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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에 부쳐 /고기화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 공여국으로…부산과 인연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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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우리가 따뜻한 손길 내밀때

   
내일부터 사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가 갖는 의미는 자못 크다. 세계 160여 개국 정상 및 각료급 정부 대표, 국제기구 대표 등 2500여 명이 참석하는 개발원조 분야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이기도 하지만 반세기 전만 해도 원조물자 하역항이었던 부산에서 개최된다는 상징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 등 지구촌 거물들이 부산에 집결하는 G20 정상회의에 버금가는 중요한 회의이다. 그럼에도, 국내의 관심은 조금 덜한 것 같아 아쉽다.

우리나라는 불과 50, 60년 전만 해도 끼니조차 해결하기 어렵던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였다. 6·25전쟁으로 인한 피폐와 궁핍은 '보릿고개'란 단어로 축약할 수 있다. 국민 대다수가 쫄쫄 굶던 그 시절, 우리 경제를 지탱한 건 다른 나라의 도움, 특히 미국의 원조였다. 1인당 국민소득 65달러 시대에 국가재정의 절반을 원조로 충당하는 최대 수혜국이었다. 돌이켜보면 정말 가슴 아팠던 시대가 아닐 수 없다. 그랬던 우리가 아픔을 극복하고 기적처럼 경제성장을 이뤄내 이젠 원조 받던 나라 중 유일하게 원조를 하는 국가로 탈바꿈했으니 뿌듯함을 느끼고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특히 아시아권에선 최초로 총회가 열리는 부산은 세계 원조의 역사가 담긴 곳이어서 더욱 뜻 깊다. 원조물자 창구 역할을 하던 부산항은 말할 것도 없고, 부산항으로 들어온 구호품이 전국적으로 유통되던 국제시장, 피란민들의 구호품 시장으로 성황을 이루던 중앙동 40계단, 지금은 재개발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 해운대 AID(국제개발처) 아파트까지 곳곳에 원조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부산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으로 자리잡은 밀면도 이북 출신 피란민들이 구하기 힘든 메밀 대신 미군에게 원조를 받은 밀가루를 이용해 만든 음식이었다고 한다. 피란민이 넘쳐나고 판자촌이 빼곡하던 부산이 세계 5대 항만도시, 아시아 4위의 국제회의도시로 변모한 부산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건 회의 참석자들에게도 큰 감명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해외원조를 받던 대한민국이 베푸는 나라가 됐지만, 과연 얼마나 돕고 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지구상엔 아직도 5초마다 10세 미만의 어린이 한 명이 기아 또는 영양 결핍으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하고, 전 세계 68억 인구 중 14억 명은 절대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ODA(공적개발원조) 규모는 지난해 11억7000만 달러로 국민총소득(GNI) 대비 0.12%에 그치고 있다. 정부가 오는 2015년까지 0.25%까지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과거 우리가 받았던 수혜를 생각할 때 미미한 수준이다. 물론 "국내 빈곤 문제도 다 해결하지 못하면서…"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겠으나,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위상을 고려하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원조 문제의 시야를 넓히기 위해선 정부 뿐 아니라 기업, 시민사회 등 민간영역의 역할도 중요하다. '아프리카 수단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부산 출신의 고 이태석 신부가 행한 의료·교육 활동의 감동적인 휴먼스토리는 시사하는 바 크다. 개도국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려면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게 더 필요할지 모른다. 신자본주의, 그 탐욕의 시대에 고통받는 지구촌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줄이려면.

이번 부산총회의 슬로건은 '다 함께 잘사는 세계로!', '나누는 기쁨, 세계는 하나!'이다. 전 지구적 불균형 해소를 위해 단순 원조를 넘어선 새로운 개발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부산선언'도 채택될 예정이다. 부산시도 영양소 결핍으로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남태평양과 아프리카 등 개도국에 기장 미역 등을 제공하는 '부산 이니셔티브' 제안을 추진한다고 하니 '따뜻한 원조'가 될 걸로 기대된다. 세계가 주목하는 부산총회가 계기가 돼 기아와 질병으로 한 해 수백만 명이 죽는 지구촌의 비극이 사라지길 희망한다. 더불어 우리의 성장 모델과 경제개발, 민주화 경험 등을 전수해 한국이 글로벌 시대에 한층 더 성숙한 세계 속의 국가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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