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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부산만의 항만 운영 시스템을 찾아라 /강춘진

세계최대 항만 싱가포르 뛰어넘을 부산항의 전략은 출혈경쟁 아닌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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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환적화물 중심항만인 싱가포르의 장점은 무엇일까. 지도만 봐도 싱가포르는 유럽과 미주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지역이어서 컨테이너를 곳곳으로 옮겨 싣는 항만으로는 제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부산항만공사(BPA) 대표단과 함께 싱가포르를 방문할 일이 있었다. 그런데 현장에서 싱가포르 항만의 운영 시스템을 알아가면서 신선한 충격이 몰려왔다. 이곳이 세계 굴지의 허브항만으로 우뚝 선 데는 지정학적인 위치 덕분만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입항한 선박의 화물이 출항할 때까지 가능한 한 24시간 내 처리되는 운영 시스템의 효율성이 부러웠다. 이는 컨테이너터미널 54개 선석을 총괄관리하는 운영사인 PSA(Port of Singapore Authority)가 선박이 입항하면 빈 선석을 찾아 일사분란하게 배분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가능했다. 당연히 모든 선석의 가동률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덩달아 세계 각지에서 몰린 선박의 물류 흐름도 원활해진다.

이는 10곳의 터미널 운영사가 개별적으로 컨테이너 유치전을 벌이면서 선석이 비거나 차는 터미널이 생기는 등 운영사 간 양극화 현상이 빚어지는 부산항 현실과는 확연하게 차이점이 드러나는 시스템이다. 그렇다고 국가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통제도 가능했던 전통이 있는 싱가포르 항만의 운영 시스템을 그대로 따를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 정부도 운영사와 선석 과잉 공급에 따른 부산항 출혈경쟁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자율 경쟁체제 국가에서 하역료 등을 강제 규정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말 마땅한 해법이 없는 것일까.

때맞춰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마리나 베이 샌즈 57층 식당에서 PSA 경영진과 만찬을 하는 자리가 마련돼 유쾌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 자리에는 PSA가 부산항 신항에서 운영하는 터미널인 부산신항국제터미널(PNIT) 로저 탄 사장도 배석했다. 어쩌다 한국 음식이 화제가 됐는데, 탄 사장은 "부산의 돼지국밥이 최고"라는 말을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그는 3년째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앞서 인천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인천 음식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래도 "부산의 돼지국밥이 최고야."

탄 사장은 '부산의 돼지국밥 맛'에 완전히 매료된 사람이었다. 그런가 보다. 부산의 맛과 특색을 듬뿍 버물린 돼지국밥은 외국인도 좋아하는 먹거리로 자리매김했다. 아마 오래전부터 많은 외국인이 먹고 있는 '부산의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터미널 운영사 난립으로 몸살을 앓는 부산항이 항구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부산만의 항만 전략을 상상해본다. 싱가포르처럼 특정 운영사가 선석을 지배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모든 운영사들이 한데 뭉뚱그려 선석을 공동 관리하고 배분하는 상생의 운영 시스템이 부산에서 탄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제 외국인도 찾는 '부산의 돼지국밥'처럼 부산만의 특색을 살린 항만 운영 시스템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지금도 적정 수준의 물동량 유지를 위해 하역료 출혈경쟁을 감수해야 하는 운영사들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때를 놓치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

간단한 소회를 밝히자면, 18년 전 첫 외국 취재를 위해 싱가포르를 찾은 적이 있어 이번 방문에는 설렘도 있었다. 행여 그때 스쳤던 여인을 우연찮게 만난다면 초콜릿 선물이라도 할 참이었다. 그런데 싱가포르를 떠나던 날 호텔 프런트 직원이 "누군가의 선물"이라며 초콜릿을 주는 바람에 순간 놀랐다.

아쉽게도 18년 전 싱가포르 첫 방문에서 잠시 스쳤던 여인이 남긴 선물은 아니었다. 이번 방문 첫날 찾은 PSA 본사 건물 전망층에서 기자는 대형 유리창에 부딪히는 소동을 벌인 적이 있었는데, 이 회사 관계자가 그 아픔을 다소나마 위로해주기 위해 전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친구가 부산항을 찾는다면 밥을 팍팍 만 돼지국밥을 한 그릇 안길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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