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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전용관에 주눅든 영화제되나 /남차우

양 기관의 갈등은 예고된 시한폭탄, 비새는 건물 만큼 역할 정립 시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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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민은 물론이고 우리 영화인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부산국제영화제(BIFF) 전용관인 영화의전당에서 영화제를 처음 치른 지 열흘이 지났다. 영화제 폐막식 날 하필이면 그 고약한 비가 내려 영화의전당에 오점을 남겼다. 하늘이 행사 아흐레간을 못 참고 마지막 날 심술을 부렸다. 역시나 건축물 감리는 비가 최고란 세간의 우스갯소리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눈이 있으면 다 볼 수 있는 이 '하늘식 감리'로 그나마 지난주 부산시는 영화의전당 보수 방안을 강구하느라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1678억 원이 든 건물의 화려한 외양에 가려 미쳐 몰랐던 것들도 알게 됐다. 기네스북 등재감이란 빅루프가 바람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바람구멍이 있어 애당초 비에 취약했으며 빅루프를 유일하게 떠받치는 더블콘에도 배수장치가 없었다는 거다. 설계자와 의논해 조치를 취한다니 보다 나아진 영화의전당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문제는 BIFF 조직위와 (재)영화의전당의 마찰이다. 하늘이 비를 뿌리던 그날 땅에선 BIFF 집행위원장이 "영화의전당으로 영화제가 성공적이지 못했다" "여기에서 영화제를 계속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영화제 결산 기자회견 자리에서 한 작심 발언이었다. 이 정도로 불협화음이 나올 정도면 이번 영화제가 위태위태하게 진행됐음이 틀림없다. 모르긴 해도 두 기관 다 'BIFF만 끝나 봐라'며 속을 부글부글 끓였을 게다. 아니면 9일에 한해 농사를 다 쏟아부어야 하는 애간장 타는 조직위 눈에 '9일만 가라'식으로 영화의전당이 비쳐졌든지.

하늘의 명령이라 그런지 건물에 대해선 건설적 이야기가 나오는데 땅에서 벌어진 사람 일에는 귀담아 들을 게 없다. 들리는 것이라곤 부산시 간부들의 BIFF 집행위원장을 향한 비난성 발언이다. 표현만 다소 다르지 "폐막식 날 어떻게 그런 식의 말을 할 수 있느냐"는 거다. 행사 주인이 그런 말을 했으니 그런 비판도 나올 수 있다. 또 당연히 비판받을 일이다. 하나 그런 말도 부산시민이나 영화팬들이 할 수 있는 거지 시가 남의 이야기하듯 말할 성질이 아니다.

빠듯한 가운데서도 1078억 원의 막대한 시비를 들여 영화의전당을 세운 이유는 간단하다. BIFF를 보다 훌륭하게 키워 보자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 전용관이 생기고 첫해부터 탈이 난 것이다. 영화의전당만 생기면 순풍에 돛 달듯 할 거란 기대와 달리 BIFF 앞날에 잔뜩 먹구름이 끼였다. 이는 영화의전당을 운영하는 주체와 영화제를 담당하는 주체가 다른 데 따른 예고된 시한폭탄이었다. 시도 이를 충분히 알고 있던 사안이다. 그래서 기존 BIFF와 멋지게 호흡을 맞춰갈 영화의전당 인사 구성이 나오리라 누구나 기대했다.

꼭 4개월 전 시가 영화의전당 초대 대표이사로 선택한 이는 영화와는 관련 없는 인사였다. 시는 공연 예술 전문가란 점을 높이 샀고 개관 초기 조직 안정을 기할 인물로 평가했다는 게 선정이유다. 이때부터 영화계는 물론이고 지역 문화예술계는 "앞으로 BIFF가 걱정"이라고 한마디씩 했다. 영화에 조금이나 관심있는 인사라면 술자리 안줏거리가 됐다. 시가 결국 영화의전당에서 '영화'보다 '운영'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영화의전당이 무늬만 띠는 게 아닐까하는 우려였다. 초대 대표는 올 초 부산문화재단 대표 자리에 지원한 사실도 양념으로 덧붙여지면서.
BIFF와 영화의전당 정관을 보면 부산시장이 두 기관의 수장이다. BIFF조직위원장이자 영화의전당 이사장인 것이다. 첫 두 집 살림에 마찰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시 간부들이 개선책은 안중에 없이 볼멘소리한다고 몰아세우는 건 누구 들어라고 하는 소리인지 의도가 빤해보인다. 이런 식으로 두 기관의 마찰을 덮을 모양새다.

오늘의 BIFF가 있게 한 밑거름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시의 방침이었다. 영화의전당으로 인해 시의 방침을 바꿀 요량이 아니라면 비 새는 건물 못지 않게 BIFF와 영화의전당 역할 재정립도 시급한 사안이다. BIFF의 힘찬 도약을 위한 게 전용관 존재 근거다 . 영화의전당으로 BIFF가 주눅드는 아이러니는 올해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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