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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다문화 시한폭탄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정상도

다문화사회로 진입, 외국인유입 반감 커…순혈주의부터 문제, 진정한 포용력 필요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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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2-01-18 20:14:09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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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걱정스러운 통계가 나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이민자 유입에 상당한 경계심을 갖고 있다는 조사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외국인·이민자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 국민 절반 이상이 이들의 증가에 따른 정서·사회자원·문화 갈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 조사에서 '외국인·이민자 자녀가 늘어나면 한국인 학생과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는 응답이 63.9%에 달했다. 외국인과 이민자에 의한 소요사태나 시위 발생을 우려한다는 응답도 64.0%에 달했다. 과반수가 외국인과 이민자가 증가하면 한국인이 점점 일자리를 얻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이는 순혈주의가 지배적인 한국의 특수성에 비춰볼 때 그만큼 외국인 유입으로 인한 갈등이 치유하기 어렵고 치유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학생들 간의 갈등 우려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는 학교폭력이라는 비상 상황을 맞고 있다. 입시철만 되면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백년대계라는 입시제도가 자고나면 바뀌는 현실을 망국병이라고 했다. 이 와중에 고교 뿐만 아니라 중학교, 심지어 초등학교에서 폭력이 학생들을 멍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외국인·이민자 자녀 문제는 이를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만들 수 있다. 단일민족, 순혈주의는 교과서를 통해 우리 학생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문제 아닌가. 한 통계에 따르면 부모의 재혼 등으로 우리나라에 온 외국 어린이 5명 가운데 4명이 학교에 다니지 않고 있다. 초등학교 재학률은 56.4%이지만 중학교는 18.1%로 떨어지고 고등학교는 3.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조사 관계자는 "주로 15세 이상 연령대에 중도입국하는 청소년들은 청소년기의 혼란과 다문화가정 자녀로서의 어려움을 함께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학교 부적응이 비단 언어와 정체성의 문제 뿐일까. 피부색 언어 종교 생활방식 등 차이로 소수일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가해지는 차별의 벽은 어린 나이에 극복하기 힘든 난관이다.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2세를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여기에 일자리 문제까지 더한다면 폭발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거주자는 130만 명이 넘는다. 국적별로는 재중동포를 포함한 중국인이 절반 수준(49.4%)이며 미국인(10%), 베트남인(8.2%), 필리핀인(3.7%), 일본인(3.6%), 태국인(3.2) 등 순이다. 유엔은 2007년 우리나라를 수민국(이민을 받는 나라)으로 선포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다문화사회, 이민사회로 진입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다문화 정책은 이들을 품기에는 한창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다문화 정책을 두고 이주민을 소외시키는 '가식적 허구'라며 이주민의 인권과 노동권 등을 보장하는 이주민 중심 정책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주노동자의 노동조합 구성을 부정하고, 이주노동자 권리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을 거부하며,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각국 민속의상을 입혀 공연하고 기념사진을 찍는 겉치레 행사로 소통과 화합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물론 정부도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처음 지방자치단체들과 함께 시범적으로 다문화가족 지원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모두 682억 원이 투입되는 이 계획은 다문화가족 정책 추진체계 정비, 국제결혼 건전화, 결혼이민자 정착 및 자립 지원, 다문화가족 자녀 성장 지원, 다문화에 대한 이해 증진 등 크게 다섯 개 영역의 중점 과제를 제시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다양성과 포용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옌벤 출신인 정수일 교수는 '한국 속의 세계'라는 책에서 우리가 '가까이는 중국이나 일본, 멀리는 아랍이나 로마와도 서로 주고받으면서 역사를 문화를 함께 가꾸어왔음'을 설명했다. 다문화가 상생의 에너지가 될지, 아니면 상쟁의 시한폭탄이 될지는 우리 하기에 달렸다.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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