히 맞서야 한다. 4·19 때 대학 교수들이 거리에 나선 것을 상기해 보자. 사학 명문 동아대는 '자유 진리 정의'라는 교시에 부끄러움이 없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