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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2011 한국사회의 우울한 풍경들 /고기화

인신공격으로 얼룩 서울시장 선거전, 우리모습의 거울…신뢰회복만이 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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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산하다. 지금 우리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공기가 무척 수상하다. 분열과 적대, 야만과 탐욕이 넘쳐난다. 희망과 비전은 없고, 영일 없는 갈등과 대립의 어두운 그림자만이 세상을 삼킬 듯하다. 속물화의 거친 흐름이 우리 사회에 마름병처럼 번져가는데도 도무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이 엄혹한 시간을 어떻게 건너가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분명 한국사회의 위기라고 말할 수 있다.

우선 눈앞에 닥친 서울시장 선거전이 그렇다. 내년 총선과 대선의 바로미터라는 10·26 재보선의 하이라이트이지만 천박하기 짝이 없다. 후보 간 정책선거 약속은 뒷전인 채 검증이란 허울 아래 갈수록 인신공격이 판치는 네거티브 선거전에 몰두하고 있다. 걸러지지 않은 상대에 대한 끊임없는 헐뜯기와 사생활 파헤치기는 사실 여부는 제쳐두고라도 사람들을 짜증나게 만든다. 졸렬하고 치사하기까지 한 이번 선거전은 일말의 변화와 개혁을 기대했던 한국정치의 몰상식과 후진성을 또한번 고스란히 나타낸 거나 다름없다. 이런 식이라면 내년 총선·대선이 더 걱정이다.

'1% 대 99%'로 상징되는 금융권의 탐욕은 또 어떠한가. 전 세계로 퍼진 '반월가 시위'에서 보듯 자기 이익만 챙기는 '돈벌이 금융'은 한국도 미국 못지않다. 은행들은 서민을 상대로 '이자놀음'을 하는 예대마진의 폭리는 물론이고 온갖 명목의 수수료를 붙여 고객의 돈을 뜯어가기에 바쁘다. 올 상반기 국내 18개 은행의 수수료 순이익이 사상 최대인 2조2576억 원이라는 게 이를 말해준다. 그야말로 휘파람을 불며 장사하는 꼴이다. 카드사들도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가맹점 수수료 수입이 4조 원을 넘었다. 오죽하면 음식점 업주들이 '솥단지 시위'까지 다시 벌였겠는가. 이 '이유 있는 아우성'에 카드사들이 '수수료 인하' 제스처를 쓰곤 있지만, 미봉책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슬그머니 카드 포인트와 무이자 할부 축소 등을 통해 자신은 한 푼도 손해보지 않고 대신 소비자에게 그 부담을 떠넘길 태세이지 않은가. 한마디로 국민은 은행·증권·보험·카드 등 금융권의 '봉'인 셈이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도 점점 황폐화되고 있다. 거짓과 소외, 불신의 병이 깊어져만 간다. "세상에 믿을 놈이 없다"는 냉소가 입버릇처럼 되뇌어지는 현실이다. 영화 '도가니'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인화학교의 성폭력과 인권유린 사건은 인간성 상실의 한 단면일 뿐이다. 지금도 '도가니'는 도처에 독버섯처럼 숨어있을 터이다. 하지만 우리는 쉽게 흥분하고, 쉬이 잊어버린다. 도가니 열풍으로 온 사회가 들끓었지만, 이내 식어버렸다. '도가니'는 현재진행형이지만, 좀체 고쳐지지 않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에 또다시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작금의 한국사회 위기는 총체적 신뢰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소통을 외치면서 불통(不通)하고, 공정사회를 말하면서 독단과 독선을 일삼는 이명박 정부가 불신의 맨 꼭대기에 있다. 국가경영의 무원칙, 도덕불감증, 남탓 등 현 정부의 신뢰도는 역사 이래 최악이 아닐까 싶다. 편가르기, 말바꾸기, 부패·무능의 정치권 불신은 말할 것도 없고, 금융권·법조계·교육계 등까지 온 세상이 불신의 블랙홀로 빠져들고 있다.

세상을 탓하지만, 우리 자신을 돌아봐도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삶의 무한경쟁에 내몰린 나머지 남이야 어찌되든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식의 사고, 남을 속여서라도 경쟁에서 이기고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로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사람 간의 믿음이 사라진다면 존재의 의미와 가치마저 무너져 내릴 터이다. 경쟁에서의 승리와 물질적 부가 시대의 윤리와 도덕의 기준이 된다는 건 우울하지만, 우리의 자화상이 아니라고 부인하기도 어렵다.

자신의 주장과 이익에만 집착해 상대를 소외시키는 소통 부재로 인해 우리 사회는 해체의 위험에 직면해 있는지도 모른다. 타자를 제거 대상으로만 삼는, 한쪽이 한쪽을 뺏고 짓밟고 사는 '약탈적 사회'는 필멸이다. 공멸하지 않고 상생하려면 신뢰 회복이 절실하다. 국가도, 사회도, 개인도 다 같이 나서야 한다. 우선은 불신과 분열의 주범은 남이 아니라 바로 내 자신임을 먼저 깨닫는 게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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