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사프리즘] 어른과 원칙이 그리운 시대 /이영식

원칙과 소신 지키며 쓴소리 할 줄 아는 어른의 모습 사라진 비겁한 시대 서글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11-27 20:05:10
  •  |  본지 26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법도 없고 원칙도 없는 것 같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주위의 눈치부터 살피는 것이 상책처럼 돼버린 모양이다. 자신의 가치와 다른데도 판단을 유보하거나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는 것이 신중함으로 존중되는 비겁한 시대가 도래한 모양이다. 예전 우리 어른들은 그렇지 않았다. 조금 투박하더라도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밝히고 다른 가치와의 충돌도 불사하는 진실성이 살아 있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진보와 보수, 서로 다른 계층과 이해집단 간의 충돌이 첨예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갈등이 극에 달하기 전 미리 서로의 눈치를 보아가며 미봉책 구하기에 급급하다. 원칙을 왜곡하고 포기하면서 적극적인 자기주장의 기회를 피해가려는 모습이 비일비재하다. 투박한 주장이 사라진 비겁한 시대가 서글프다.

엊그제 한미 FTA 비준동의안 강행처리 과정에서 민노당 김선동 의원은 전대미문의 '최루탄 테러'를 감행했지만, 비준 반대세력을 의식한 탓인지 이틀이 지나도록 사법적 조치나 의원징계에 대한 언급이 없다. 사흘이 지나 겨우 보수단체의 고발에 따라 수사에 착수한다는 검찰의 발표가 있었을 뿐이다. 한나라당의 고발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민주당의 유감 표명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역풍이 불까 두려워 입을 닫은 한나라당이나, 최루탄 투척으로 강행처리의 부적절성이 희석되는 불만이 있었을 민주당이라도 국회법의 존중과 폭력에 대한 유감은 표명해야 했다.

지난 10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사태가 노사합의로 일단락되면서 309일간 고공농성을 전개해 왔던 김진숙 지도위원과 한진중정투위 박성호 대표 등 4명이 무사히 땅으로 내려왔다. 11개월의 투쟁과정에서 가슴 아픈 희생도 있었지만, 합의를 통해 사태가 종료된 것이 기쁘고, 그들이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이 더욱 기뻤다. 그러나 사측의 형사고발은 취하되었다 하더라도 업무방해와 집시법 위반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였기에 현행법상 환영의 화환 대신 우선 경찰에 연행되는 장면이 되어야 했다. 법 집행을 우선하고 건강에 문제가 있다면 경찰이 병원으로 호송하면 된다. 그러나 여론의 자극을 우려했던 경찰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한 술 더 떠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와 이재오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영장청구에 대한 유감을 표시하고 선처를 호소했다. 희망버스를 비난하던 사람들이 반대파의 역풍을 우려해 자신들의 주장을 굴절시킨 제스처에 불과하다.

국가와 정당의 중대사에 대한 의견을 묻는 데도 신중이란 포장으로 노코멘트를 일관해 왔던 박근혜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대선주자로 나서기까지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면서 몸을 사리는 것이야말로 최선이라 판단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좀처럼 자기주장을 개진하지 않는 그는 불의를 보면서도 화조차 내지 못하는 요즘 '어른 부재'의 전형적 모델이 되고 있다. 한미 FTA를 둘러싸고 지난 정권부터 이번 정권에 이르기까지 여야의 위치가 바뀜에 따라 양쪽 모두의 주장이 정신없이 뒤바뀌고 있음은 우리 모두 잘 아는 사실이다. 어디에 무슨 연구와 분석이 있었고, 어디에 자신들의 원칙과 주장이 있었던 것일까. "무지했었다" "상황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여야 모두의 변절을 이해해 줄 국민은 없다. 원칙도 소신도 없는 이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겨야 한다는 게 서글프다.

매 맞는 교사의 뉴스가 줄을 잇는다. '어른'이 있었던 시대에는 기절초풍할 일이었겠지만, 어느새 크게 분노하는 목소리도 찾기 어렵게 되었다. '소비자중심교육' 운운하던 사람들 때문에 선생은 '단순생산자'가 되었고, 소비자와 생산자의 일대일 대응관계가 스승과 제자 사이에 성립하게 되었다. 학생과 교사의 인권조례안이 동시에 입법동의됐다는 것은 어른 아이의 구별이 없는 어른부재사회 현상의 하나다. 같은 인권으로 보장해 준다니까 학생은 교사를 맞설 상대로 인식하게 되었지만, 학생과 교사는 상대가 아니라 가르치고 배우는 스승과 제자다. 무엇을 원칙으로 삼아야 하는지, 그 원칙을 바탕으로 엄하게 꾸짖는 어른이 왜 필요한지도 모르는 시대가 되었다. 원칙도 없고 어른도 없는 우리 시대가 서글프다.
인제대 역사고고학과 교수·박물관장

※사외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RSS

  1. 1넥슨 매각 예비입찰 마감…넷마블·카카오 2파전?
  2. 2아파트값 하락세 연제·남구, 고분양가 관리지역서 해제
  3. 3‘2000억 규모’ 에코델타 사업 막바지 입찰 경쟁 뜨겁다
  4. 4부산 미세먼지 저감조치 ‘반쪽짜리’
  5. 55G 기반 스마트폰·콘텐츠 모바일 올림픽 총출동…이동통신 미래 본다
  6. 6김경수 구속·서형수 불출마설…여당, 낙동강벨트 총선전략 어떡해
  7. 7내달 개각설…해수장관 후임 하마평
  8. 8경쟁률 4.5 대 1…거인 4·5선발 자리 누가 꿰찰까
  9. 9경기침체 불안감에…부산 주요 기업 창업주 일선 못 떠나
  10. 10‘문재인 복심’ 친문 3철(이호철·양정철·전해철), 전면에 나서나
  1. 1임시공휴일, 대통령 재가하면 확정…출근 할 경우 수당 체계는?
  2. 2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 4월 11일 임시공휴일 되나?
  3. 3‘문 대통령 깜짝 축사’ 유한대학교, 故 유일한 박사가 설립한 곳
  4. 4전병헌 전 의원 1심 징역 6년 법정 구속 면한 이유는?
  5. 5부산 중구, 대청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커뮤니티 케어 교육 실시
  6. 62019년 중앙동 장학회 장학금 수여식 개최
  7. 7부산 중구 (사)중구청년연합회 제28차 회원대회 및 회장단 취임식 개최
  8. 8부산 중구 광복동 주민자치회 2019년도 초등학교 입학생 축하선물 전달
  9. 9부산 중구 제10회 부산크리스마스트리 문화축제 평가설명회 개최
  10. 10‘문재인 복심’ 친문 3철(이호철·양정철·전해철), 전면에 나서나
  1. 1내달 개각설…해수장관 후임 하마평
  2. 25G 기반 스마트폰·콘텐츠 모바일 올림픽 총출동…이동통신 미래 본다
  3. 3한국해양대 2.5배 커진 한나라호 위용…대학 실습선 4척 명명식
  4. 4부산공동어시장 임금 체불 피소 위기
  5. 5사천 항공정비 첫 손님은 ‘제주항공 여객기’
  6. 6부산 주요 기업 창업주들 ‘현역’ 고수하는 속내는
  7. 723년 명맥 유지 ‘2G’ 없어진다
  8. 8동해 바다도 아열대화 진행, 해조류 무게 줄고 종류 늘어
  9. 9아파트값 하락세 연제·남구, 고분양가 관리지역서 해제
  10. 10달걀 산란일 표기 23일부터 의무화
  1. 1경부고속도로 상황 "경찰 차량 통제, 왜?"
  2. 2 차량 통제, 국빈방문 탓… “국빈이 왜 경부선에?”
  3. 3영광여고생 성폭행 사망사건… “90분 만에 소주 3병 마시게… ‘죽었으면 버려라’”
  4. 4현대제철서 용역노동자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 양승조 충남지사 사태파악 지시
  5. 5조현아 남편 상습 폭행 "죽어, 죽어" VS "의혹 전면 부인"
  6. 6김지은 “예상했지만 암담”… 민주원 ’안희정-김지은 텔레그램’ 공개 하자
  7. 75등급 경유차 규제, 내 차 등급 확인법은?
  8. 8부산 연산동 맨션 인근 지름 2.5m 싱크홀 발생… 차량 1대 빠져
  9. 9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실시...제외 차량 및 과태료는?
  10. 10 태권도·유도 도합 6단 시민이 편의점 흉기 강도 잡아
  1. 1‘창과 방패 대결’ 유벤투스 VS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예상 라인업은(챔피언스리그)
  2. 2권아솔 도발에 샤밀, "권아솔은 늘 저렇게 말로만"
  3. 3탁구 중국 귀화 선수, 세계선수권 출전 놓고 '엇갈린 희비'
  4. 43쿠션 프로당구 6월 출범 "제2의 이상천, 김경률 배출하겠다"
  5. 5'도전·비상·자부심'…프로야구 각 구단 야심찬 슬로건
  6. 6절정의 손흥민, 데뷔 첫 '5경기 연속골' 도전
  7. 7컬링 '팀킴'의 호소 사실로…김경두 일가, 횡령 정황까지
  8. 8전국체전 무대가 좁은 차준환, 4회전 점프 없이 쇼트 1위
  9. 9경쟁률 4.5 대 1…거인 4·5선발 자리 누가 꿰찰까
  10. 10최고 구속 145㎞, 김원중 첫 실전등판서 구위 점검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농업이 도시로 들어오고 있다
북항은 진정한 부산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기고 [전체보기]
동남권 신공항, 국회의원 역할 절실 /이영
보행도시, 생태적 지혜와 철학 위에서 구현을 /류경희
기자수첩 [전체보기]
‘교양’을 갖춘 사회를 바란다 /신심범
깨지지 않은 ‘서부산 징크스’ /임동우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반려동물’ 수난 시대
‘스마트’하게 살지 않을 권리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국악 선입견과 마주하기
제례악에 내포된 음양오행 사상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엄마 아빠 역할 뒤집기 /하송이
中企를 위한 금융은 없다? /정유선
도청도설 [전체보기]
농기구판 한류
수제화 장인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자기 표현의 기술
신춘문예 당선 소감을 읽으며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국민의 눈높이
‘밥 한 공기 300원’의 미래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포르투갈 리스본의 에그타르트
진화하는 통영 꿀빵
사설 [전체보기]
새 사령탑 맞는 부산비엔날레 새로운 도약 기대한다
30년 만에 육체노동 가동연한 상향한 대법 판결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과 생명보다 중한 건 없다
생계급여 수급 노인과 ‘줬다 뺏는 기초연금’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기절을 부르는 비너스
미술관을 지키는 강아지
이홍 칼럼 [전체보기]
개념도 정리 안 된 ‘4차 산업혁명’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되살아나는 박근혜의 그림자
보행친화도시로 가는 길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봄이 오는 길목에서
발랄라이카와 닥터 지바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내추럴와인과 정월 대보름
프랑스와 미국의 와인전쟁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 복간30주년기념음악회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 유콘서트
경남교육청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해맑은 상상 밀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