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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학교 폭력과 투사의 심리 /주유신

한계상황 몰린 10대, 억압·폭력성 노출…타자에 분노를 풀어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1-18 20:12:37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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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 불능' 치유해야

   
한 중학생이 급우들의 폭력과 학대를 견디다 못해 자살한 사건으로 인해 '학교 폭력'이 작금의 한국사회를 진단하는 데에 있어서 윤리적 바로미터로 떠오른 듯하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는 항상 그래왔듯이, 냄비처럼 끓어오른 채 그럴 듯해 보이는 사후약방문만을 단위별로 처방해대는 형국이다. 정부와 여당은 학교폭력 신고상담 전화를 117로 일원화한다는 방안을 서둘러 내놓는가 하면, 이미 작년에 학교폭력전담 경찰관 배치 등을 포함한 '학교폭력, 따돌림 근절 대책'을 내놨으나 이번의 비극을 막지 못했던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 폭력 관련 토론회를 갖고 다음 달 초까지는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단다. 그러나 이런 대처나 대책들을 통해 장기간 뿌리 깊게 박힌 학교 폭력이라는 현상이 과연 개선될 수 있다고 믿는 시민은 몇 명이나 될까?

학교 폭력은 물론이고 늘어나는 십대 자살을 포함한 극단적 현실은 근본적으로 무한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그 안에서 십대들은 강도 높은 스트레스와 좌절을 경험하지만 이런 경험을 서로 나누거나 위로받을 어떤 소통의 채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는 '더불어 사는 가치'를 가르치기보다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며 자식의 등을 떠미는 가정도 큰 몫을 차지한다. 따라서 십대들의 삶이 한계 상황으로 몰려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학교와 가족 제도 자체 내에 존재하는 억압성과 폭력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까지가 학교 폭력과 관련된 객관적 외적 조건이라면, 이것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다. 우리와는 교육 시스템이 다른 유럽과 미국에서도 학교 폭력은 발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십대들은 왜 사회 속의 폭력성을 비성찰적으로 재생산하고 있으며 그 분노와 저항감을 타자를 향한 무감각한 파괴로 풀어내고 있는가가 여전히 의문으로 남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떠오르는 것이 '투사(projection)의 심리'이다. 정신분석학적 의미에서 투사는 주체가 인정하지 않거나 스스로 거부하는 특질, 감정, 소망, 대상 등이 밖으로 방출되어서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주어지는 현상으로서, 견디기 어려운 불쾌한 경험의 원인을 밖에서 찾아내고자 하는 근본적인 방어 기제이다. 따라서 신화나 미신과 같은 영역에서도 작동할 뿐만 아니라, '좋은 대상'과 '나쁜 대상'의 설정을 통해 자아를 외부와 구별짓는 본질적 역할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의미에서는 정상적일 수도 있는 이런 투사가 편집증적으로 왜곡되면서 혐오증(phobia)으로 나아가는 데에 있다.

학교와 가족으로부터 제대로 된 이해와 돌봄, 존중과 배려를 받아본 적이 없는 십대들의 분노와 원망은 또래 동료에 대한 분노와 원망을 사후 합리화하는 기능을 한다. 즉 '누군가가 나를 미워한다'는 막연한 전제가 '나는 그를 미워한다'는 감정을 무조건적으로 정당화하는 셈이다. 그리고 이때 그 동료에게 투사되는 것은 '그는 무조건 나쁜 대상'이라는 환상인 만큼, 여기에 어떤 성찰도 끼어들 여지는 전혀 없다. 그 결과 가해자인 십대들은 어떤 의미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단지 자기보다 힘없는 동료에 불과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잔인한 폭력과 위협의 시나리오를 짜고, 완벽한 윤리적 불감증과 순전한 감각적 쾌락 속에서 그 시나리오를 실현해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유럽을 휘감고 있는 '외국인혐오증(xenophobia)'이 개별 국가의 정치적 사회적 불안정뿐만 아니라 국가 간 갈등의 원인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21세기 세계의 심각한 이슈라면, 우리 사회의 현재 화두 중의 하나는 십대들이 앓고 있는 '타자와의 공감 불능병'이다. 십대들은 물론이고 그 부모 세대와 우리 사회 전체를 아프게 하는 심각한 질병이기 때문이다.

영국을 중심으로 해서 이루어졌던 십대 하위문화 연구들은 십대들이 기존 사회질서에 대하여 벌이는 반항적, 반사회적인 저항과 도전을 위협적인 것으로 보면서 십대를 대표로 하는 '청년 문화' 속에서 젊은이다운 방황과 갈등, 이상 사회에 대한 추구와 실험, 대안 문화 등의 가능성을 모색했었다. 우리의 십대와 그들의 문화에 대하여 이런 기대를 할 수 있는 날, 과연 언제일까? 안타까운 마음이다.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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